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스토리텔링으로 불황 극복하기

forever1 2009. 7. 15. 07:35

 

스토리텔링으로 불황 극복하기

 

 

유명하다는 맛집을 찾아가 보면 음식 맛이 생각만큼 신통치 않을 때가 더러 있다. 기대를 너무 많이 한 탓도 있겠지만 음식 맛보다 마케팅 효과 때문에 유명세를 탄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맛집의 공통점을 찾아보면 감칠맛 나는 음식은 아니더라도 ‘이야기’가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3대에 걸쳐 음식점을 경영한다거나 욕을 잘하는 할머니가 있다거나 음식점 벽에 다녀간 연예인들의 사인이 가득할 때 손님들은 ‘그 집은 말이지…’하며 이야기를 이어간다.

 

강연에서도 거듭 강조한 중요한 내용보다 좀 쉬어가는 차원에서 가볍게 던진 이야기에 청중은 집중력을 발휘한다. 복잡한 내용을 설명할 때도 생활 속의 이야기를 끌어들이면 이해의 폭이 커진다.

 

미래학자 롤프 옌센이 예견한 ‘꿈의 사회(Dream Society)’가 바로 이야기를 통해 고객의 감성을 자극해야만 마케팅이 성공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요즘 기업들이 ‘스토리텔링(Storytelling)’ 기법을 활용하는 이유도 이런 마케팅 전략에 기반을 두고 있다.

 

얼마 전 전남 곡성의 ‘심청이야기 마을’에 다녀왔다. 이 마을은 <심청전>을 소재로 한 곡성군의 관광 상품이다.

‘심청이야기 마을’에 주목하는 이유는 추억을 자극하는 멋진 체험 때문이 아니라, 심청전을 소재로 관광 상품을 만든 발상이 신선해서다. 나비를 축제 상품으로 만든 ‘함평나비축제’보다는 창의성에서 뒤떨어질지 모르지만 이야기를 소재로 관광 상품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스토리텔링’의 사례로 평가할 만하다.

 

이야기를 활용해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스토리텔링’ 마케팅은 다방면에서 쓰이고 있다. 여의도 63시티는 수족관 판촉을 위한 스토리텔링으로 매출이 크게 늘었다. 단순한 물개 쇼에 ‘소림사로 간 물개’와 ‘바다 공주 샬리를 찾아서’란 이야기를 접목한 결과 관람객의 반응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2012 여수세계박람회’를 준비하는 여수시는 여수를 알리는 다양한 방안을 강구 중이다. 그 가운데 눈길을 끄는 것은 ‘2명의 이순신 장군 이야기’다. 서울 충무로가 고향인 충무공 이순신과 광명 출신의 무의공 이순신 장군 이야기를 ‘스토리텔링’으로 만들어 여수를 효과적으로 알린다는 생각이다.

 

충무공 이순신 이야기야 귀가 따갑도록 들었지만 무의공 이순신을 아는 사람은 아마도 많지 않을 것 같다. 무의공 이순신은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부하 장수로 임진왜란에서 큰 공을 세운 인물이다. 해군엔 구축함 이순신호와 잠수함 이순신호가 있는데, 잠수함이 바로 무의공 이순신 장군을 기리는 것이라고 한다. 400년 전 우리나라를 구한 ‘2명의 이순신’을 어떻게 스토리텔링으로 만들어낼지 궁금하다.

 

생수업체 에비앙, 주방용품업체 윌리엄스 소노마, 커피전문점 스타벅스 등이 스토리텔링 기법의 선두업체라는 평가를 받지만, 국내에서도 대기업과 지자체는 물론 소규모 맛집에서도 활용할 만큼 스토리텔링이 확산되고 있다. 다만 성공의 관건은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얼마나 지속시킬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writing 이제경 매경이코노미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