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블로의 조건반사와 브랜딩
어릴 적 아이들과 전화기 놀이를 한 적이 있다. 이 전화기 놀이란 아이들끼리 어느 한 가지 주제를 서로에게 여러 번 전달하는 게임이었다. 한 아이가 다른 아이에게 귀속말로 말을 속삭이고 이 아이가 다른 아이에게 그 말을 다시 귀속말로 전달하는 식이다.
이 놀이가 재미있는 것은 마지막에 항상 이야기가 처음과 달라진다는 점이다. 원래 '옆집 아저씨가 동네 가게로 물건을 사러 간다'는 이야기가 계속 귀속말로 전달되다 보면, 나중에는 그 아저씨가 '핑크색 티셔츠를 입고 마누라와 함께 하와이로 놀러 간다'는 식으로 와전되는 것이다.
요즘 브랜딩에 관한 정의가 바로 이런 아이들의 전화기 놀이처럼 이상한 뜻으로 와전되고 있는 듯 싶다.
브랜딩은 아마도 마케팅 분야에서 가장 많은 오해와 왜곡, 오용을 겪는 용어 중 하나일 것이다. 많은 '전문가'들에게 브랜딩의 정의에 대해 물어보면 제각각 다른 해석이 나오곤 한다. 그리고 그 해석은 마치 어릴 때 하던 전화기 놀이만큼이나 엉뚱하고 재미있는 결과를 낳곤 한다. 문제는 브랜딩에는 전화기 놀이와는 달리 수많은 돈과 비즈니스 인력이 투입된다는 점이다.
내 동료 중 하나도 비행기 안에서 브랜딩에 대한 엉뚱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 친구는 어느 회사의 마케팅 부서 임원과 비행기를 같이 탔는데, 그 사람의 회사는 최근 브랜딩 캠페인을 위해 1400만 달러를 쏟아 부었다고 한다. 그 캠페인의 내용인 즉, 모든 브로셔와 잡지 광고에 브랜딩 이미지 고취를 위해 3가지 색을 일관성 있게 사용했다는 것이다. 3가지 색을 일관되게 사용하기 위해 1400만 달러를 썼다니, 이건 장난이 아니다.
미국 브랜딩 전문가 중 하나인 롭 프랭클(Rob Frankel)은 브랜딩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브랜딩은 대상 고객이 경쟁사 대신 자사의 제품을 고르도록 하는 것이 아니다. 브랜딩은 잠재 고객이 자신의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특정 회사에만 있다고 인식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맞는 말도 아니다.
브랜딩도 과학의 한 분야다
모든 마케팅 컨셉은 대부분 심리학, 신경 과학, 인류학과 같은 과학적 원리에 기반하고 있다. 브랜딩도 마찬가지다. 브랜딩이 기초하고 있는 과학 원리는 바로 조건반사, 무조건 반사 이론을 만든 파블로프(Pavlov)에서 비롯된다.
파블로프는 1903년, "동물에 관한 실험 심리학과 정신 병리학"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통해 조건반사와 무조건 반사에 대한 이론을 정립했다.
아마도 파블로프는 고등학교 수업 시간에 배운 기억이 날 것이다. 개에게 먹이를 주기 전에 종소리를 울려, 종소리만 울리면 개가 침을 흘리게 만들었다는 내용인데, 이 파블로프의 실험은 종소리와 먹이 사이에 밀접한 심리적 상관관계를 만들었다는데 핵심이 있다.
파블로프의 실험은 브랜딩을 이해하는데 필수적인 3가지 요소를 설명하고 있다.
일관성: 파블로프는 먹이를 주기 전엔 어김없이 종소리를 들려주었으며, 종소리 없이는 절대 먹이를 주지 않았다.
지속성: 종소리는 하루에도 여러 번, 매일 반복됐다.
감정적 애착: 파블로프는 개가 가장 감정적인 애착을 갖는 아이템으로 실험을 했다. 바로 고기였다. 파블로프가 고기가 아닌 마른 빵으로 실험을 했을 때 개는 종소리를 들어도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고기가 아닌 다른 것을 종소리와 연관시켰을 때 개는 오히려 종소리에 성가시다는 반응을 보였다.
일관성과 지속성은 감정적인 애착이 있을 경우에만 브랜딩 효과를 보일 수 있다. 아마도 감정적인 애착을 만들어 내는 것이 브랜딩에서 가장 어려운 과제일 것이다.
또 다른 클릭지(ClickZ) 칼럼니스트인 잭 아론슨(Jack Aaronson)은 이런 심리적인 원리를 마케팅에 도입한 책 한 권을 준비 중이다. 조만간 발간될 "파블로프 마케팅(Pavlovian Marketing)"이라는 책에서 그는 고객에게 감정적 애착을 부여하는 일이 얼마나 까다로운 것인지 설명하고 있다.
만일 고객을 쿠폰에 길들여지도록 만든다면, 이들 고객은 결코 회사에 장기적인 수익이 될 수 없으며 회사 브랜드에 아무런 애착을 갖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런 쿠폰 남용 정책은 고객이 회사 브랜드가 아닌 오직 '가격 할인'에만 애착을 갖도록 만든다는 것이 그의 저서, 파블로프 마케팅에서 말하는 요지였다.
브랜딩에 투자하기 전에는 고객에게 어떤 심리적 애착을 갖도록 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브랜딩은 싸구려 눈속임이나 순간적인 이득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고객과 접촉할 때 고객이 가장 필요한 것을, 고객이 가장 이해하기 쉬운 방법으로 전달하고 있다면 브랜딩은 매우 안전한 길을 걷고 있는 셈이다.
고객에게 고기를 제공할 것인지, 아니면 마른 빵을 제공할 것인지는 여러분의 선택이다.
출처 : 코리아 인터넷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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