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룸 술집서 ‘여성 회원 경매’한 대학 연합동아리… 애인까지 경매 붙여

forever1 2018. 12. 13. 07:26



룸 술집서 ‘여성 회원 경매’한 대학 연합동아리… 애인까지 경매 붙여

입력 : 2018-12-12 05:01/수정 : 2018-12-12 05:01


알핀로제 홍보 포스터(왼쪽), 알핀로제 여성 경매 피해자 연대.

술집서 남성 회원끼리 여성회원 경매
술 한잔=여성 몸값, 주량으로 낙찰
‘자고 싶은 여자’ 순위 매겨 투표까지
졸업자도 참여 가능, 벌금 등 규칙 엄격

대학생 연합 동아리 ‘알핀로제’ 남성 회원들이 여성 회원을 상대로 경매를 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알핀로제 여성 경매 피해자 연대’는 10일 SNS 등에 성명서를 내고 “알핀로제에서 경매의 대상이 된 피해자 8명과 그 외 연대 여성 동아리원 1명은 더는 이런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경매 사건에 대해 공론화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1969년 창립한 대학 연합 요들 동아리 ‘알핀로제’의 남성 회원들은 수년간 ‘전통’을 빙자해 ‘여성 회원 경매’를 진행했다. 2011년 당시 알핀로제에 속해 있던 A씨는 “(‘여성 회원 경매’의) 존재에 대해 알고 있었다”며 “회원 중 일부만 알고 있었다”고 밝혔다.

알핀로제 여성 경매 피해자 연대 제공

◆ “낙찰자도 아닌데 왜 말 걸어? 벌금 내”

올해도 어김없이 ‘여성 회원 경매’가 열렸다. ‘2018 경매’라는 공지와 함께 단톡방(단체카톡방)이 만들어졌다. 11명의 남성 회원들은 8월 3일을 ‘경매일’로 잡았다.

이들은 룸 술집에서 경매를 진행했다. 각자 쪽지에 여성 회원들의 이름을 하나씩 적은 후, 투표해 여성들의 순위를 매겼다.

순위가 낮은 순으로 스케치북 속 여성 이름이 공개됐다. 경매 시작. 참가자들은 여성을 낙찰받기 위해 손을 들어 술잔을 걸었다. 스케치북 속 여성의 이름 옆에는 술잔 하나에 ‘바를 정(正)’ 한 획이 추가됐다.

“낙찰”

가장 많은 술잔을 건 남성이 그동안 쌓인 술을 마셔 ‘낙찰’을 받았다. 경매가 끝날 때까지 한 명도 낙찰받지 못한 회원은 술 한 병을 한 번에 비워야 했다. 단순한 술자리 장난이 아니었다. 엄연히 규칙이 있는 경매였다. 1명당 최대 2명을 낙찰받을 수 있고, 정해진 기간 자신이 낙찰받은 여성과만 사적인 언행을 할 수 있다. 다른 여성과 사적인 언행을 하면 벌금을 내야 한다.

일부 남성 회원들은 여자 친구를 뺏기지 않기 위해 많은 술을 마시기도 했다. 경매 후 특정 기간 동안 여성 회원들은 아무것도 모른 채 상품이 되었고, 남성들은 규칙에 따라 서로를 감시하고 낙찰받은 여성을 ‘소유’했다.

◆ 친구, 선배, 후배 심지어 애인까지 경매 대상으로

알핀로제는 8월 말에 열리는 정기 발표회를 위해 1년 동안 매주 한 번씩 집회를 했다. 발표회 기간에는 거의 매일 모임을 했다. 정기 발표회는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몇 번을 참여해도 상관없고, 졸업한 사람들도 참여할 수 있어 ‘악습’이 유지되기 쉬운 구조였다.

여성 회원들에게 ‘경매’는 그동안 철저히 비밀에 부쳐졌다. 하지만 죄책감을 느낀 한 남성 회원의 폭로를 통해 지난 11월 모든 회원이 여성 회원을 상품 취급하는 ‘악습’의 존재를 알게 됐다.

피해자 연대 측은 “최소 6개월, 최대 3년간 가해자 측과 우정을 쌓았고, 특히 사건이 일어난 동아리 정기 발표회 기간에는 거의 두 달간 매일 많은 시간을 함께했다”며 “자신의 친구, 선배, 후배 혹은 애인에게 경매 대상으로 여겨졌다는 것을 알게 된 후, 각자 배신감, 수치심 등의 심각한 심리적 고통을 겪었다”고 호소했다.

알핀로제 여성 경매 피해자 연대 단체 성명서. 알핀로제 여성 경매 피해자 연대 페이스북

◆ 피해자 항의에 “오해한 것”… 동아리 측 “입장정리 중”

지난달 11일 피해자들은 동아리 단톡방에 성명서를 올려 공개사과문과 재발방지규정 등을 요구했다. 피해자 재발 방지를 위해 사건을 공론화할 것을 요구했고 동아리 비상대책위원회 측과 합의를 진행했다.

하지만 합의 과정에서 경매 당일 가해자들이 ‘자고 싶은 여성’까지 투표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피해자 연대에 속한 B씨는 “(가해자에게) 왜 말하지 않았냐고 묻자 끝까지 오해가 있는 것 같다고 얘기했다”며 “하지만 확실한 증인과 녹취록이 있었고, 이를 밝히자 아무 말도 못 했다”고 말했다. 이어 “더 이상 합의가 의미 없다고 여겨 공론화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동아리 측은 단톡방을 통해서는 사과문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공론화 이후에 별다른 사과는 없었다. 동아리 측에서는 국민일보에 입장 정리 중이라고만 알렸다.

피해자 연대 측은 또 다른 피해자가 생기는 것을 막고, 동아리를 변화시키기 위해 대자보를 붙이는 등 더 적극적으로 활동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B씨는 국민일보와 인터뷰를 통해 “누군가는 실제로 폭행이 일어난 것도 아닌데 공론화할 만한 사항이 맞느냐 물었고, 누군가는 우리를 사상이 이상한 사람들로 치부했다”며 “우리는 아무것도 아닌 일을 크게 벌인 것이 아니라 잘못된 일을 세상에 알리는 것뿐이다”고 밝혔다. 이어 “공론화하기까지 정말 많은 용기가 필요했다”며 “우리의 용기에 힘입어 혹시 있을 다른 피해자들도 용기 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슬비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