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민족과 함께 한 소나무이야기 1
◀ 여성의 비부를 상징하는 소나무 끝눈 부분
솔잎은 두 개가 한 엽초 안에 나고, 그 사이에 사이눈이라는 작 은 생명체를 지니고 있다. 그래서 소나무를 음양수라고 하고, 완 전무결한 부부애의 상징으로 본다.
ⓒ2001 임경빈
저들에 푸르른 솔잎을 보라
돌보는 사람도 하나 없는데
비바람 맞고 눈보라 쳐도
온누리 끝까지 맘껏 푸르다
서럽고 쓰리던 지난 날들도
다시는 다시는 오지 말라고
땀 흘리리라 깨우치리라
거치른 들판에 솔잎 되리라
우리가 익히 들었던 양희은이 부른 노래 '상록수'이다. 소나무처럼 꿋꿋하고 푸르른 삶을 꿈꾸며, 이 노래를 불렀다. 그리고 안치환의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는 군사독재 시대의 억눌린 가슴을 다독거려주는 위안이었다.
한국과 한국인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보편적인 상징물이 뭘까? 한글, 김치, 고려인삼, 한복, 호랑이, 태극, 무궁화 등 많은 것들이 있다. 하지만 오랜 옛날부터 우리 민족의 가슴 속에 깊이 자리잡아온 것은 '소나무'가 아닐까? 예부터 수많은 전설과 그림, 문학작품 등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소재임은 물론 많은 사람들이 고향생각을 할 때 늘 떠오르는 것이 마을 뒷동산에 구부정하게 서 있는 소나무다.
얼마 전에 <숲과 문화>를 수강하는 대학생 280명을 대상으로 가장 좋아하는 나무를 다섯 가지만 쓰라는 시험문제를 낸 적이 있다고 한다. 총 280명의 학생 가운데 무려 245명(88%)이 소나무를 꼽았다.
산림청에서는 지난 3월 전국 18세 이상 1814명과 교수 등 전문가 300명을 대상으로 '산림에 관한 국민의식 조사'를 벌였다. 그 결과 가장 좋아하는 나무로 소나무(58.7%)가 압도적인 지지를 얻어 우리나라 대표 수종(樹種)임을 확인시켜 주었다.
우리 민족은 예부터 소나무와 함께 태어났고, 소나무와 함께 죽었다고 말한다. 왜 우리 민족은 소나무를 그렇게 선호하는가? 그리고 소나무는 그렇게도 좋은 나무일까?
소나무의 이름
소나무는 솔, 참솔, 송목, 솔나무, 소오리나무로 부르기도 한다. 소나무는 '솔'과 '나무'가 합쳐진 말로 'ㄹ'탈락된 것이다. '솔'은 '으뜸' '우두머리'를 뜻하는 '수리'가 변화한 것으로 보고 있어서 결국 솔은 나무의 으뜸이라는 뜻이라 하겠다.
한자로는 '송(松)'이라 하는데 이 한자의 오른쪽의 '공(公)'은 소나무가 모든 나무의 윗자리에 있다는 것을 뜻한다. 또 중국 진시황제가 길을 가다가 소나기를 만났는데 소나무 덕에 비를 피할 수 있게 되자 고맙다고 공작벼슬을 주어 <목공(木公)>이라고 하였는데 이 두 글자가 합쳐져서 송(松)자가 되었다는 말도 전해진다. [본초강목]에는 "소나무는 모든 나무의 어른이라"라는 말도 있다.
소나무는 또 줄기가 붉다하여 적송(赤松), 내륙지방에서 많이 자란다고 해서 육송(陸松), 바닷가에서 자라는 해송보다 잎이 연하여 여송(女松)이라고도 불린다.
소나무는 잎 두개가 모여 한 쌍을 이루는 이엽송(二葉松)이며, 이침송(二針松) 등으로도 부른다. 학명은 '피누스 덴시플로라(Pinus densiflora Siebold et Zuccarini)'인데 Pinus는 라틴어로 나무라는 뜻이며, densiflora는 소나무의 암꽃과 수꽃의 모양을 나타내는 말로서 꽃이 빽빽하게 모여 있다는 뜻이다.
소나무의 종류
소나무과에 속하는 나무는 전 세계에 2백여 종이 있는데 주로 북반구에서 자라고 있으며, 입이 뾰족한 침엽(針葉)의 늘푸른 상록수(常綠樹)이다. 이 소나무과에는 전나무속, 가문비나무속, 잎갈나무속, 개입갈나무속(히말라야시다속), 소나무속이 포함된다.
소나무속은 크게 잣나무아속(Haploxylon)과 소나무아속(Diploxylon)으로 나누는데 소나무속에는 동북아메리카, 북아프리카, 서인도 및 말레이시아 이북의 북반구 지역에 약 1백여 종이 있다.
이 소나무속의 대표적인 것으로 방크스소나무(짧은잎소나무), 백송(白松:흰소나무), 남북송, 금송(金松), 여복송, 처진솔, 반송(盤松:삿갓솔), 은송, 금강송(金剛松), 잣나무, 섬잣나무, 눈잣나무, 리기다소나무, 풍겐 스소나무, 스트로브잣나무, 구주소나무, 만주흑송, 테에다소나무, 해송(海松), 흑반송 등이 있다.
