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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52시간 근로' 두달 앞으로.."형사 처분만이라도 유예"

forever1 2018. 4. 30. 08:30



'주 52시간 근로' 두달 앞으로.."형사 처분만이라도 유예"


건설업계 등 "업종 특성 반영해 보완책 마련 시급"
정부 정책 환영 속 부작용 고려해 연착륙 필요
지난 2월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주당 법정 근로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근로기준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이 재석 194인 중 찬성 151인, 반대 11인, 기권 32인으로 통과되고 있다. 2018.2.28/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서울=뉴스1) 진희정 기자 = 종업원이 300명 넘는 사업장은 오는 7월부터 주당 근로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하는 개정 근로기준법 원칙을 지켜야 한다. 하지만 본격적인 개정 근로기준법 시행에 맞춰 대책을 강구해온 산업계는 촉박한 일정과 보다 유연한 법 적용 등을 요구하며 답답함을 토로하고 있다. 특히 초과근무 가능성이 있는 일부업종은 특례업종에서도 제외돼 대책조차 세우지 못하고 있다.

근로시간 단축을 추진하는 정부의 정책은 공감하지만 업종별 특성을 반영하지 않고 일괄적으로 적용하는 것에 대한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보완책 마련과 함께 단계별 적용을 통해 부작용을 최소화하려는 노력도 같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무제한 근로가 가능하도록 허용했던 특례업종이 26개 업종에서 5개로 대폭 줄었다. 총 21종이 특례업에서 제외되면서 Δ육상운송업 Δ수상운송업 Δ항공운송업 Δ기타운송서비스업 Δ보건업만 특례업종으로 남게 됐다. 운송업의 하위업종 노선버스업은 특례업종에서 빠진다.

형벌 기준도 엄격해졌다. 근로시간 단축을 지키지 않을 경우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 한다. 노사가 일을 더하기로 합의해도 형사 처벌을 피해가기 힘들게 된 것이다.

기존 특례업종에서도 빠졌던 건설업계의 고심은 더 커지고 있다. 현장단위로 적용되는 건설산업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을 경우 공사의 품질저하는 물론 안전사고 발생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어서다.

실제 대한건설협회는 최근 국회와 고용노동부, 국토교통부, 기획재정부 등 유관기관에 근로기준법 개정안의 문제점을 제기했다. 협회는 Δ적정 공기·공사비 미확보 Δ현재 진행중인 공사 적용 배제 Δ업체 규모별 시행시기 상이 Δ해외 건설공사의 문제점 등을 지목했다.

특히 해외 건설공사에서의 문제점은 심각하다. 해외 파견 근로자도 국내 기업 소속이면 국내법 적용을 받아 7월부터 주 52시간을 지켜야 한다. 결국 주당 근로시간이 주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바뀌면서 해외 건설 현장에서는 사실상 현재 두 배 수준의 건설 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테면 수주계약 때 적게는 수개월에서 많게는 수년 가량 사전에 공사기간을 협의한다는 점이다. 근로시간 단축을 이행하면서 사전에 약속된 공사기간을 맞추려면 시공사 입장에서는 추가 인력·장비 투입이 불가피하다. 공사비 상승 역시 뒤따른다. 추가 공사비는 고스란히 시공사 몫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기술 수준이 향상되고 있고 이들이 저가 수주 공세를 펼치는 상황에서 우리 기업만 인건비 인상 압박을 받으면 해외 사업 수주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며 "국내서도 관련 규정 개정을 통해 공기 연장과 공사비 증액 등이 시급히 보장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보통신기술(IT)과 스타트업 기업 등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프로그램 개발 업체들은 신제품 출시를 앞두고 집중·장시간 근무를 하는 경우가 있는데 근로시간 단축으로 이러한 근무 형태를 유지하기 어려울 수 있다.

특례업종에서 제외된 노선버스도 비상등이 켜졌다. 인력충원과 교대제·준공영제 도입 없이는 실질적인 노동시간 단축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버스업계 관계자는 "근로시간이 줄면 버스 운전자를 그만큼 더 확보해야 하지만 버스 업체들이 단기간 내 운전자를 늘리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버스 노선이나 운행 시간 축소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근로시간 단축이 추가 채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기대하지만 부작용도 상당할 것으로 내다봤다. 일본 등 선진국들도 근로시간 단축을 도입했지만 일정 기간 유예기간을 두거나 장기간에 걸쳐 도입해 사회적 문제점을 최소화했다는 것이다.

노동계 한 전문가는 "그동안 후진적 노동여건을 고려할 때 근로시간 단축을 추진한 정부의 노력은 칭찬하지만 제도 시행 이전까지만이라도 노사의 의견을 적극 수렴해 역기능을 바로 잡는 대책이 필요하다"며 "무엇보다 근로시간 단축이 정착될 때까지 만이라도 형사 처분보다는 노사간의 자율 개선을 유도하고 장기적으로도 형벌을 최소화하는 게 바람직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hj_ji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