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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 분쟁에서 배우는 교훈

forever1 2019. 11. 24.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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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 분쟁에서 배우는 교훈

제가 국제무역 관리(international trade management)’라는 과목으로 모 대학에서 강의(lecture)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월간 보람은 여기에>라는 19962월 호에 보면 한양대학교 무역학과 교수며 경제학 박사인 정기인 박사님께서 쓴 글이 의미 깊게 다가와서 소개하고자 합니다.

 

점 하나의 실수가 8만 달러라니!(A single mistake in a point is $80,000!)

 

*실수(失手, Mistake)는 병가지상사?

우리는 실수에 대해 다소 낙관적인 기질을 가지고 있는 민족에 속하는 것 같다. ‘실수는 병가지상사라는 자기 변명적인 격언이 있는가 하면, ‘나물 먹고 물마시고 팔을 베고 누었으니식으로 아예 체념적인 낙관조차도 있다.

그래서인지 우리나라의 무역회사(貿易會社, trading company)들은 국제거래에서 실수로 인한 클레임(claim)을 많이 당하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資本主義社會, capitalist societies)에서 최후의 승리자는 생산성이 높은 자도 아니고 창조성이 높은 자도 아니다. 누가 실수를 최소로 줄이는가에 마지막 경쟁력(競爭力, competitiveness)이 있다고 본다.

요사이 상품을 보면 곧 알 수 있다. 그 상품의 기능이 아무리 뛰어나도 모양(디자인)이 떨어지면 경쟁에서 밀린다. 기능도 좋고 모양도 좋아야 한다. 모은 것이 낙관적으로 넘어갈 수 없는 새로운 영역이 생긴 것이다. 실수도 이 영역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바닷물로 삶은 새우

우리나라의 중견 무역회사 가운데 하나가 실제로 겪었던 문제로서, 점 하나를 잘못 해석하여 8만 달러라는 거금을 변상(辨償, Payment)한 사레가 있다.

우리나라의 냉동수산물 수출회사인 B상사는 영국의 S상사에 한국의 동해안에서 잡힌 왕새우(핑크 슈림프, shrimp pink) 10만 달러어치를 수출하기로 계약하고, 열심히 상품을 집하하여 냉동포장(冷凍包裝, frozen packaging)을 완료한 후 선적기간 내에 선적을 완료했다. 이 회사의 왕새우는 세계에서 알아주는 고급품으로 정평이 나 있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영국의 S상사로부터 품질 불량(品質 不良, poor quality)을 이유로 8만 달러를 변상해 달라는 클레임이 제기되었다. 그 이유는 새우의 맛이 짜서 영국인이 고객들인 호텔 식당에서 요리를 할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이 왕새우를 사료 값으로 처분하면 2만 달러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8만 달러만 청구한다는 것이었다.

B상사는 곧 계약서를 자세히 살펴보고, 문제가 있는 구절을 발견하였다.

계약서에는 shrimp of the East Sea water boiled.’로 된 것과 shrimp of the East Sea, water boiled.’로 된 것이 혼용되어 있었다. , seawater 사이에 점(콤마)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이 섞여 있었다.

점이 있는 것으로 해석하면 물로 삶아낸 동해안 산 새우가 되고, 점이 없는 것으로 해석하면 동해 바닷물로 삶아 낸 새우가 되는 것이다.

B상사의 직원은 열심히 동해 바닷물을 길어다 정성껏 새우를 삶았으니 맛이 짜서 요리용으로 쓸 수 없게 된 것이었다.

점이 있고 없고에 대한 귀책사유로 쌍방의 책임을 물을 수도 있을 것 같으나 상품은 제조사의 최종적 상품성을 파는 것이므로 구차한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

이와 같은 예기치 못한 실수(?)21세기의 진입을 위한 좋은 훈련이다.

우리 말에 ()를 써서 해낸다.’는 것이 있다. 기까지 동원해야 21세기에 우리의 경쟁력은 제대로 발휘될 구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경제학(經濟學, economics)에서는 전통적으로 비교우위를 중요시하여 왔으나 요사이는 그러한 단순 논리(simple logic)로 국제경쟁(international competition)에서 승리자가 될 수는 없게 되었다. 세계화시대의 한 기업의 역량은 고객의 국적, 종족, 종교 등을 초월하여 그 고객의 니즈(needs)를 십이분 만족시켜야만 발휘될 수 있다.

동해 바닷물을 길어 나를 수고와 비용을 영국의 고객이 어찌 모르겠는가. 그러나 영국의 고객은 또 자신의 고객을 만족시켜야 하기 때문에 엄격한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한국 B상사 직원에게 한 가지 안타까운 점이 있다면, 계약서의 해석을 자신이 독단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므로 상대방에게 무슨 뜻인가를 묻고 행동했었다면 하는 것이다.

이제까지 우리는 나만 열심히 잘하면 되는 것으로 알았으나 국제시장에서는 전혀 사고와 습성이 다른 고객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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