우리 민족의 나무라는 소나무가 세계에는 '재패니즈 레드 파인(Japanese red pine)' 즉 '일본 소나무'라고 알려져 있다. 일제강점기에 일본인들이 이 소나무를 세계에 먼저 소개하여 '재패니즈 레드 파인'이라는 영어 이름으로 통용되고 있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잣나무는 '코리아 파인(Korea pine)' 즉 한국소나무로 알려져 있다. 이 소나무와 잣나무를 구분하는 방법은 하나의 잎자루에 나는 잎이 몇 장인가로 알 수 있다. 즉 소나무와 해송의 잎은 두 장이 한 묶음으로 나고, 리기다 소나무나 백송은 세 장이 하나의 입자루에서 나지만 잣나무는 다섯 장의 잎이 한 다발로 묶여 있다. 그리하여 잣나무를 오엽송(五葉松)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또 잎 외에 알 수 있는 것은 껍질의 색깔이나 모양으로 알 수 있다. 소나무의 나무껍질은 적갈색이나 흑갈색을 띠는데 반해 잣나무는 회밤색이나 암갈색이다. 오래된 나무껍질은 소나무는 두껍고, 거북등처럼 비늘조각으로 쪼개져 떨어지며, 잣나무는 얇고 서로 모양이 다른 비늘조각으로 쪼개져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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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산 독동의 반송 |
▲ 황금송 |
▲ 반룡송 |
천연기념물 357호, 나무의 줄기가 지면에서 여러 갈래로 갈라져서 원줄기와 가지의 구별이 없고, 나무모양이 마치 낙하산을 펼쳐 놓은 것같은 모양이다. ⓒ 소나무야 |
강원도 삼척시에 있었으나 구경꾼의 손을 타서 죽었다. ⓒ 임경빈 |
이천시 백사면에 있으며, 줄기는 몹시 꼬이고, 퍼져 넓은 수관이 발달되었다. ⓒ 임경빈 |
반송(盤松) : 땅의 표면부터 줄기가 여러 개로 갈라져 전체적인 모양이 부채를 편 모양이다. 소나무의 운치를 만끽하면서도 부드럽고 아기자기한 맛을 느낄 수 있어서 조경수로 많이 쓰인다. 조선다행송(朝鮮多行松), 천지송(千枝松), 만지송(萬枝松)으로도 불린다.
황금송(黃金松) : 솔잎이 황금색이며, 흔하게 찾아 볼 수 없는 나무다. 강원도 삼척군에 있는 황금소나무는 많은 구경꾼들에 의해 손을 타서 1995년 죽고 말았다.
용소나무 : 가지가 용틀임해서 구불구불 굽어지는 것으로 유전적인 현상으로 인정된다. 생활력이 강하지 못하다. 대표적으로 충북 괴산의 용소나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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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진 소나무 |
▲ 다닥다닥 소나무 |
나이 500년 ⓒ 임경빈 |
전북 장수군 천천면 ⓒ2001 임경빈 |
처진소나무 : 가지가 밑으로 처진 소나무이다. 이것은 접목을 해도 그대로 나타나는 특성으로 유전적으로 고정된 것으로 류송(柳松)이라고도 부르기도 한다.
도깨비방망이소나무 : 가지 끝에 모여있는 솔방울이 도깨비방망이 같은 모양으로 가지를 둘러싸고 있다. 솔방울의 수가 수십 개에 달하는 것도 있다.
다닥다닥소나무 : 다닥다닥소나무는 수꽃이 있어야 하는 부분에 암꽃인 솔방울로 성전환함으로써 그 부분에 솔방울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것이다. 땅 힘이 좋지 못한 곳의 약한 나무에서 많이 나타나는 현상이다.
금강송(金剛松) : 태백산맥줄기를 타고 금강산에서 울진, 봉화를 거쳐 영덕, 청송 일부에 걸쳐 자라는 금강소나무는 줄기가 곧고, 마디가 길며, 껍질이 유별나게 붉다. 이 소나무는 금강산의 이름을 따서 금강소나무(金剛松)라 하는데 흔히 '춘양목(春陽木)'이라고 알려진 바로 그 나무다. 줄기가 곧고, 수관(나무 줄기)이 좁으며, 나이테 폭이 균등하고 좁다. 결이 곱고 단단하며 켠 뒤에도 크게 굽거나 트지 않고 잘 썩지도 않아 예로부터 소나무 중에서 최고의 나무로 쳤다. 우리나라 소나무 가운데 최우량 품종으로 인정받는다. 조선시대 '황장목(黃腸木)'이라 하여 조정에서 관리하던 소나무가 바로 금강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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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강송 |
▲ 제주의 곰솔 |
강원도 태백산 일대 ⓒ2001 정동주 |
(천연기념물 160호) 나이 600년, ⓒ2001 정동주 |
곰솔(海松, 黑松) : 바닷가에 주로 자라며 나무 껍질이 검으므로 검솔이 변하여 곰솔이 되었고 한자로도 흑송(黑松)이라 한다. 바닷바람과 염분에 강하여 주로 바닷가에 자라므로 해송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둥근소나무 : 가지가 지표면을 따라 거의 수평으로 발달해서 가지의 모양이 반구형(半球形)이다. 가지와 잎이 빽빽하게 발달하고 아랫가지가 생명력이 강하여 오래 살아 남는다.
간흑송(間黑松) : 소나무(육송)와 해송 사이에 교배가 일어나서 만들어진 잡종 소나무.
리기다소나무(Pitch Pine) : 북아메리카 원산의 상록침엽교목이다. 목재의 질이 나쁘고 송진이 많이 나오며 옹이가 많아 유용성이 적지만 어디서나 잘 자라기 때문에 많이 심었다. 리기다소나무는 일본산이 아니다. 우리나라에는 1907년에 수입되어 척박한 임야나 황폐지의 복구를 위한 사방조림 수종으로 전국에 많이 심겨져 있다.
<참고>
소나무, 임경빈, 대원사, 1998
소나무, 정동주, 거름, 2001
소나무에 관하여, 시·박희진, 그림·이호중, 1991
소나무야 : http://myhome.naver.com/withinil/index.html
경성대학교 생물과 식물학팀 : http://my.netian.com/~juksong1/kind.ht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