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량이 태양의 백만 배에서 수십억 배에 달하는 거대 블랙홀은 대부분 은하단의 중심에 위치한다. 하지만 거대 블랙홀이 왜 이곳에 있는지는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최근 바닷속을 유영하는 해파리의 촉수처럼 긴 가스의 꼬리를 가진 해파리 은하 중심에 거대 블랙홀이 존재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새로운 가설이 제기됐다.
이탈리아 파도바천문관측소 연구팀은 해파리 은하의 촉수가 만들어질 때 발생하는 차가운 가스가 중심 쪽으로 모이면서 거대 블랙홀이 형성되며, 이것이 곧 은하핵(AGN)의 활발한 활동을 유발한다고 지난 16일(현지시각) 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유럽남부관측소(ESO)의 망원경에 포착된 7개의 해파리 은하 중 6개가 활발히 활동하는 은하핵을 가졌음을 확인했다. 이는 곧 6개 은하의 중심에 거대 블랙홀이 있음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은하핵은 두 은하의 충돌 등으로 강한 빛이 뿜어져 나오는 현상으로, 주변에 은하를 빨아들여 충돌을 일으키게 만드는 거대한 블랙홀이 있어야 가능하다.
연구팀은 유체역학적 시뮬레이션을 통해 해파리 은하의 촉수가 형성될 때처럼 많은 양의 가스가 이동하다가 은하 내 행성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중심에 모이면 블랙홀이 생길 수 있다는 가설을 내놨다.
해파리 은하에서 촉수라 부르는 긴 가스의 꼬리는 다음과 같은 과정으로 형성된다. 수천 개의 은하들이 서로 중력적으로 결합해 거대은하단을 이루는 데, 이 거대은하단 중심에 강력한 중력이 작용해 주변 은하들을 점차 중심쪽으로 빨아들인다. 이때 뜨거운 가스 역시 은하와 함께 은하단 중심 쪽으로 몰리면서 압력이 발생한다. 이 압력이 각각의 은하 주변에 남아있던 차가운 가스를 은하단 바깥으로 밀어내면, 비로소 촉수를 가진 해파리 은하의 모양이 완성되는 것이다.
파도바 천문관측소 비엔카 포그젠티(Bianca Poggianti) 박사는 “촉수가 형성될 때 밀려나는 차가운 가스가 은하 내 행성들과의 상호작용으로 운동량을 잃고 중심으로 빨려들어가면서 블랙홀을 형성할 수 있다”며 “특히 은하의 반경이 작고 이동속도가 빨라 자체 중심으로 작용하는 힘이 크면 차가운 가스가 모여 블랙홀을 만들 확률이 높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