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개들(Love Dogs)
저는 개들을 여러 마리 기르고 있습니다.
골든레트리버(Golden Retriever) 한 마리와 어미가 분명하지 않은 잡종견(雜種犬, mixed-breed dog) 다섯 마리를 먹이고 있답니다. 나이가 제법 많은 잡종견 ‘점덕이(몸에 큰 점이 많아서 붙여진 이름)’는 벌써 8살이 되었습니다. 개들 세계에서는 환갑을 넘긴 나이가 아닌가 하고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그는 활동량이 줄어들었고 앞발을 절고 있어서 걱정입니다. 이 점덕이는 종 조카로부터 분양받았는데, 누구처럼 아프다고 파양(罷養, cancel adoption)할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우리 가족의 반려견(伴侶犬)이기 때문에 죽을 때까지 키울 생각입니다.
얼마 전 도청 신도시 어느 서점에서 수전 케인(Susan Cain)이 지은 『비터 스위터(Bitter Sweet)』라는 책을 샀습니다. 우리 인간의 슬픔(sadness)과 갈망(渴望, desire)의 감정을 잘 엮어낸 책이 아닌가 하고 생각을 해 봅니다.
이 책 101쪽~102쪽에 보면 지금까지 처음 들어 보는 수피교 신비주의 자인 루미의 「사랑의 개들(Love Dogs)」이라는 제목의 시가 나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약간의 감명을 받아서 옮겨 봅니다.
<루미의 시 중에서도 불가지론자이자 의심 많은 내 자아에 특히 큰 울림을 일으킨 시는 ‘사랑의 개들(Love Dogs)’이다. 어떤 남자가 알라를 외쳐 부르고 있는데 이를 지켜보던 어느 냉소적인 사람이 뭐 하고 있느냐고 묻는다. “내가 쭉 듣고 있었는데 그렇게 불러도 아무런 응답도 받지 못하고 있지 않소?”
남자는 그 말에 마음이 동요되고 만다. 그러다 잠이 들고 꿈속에서 영혼의 인도자 키드르를 만나다. 키드르는 왜 기도를 멈추었느냐고 묻는다. 남자가 답한다. “대답이 오지 않아서 그만두었습니다.” 어쩌면 그에겐 그것이 시간 낭비 같고, 허공에 대고 외치는 기분이 들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키드르는 다음과 같이 일러준다.
그대를 표현하는 이런 갈망이
바로 응답의 메시지니라.
그대가 울부짖게 하는 그 슬픔이
그대를 합일로 끌어 당겨준다.
도움을 원하는
그대의 순결한 슬픔이
비밀의 컵이다.
주인을 찾아 낑낑거리는 개의 신음소리를 가만히 들어 보거라.
그 신음소리가 바로 연결됨이니라.
아무도 그 이름을 모르는
사랑의 개들이 있다.
그대의 삶을 바쳐
그중 하나가 되어라.>
사실 이 시는 종교적인 의미가 한 아름 내포된 시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는 종교인이 아니기에 깔끔하게 뭐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도 뭔가 가슴을 찌르는 날카로운 비수 같은 것과 눈물을 닦아주는 명주실로 짠 부드러운 손수건 같은 것이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시를 매우 좋아하게 되었답니다.
훌륭한 시는 이렇듯이 몇 권의 법학 전문 서적보다 더 소중하며, 우리에게 큰 의미를 부여하는 것 같습니다. 저도 시를 쓰는 사람이지만, 좀 더 배우고 좀 더 사색하여 훌륭한 시를 남기고 싶습니다만, 둔재(鈍才, dullness)라 마음뿐임을 고백합니다.
단기(檀紀) 4,356년(CE, Common Era 2,023년) 5월 28일
소백산 끝자락에서 作家 겸 詩人 김 병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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