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이야기

중심에 거대질량블랙홀 2개 가진 은하 포착

forever1 2018. 11. 1. 12:50



중심에 거대질량블랙홀 2개 가진 은하 포착

윤신영 기자 입력 2018.10.25. 14:50

               
이번에 연구된 곳 중 하나인 3C 334 은하 중심부. 설명은 아래 사진에. - 사진 제공 마틴 크라우스

우리은하를 비롯해 은하의 중심부에는 ‘거대질량블랙홀’이라는 거대한 블랙홀이 자리잡고 있다. 그런데 중심부에 두 개의 거대질량블랙홀을 지닌 은하가 여럿 존재한다는 사실이 새롭게 확인됐다. 연구팀은 이들이 서로를 중심으로 쌍을 이뤄 돌고 있으며, 먼 미래에 서로 충돌해 합쳐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마틴 크라우스 영국 허트포드셔 천문학과 교수팀은 은하 중심부에 두 개의 거대질량블랙홀이 서로 돌 때 보이는 특유의 현상을 발견하는 데 성공해 천문학 국제학술지 ‘영국왕립천문학회 월례회보’에 24일 발표했다.

연구팀은 미국 뉴멕시코에 위치한 군집형 전파망원경인 장기선 간삽계(VLA)와 영국 다원전파간섭계(MERLIN) 등을 이용해, 백조자리A 등 거대질량블랙홀과 은하의 전파 관측 자료를 수집, 분석했다. 그 결과 두 거대질량블랙홀이 서로를 중심으로 돌 때, 도는 궤도면과 수직 방향으로 물질을 강력하게 분출하는 현상(제트)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돌고 있는 팽이로 치면 위아래로 강하게 물질을 뿜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워낙 거대한 두 블랙홀이 돌다 보니 제트가 나오는 축이 조금씩 흔들렸다. 중심축이 조금 기울어진 팽치가 마치 상모를 돌리듯 끝 부분을 원을 그리며 돌리는 ‘세차현상’이다.

가운데에 두 개의 거대질량블랙홀 쌍성이 있다. 거기에서 길게 뻗어 나온 제트(물질 분출)가 있고, 그 끝에 둥글게 보이는 게 그간 나온 물질이다. 이 물질이 사진에서 시계 반대방향으로 회전하고 있다. 쌍성 운동에 따른 세차운동이다. -사진 제공 마틴 크라우스

연구팀은 이런 현상의 결과를 전파망원경 영상에서도 확인했다. 손으로 폭죽을 든 채 팔을 빙글빙글 돌리면 연기가 뒤로 흐르며 궤적을 그리는데, 연구팀이 확인한 은하의 제트 끝 부분에서 비슷한 궤적이 발견됐다. 예를 들어 지구에서 100억 광년 떨어진 곳에 위치한 3C 334를 전파망원경으로 보면 긴 제트가 나오고 그 끝에 제트에서 방출된 물질이 마치 바람에 날린 연기처럼 한 쪽으로 쏠려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위 사진). 중심을 기준으로 반대쪽에도 비슷하게 쏠린 물질이 보인다. 연구팀은 이런 거대질량블랙홀 쌍성이 만드는 제트의 축이 한 바퀴 도는 회전주기도 구했는데, 대략 100만~1000만 년에 한 바퀴 도는 것으로 추정됐다.

연구팀은 이 거대질량블랙홀들이 결국 충돌해 합쳐져 더 큰 은하와 거대질량블랙홀을 형성할 것으로 내다봤다. 방출된 물질은 우주의 차가운 기체를 가열해 별을 탄생하게 하는 데 이용될 것으로 추정했다. 특히 축이 회전하며 물질을 여러 곳에 흩어지게 해 넓은 곳에서 별이 태어나게 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봤다. 크라우스 교수는 “우리가 발견한 제트의 흐름 현상을 관찰해 역으로 거대질량블랙홀 쌍성을 발견할 수도 있다”며 “중력파 관측 등 기존 기술로 발견하기 어려운 거대질량블랙홀 연구에 도움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백조자리A의 제트. 제트의 방향과, 물질들이 머무는 지역(덩어리 부분)의 각도가 미세하게 다르다. 회전하고 있다는 증거다. - 사진 제공 영국왕립천문학회 월례회보

[윤신영 기자 ashill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