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경이 4~7월 마약 양귀비 찾아 섬으로 가는 이유는?
최모란 입력 2018.06.19. 00:02 수정 2018.06.19. 06:35
주로 마약 양귀비·대마초 단속해
지난 8년 단속 건수 613건 중 147건이 양귀비
50주 이상 재배 시 입건·처벌..대부분 노인
"마약 양귀비 발견시 뽑아서 바로 제거해야"
지난 15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에 소속된 섬 풍도. 평택해양경찰서 전용부두에서 2시간 넘게 배를 타고 가야 나오는 풍도(1.843㎢)는 서울 여의도(2.9㎢)의 절반보다 약간 크다. 섬에 도착한 해경 수사관 2명이 주택가의 좁은 언덕길을 한참 따라 올라가자 10여개의 붉은 꽃송이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양귀비꽃이다.
"줄기에 가시 같은 솜털이 많고 열매도 작은 데다 도토리 모양인 것을 보니 마약 양귀비는 아니네요."
평택해양경찰서 정영복(33) 수사관이 꽃송이를 살펴보며 말했다. 하지만 그는 꽃송이를 한참 살펴봤다. 가끔 관상용 개양귀비 사이에 마약 양귀비가 숨어있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해경이 양귀비 단속을 4~7월에 하는 이유는 꽃이 핀 이후 마약용과 관상용이 쉽게 구분되기 때문이다. 꽃대가 솜털이 없이 매끈하고 열매가 크고 둥글게 생기면 마약 양귀비다. 꽃도 마약 양귀비는 검은색 반점이 있고 선명한 붉은 색이지만 관상용은 꽃잎이 얇고 진한 주황색을 띤다.
관상용인 개양귀비와 달리 꽃잎이 떨어진 마약 양귀비의 열매는 말려 가공하면 아편이나 모르핀, 헤로인 등 마약을 만드는 원료가 된다. 그래서 재배가 엄격하게 금지돼 있지만, 병원이나 약국이 없는 섬 지역에선 노인들이 허리가 아플 때나 복통 등에 잘 듣는 상비약으로 숨겨서 키우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육지와 달리 섬은 배로 1~3시간을 이동해야 해 단속도 쉽지 않다. 이런 점을 노려 2014년에는 인천 백령도의 야산에 대마초 씨를 뿌려 키워 2억 5000만원 상당을 번 60대가 구속되기도 했다.
2016년 경북 안동시에서도 낙동강 변 주변 도로에 옮겨 심은 개양귀비가 마약 양귀비로 판정돼 논란이 됐었다. 씨앗이나 잎, 싹 등으로는 마약 양귀비와 관상용 양귀비의 구분이 어려워 벌어진 일이다.
해경이 지난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적발한 마약류 단속 건수는 613건이다. 이 중 147건이 마약 양귀비를 심었다가 처벌을 받았다. 지난달에도 경북 울진군 해안가에 있는 자신의 집 앞 텃밭에 마약 양귀비 748주를 몰래 재배하던 A씨(61·여)가 울진해양경찰서에 입건됐다. 같은 달 보령해양경찰서도 충남 보령시의 한 섬에 있는 자신의 집 텃밭에서 양귀비 58주를 재배한 B씨(62)를 마약류 관리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마약 양귀비로 처분을 받은 사람들은 대부분 60대 이상 노인이다. 씨앗을 구분하지 못해 관상용인 줄 알고 심기도 하지만 아직도 상비약으로 쓰기 위해 몰래 심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어디선가 마약 양귀비 씨앗이 날라와 자연적으로 군락을 이루는 경우도 있다. 해경이 빈집과 산속까지 들여다보는 이유다.
이날 풍도 64가구에 대한 수색은 2시간에 걸쳐 이어졌다. 마약 양귀비는 발견되지 않았다. 평택해양경찰서가 관할하는 섬은 유·무인을 모두 합쳐 44곳. 수사관들은 풍도 수색을 마친 뒤 인근 다른 섬으로 다시 떠났다. 정 수사관은 "양귀비는 한 뿌리만 살아도 이듬해 군락을 이룰 정도로 번식하기 때문에 발견하면 즉시 뽑아서 제거하거나 해경 등에 신고해 달라고"고 말했다.
안산 풍도=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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