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소망(New Year's Hope)
아직 우리 고유의 명절인 설이 남아 있어서 요즘 같은 나날이 새해인가? 연말인가? 하고 의심(?)을 하면서, 나 자신 또한 그렇게 행동을 하고 있습니다. 무슨 말이냐고요? 양력으로 따지면 새해이고, 음력으로 따지면 연말이기 때문입니다.
임진왜란 때 이순신·곽재우·김덕령 등을 천거했으며, 이순신이 옥에 갇혔을 때에는 온힘을 다해 죽음을 면하게 한 명종 때 제 고향 출신인 정탁(鄭琢) 선생님은 과거에 급제하고 그의 스승인 남명(南溟) 조식(曹植) 선생을 찾아가서 인사를 드렸습니다. 남명 선생은 그에게 교훈(敎訓, moral)을 주시고 끝으로 돌아갈 때 마당에 매어 둔 소 한 마리를 몰고 가라고 했답니다. 마당에 소가 있을 리 없습니다. 정탁은 곧바로 스승의 말뜻을 알아차렸답니다. ‘마음의 소’를 가슴에 지니고 다니라는 뜻이 라는 것을 말입니다. 소는 묵묵히 자신의 일을 열심히 하는 그런 동물이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그런 동물이 아니겠습니까.
정탁은 스승께서 주신 ‘마음 소’를 가슴에 새겨 두면서 정무(政務, state affairs를 돌보며 생활 했습니다. 훗날 7년 전쟁이라고도 하는 임지왜란(壬辰倭亂) 때는 정승의 자리까지 올라, 처형될 법했던 이순신 장군을 구하는데 결정적인 슬기를 발휘하기도 했습니다.
중종 때의 조광조는 당대의 뛰어난 성리학자(性理學者)요 젊고 충직한 정치가 이었습니다. 그는 37세에 대사헌(大司憲)의 자리에까지 올라 썩고 병든 정치제도를 사심 없이 과감하게 고쳐 나가다 38세에 기묘사화(己卯士禍)에 말려 처형을 당했습니다.
뒷날 그의 인품과 학식과 경륜과 충절을 아끼며 숭앙하던 율곡(栗谷) 이이(李珥) 선생이 그를 가리켜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에게 기진유계(其進有階) 기변유전(其變有漸) : ‘개혁을 하는 데는 단계가 있고, 변화는 매우 점진적이다.’의 슬기가 있었더라면 천하의 명재상이 되었을 텐데…”라고 아쉬워했답니다.
요즘 검찰 개혁(prosecution reform)이라는 것을 보면서 이이의 이 말이 새삼 가슴에 와 닿는 것은 오로지 나 혼자일까요?
우리가 어떤 프로젝트(project)를 시작하고 추진하는 데는 분명히 밟아야 할 단계가 있습니다. 그리고 계획에 의하여 점진적으로 추진해나가야만 합니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것은 프로젝트를 수행할 조직원(組織員)들과 의사소통(意思疏通, Communication)을 하여 이해를 시키고 한 마음이 되어야만 한다는 것입니다. 아무런 설명도 의사소통도 없이 오너나 힘이 있는 실무진에서 일방적(一方的, one-sided)으로 추진해 나간다면 나중에 조직원들의 반발에 부딪혀 그 프로젝트(project)가 실패(失敗, failure)를 하고 만답니다. 그 프로젝트의 속내에 사심이 들어 있다면 더욱더 그렇겠지요.
그런데, 지금은 조직원의 의사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밀어 붙이는 개혁은 결코 성공할 수도 없거니와 나중에 응분의 대가를 치룰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만 합니다.
어정쩡한 시기이지만, 우리는 새해에 많은 덕담(德談, good word)을 주고받습니다. 젊은 사람들에게 소망을 실현하게 되기를 빌고 특히 나이 많은 분들에게는 건강을 기원하곤 합니다.
저의 새해 소망은 첫째로 나와 가족들의 건강이 최고 우선이겠지요. 그리고 나라 걱정을 아니 할 수가 없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사(就任辭, inaugural speech)에서 한 그 말을 남은 임기 동안이라도 꼭 실천하기를 기원할 뿐입니다. 그래서 성공한 대통령(a successful president)이 되기를 빕니다. 지금은 정보화 시대(information age)입니다. 꼼수는 오래가지 못합니다. 꼼수는 결국 그 책임을 받게 된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합니다.
2020년 1월 11일
글쓴이 소백산 끝자락에서 김 병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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