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없는 사회' 스웨덴, 은행 강도는 사라지고 멸종동물 밀매 늘더라
이철민 선임기자 입력 2018.05.29. 03:04
스웨덴은 1661년 유럽에서 처음 지폐를 발행한 국가이다. 그러나 지금은 전체 결제에서 현금 거래가 1%에 불과한 세계에서 가장 '현금 없는(cashless) 사회'이다. 이런 스웨덴에서 오히려 금품을 뺏기 위한 강도 짓이나, 인터넷 사기와 각종 피싱(phishing)이 급증하고 있다. 현금 유통이 줄면 개인을 겨냥한 범죄도 감소하리라는 통념에서 크게 벗어난 것이다.
스웨덴의 일반 상점에선 "어떠한 손님도 환영이지만 현금은 사절"이란 안내문을 쉽게 볼 수 있다. 커피 한 잔을 사도 신용카드나 스마트폰 결제만 가능하다. 스웨덴 중앙은행인 리크스방크에 따르면, 현금을 받는 소매점은 2010년 전체의 40%에서 2016년엔 15%로 줄었다. 잡지를 파는 노숙인과 노점상도 모두 카드 결제기를 곁에 두고 있다. BBC 방송은 "작년에 리크스방크가 새 지폐와 동전을 발행한 것도, 사람들이 새 화폐에 익숙해지기를 귀찮아하면서 '현금 없는 사회'를 부채질했다"고 전했다.
현금 없는 사회가 되면서 스웨덴의 범죄 유형도 크게 바뀌었다. 은행 강도는 확연히 줄었다. 2013년 4월 스톡홀름의 한 은행에 침입한 한 무장 강도는 "우리 은행은 현금을 다루지 않는다"는 답변에 빈손으로 돌아가야 했다. 최근 대형 은행인 SEB는 전국 지점 118곳 중 7곳에서만 현금을 취급한다고 밝혔다. 2008~2015년 모두 110건이나 발생했던 은행 강도 건수는 2016년엔 2건에 그쳤다.
현금 대신 다른 것을 노리는 범죄가 늘었다. 예전엔 소수만 다루던 '멸종 위기 동물' 밀매 시장이 갑자기 커졌다. '북극의 유령'이라는 북방올빼미는 암시장에서 100만 크로나(약 1억2000만원)에 팔린다. 은행 대신 정부의 현금 보관소를 터는 사건(2009년 9월)이 발생했다. 명품 샤넬 매장을 건축 공사용 차량으로 들이받아 털려던 시도(2017년 3월)도 있었다.
작년 11월엔 시속 80㎞로 달리는 아이폰 적재 트럭 뒤에 바짝 차를 붙여 달리면서 적재함을 열어 털다가 잡히기도 했다. 사람에 대한 공격·강도, 각종 사기도 증가해, 2016년엔 사상 최다인 전체 인구(990만명)의 15.6%가 이런 공격을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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