찬성 2958표 반대 2표 .. 비밀 보장 기표소도 없이 투표
예영준.신경진 입력 2018.03.12. 01:08 수정 2018.03.12. 06:49
36년 만에 마오쩌둥 시대로 역행
'시진핑 신시대 사회주의' 공식화
헌법에 마오·덩 이어 시진핑 명시
전인대는 11일 오후 3시(현지시간)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제3차 전체회의에서 개헌안에 대한 표결을 실시했다. 20여 분에 걸친 투표와 집계가 끝난 뒤 왕천(王晨) 전인대 부위원장은 “찬성 2958표, 반대 2표, 기권 3표로 헌법 개정안이 통과됐다”고 선포했다. 이번 개헌의 핵심은 헌법 79조에 들어 있던 “국가주석의 연속 재임은 2차례를 초과할 수 없다”는 단서조항을 삭제한 것이다.
이는 전인대 대표가 지방·조직별 엘리트와 모범당원들로 구성됐다는 점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또 이날 투표가 진행된 방식도 감안해야 한다. 표결장에 26개의 투표함이 설치되긴 했지만 비밀을 보장하기 위한 기표소는 없었다. 전인대 대표들은 각자 좌석에서 투표용지에 찬반을 표기한 뒤 순서에 따라 걸어 나가 투함(投函)했다. A4 크기의 투표용지는 접지 않고 그대로 투표함에 넣게 했다. 무기명 투표이긴 했지만 완전한 비밀투표라 보기 어려운 방식이었다.
연임 제한 이외에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을 중국의 국가 지도이념으로 공식화한 것도 이번 개헌의 핵심이다. 중국 지도자의 이름이 헌법에 명기된 것은 마오쩌둥과 덩샤오핑(鄧小平)에 이어 세 번째다. 이 밖에 시 주석이 내건 정치 노선이자 목표인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도 서문에 두 차례 인용됐고, 시 주석이 제시한 ‘인류운명공동체’란 용어도 새로이 헌법에 등장했다. 그만큼 이번 ‘시진핑 헌법’의 색채가 짙어졌다는 의미다.
이번 헌법 개정을 놓고 ‘셀프 개헌’ 논란도 일었다. 왕 부위원장의 설명에 따르면 개헌 발의가 최초로 나온 건 지난해 9월 29일 시 주석이 주재한 당 정치국 회의에서였다. 시 주석의 장기 집권의 길을 열어 준 개헌 발안 자체가 시 주석에게서 나왔다는 의미다. 이후 개헌은 일사천리로 이뤄졌고 반대여론은 묻혔다. 중국 최초의 헌법이 제정된 54년의 경우 초안 공개 이후 8개월 동안 전국에서 52만여 건의 수정 의견이 접수될 정도로 광범위한 의견 수렴 과정을 거친 것과 대조된다. 시 주석은 개헌의 전 과정을 주도했다. ‘시진핑을 위한, 시진핑에 의한, 시진핑의 헌법’이란 말이 나오는 이유다.
베이징=예영준·신경진 특파원 y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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