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만년 전 인간의 품으로 온 개 .. 이젠 하품까지 전염되는 사이
강찬수 입력 2018.02.15. 00:03 수정 2018.02.15.
덩치 큰 네안데르탈인과 경쟁 이겨
가장 작은 개는 키 8cm '스쿠터'
미국산 자이언트 조지는 111kg
후각세포 2억2000만개, 인간 50배
냄새로 일란성 쌍둥이 구별 가능
일반적으로 개는 1만3000년~1만5000년 전 동아시아에 살았던 늑대의 후손인 것으로 알려져 왔다. 수렵생활을 하던 인류가 농사를 지으면서 정착 생활을 하게 됐고, 마을 근처 쓰레기장에서 음식을 주워 먹던 늑대가 점차 사람에게 길들었다는 이론이다.
하지만 2008년 벨기에에서 3만1700년 전의 개 유골이 발견됐고, 2011년에는 시베리아에서 3만3000년 전의 개 두개골이 발견되면서 기존 이론은 뒤집혔다. 농경이 시작되기 전에 이미 개가 등장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사냥꾼들이 남긴 동물 뼈를 먹기 위해 늑대가 야영지를 찾아왔거나, 사냥꾼이 어린 늑대 새끼를 데려와 기르면서 개가 탄생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최근에는 3만3000년 전에 돌연변이로 늑대와 개의 중간쯤인 ‘늑대-개’가 출현했고, 점차 개로 가축화됐다는 이론이 등장해 시선을 끌고 있다.
네안데르탈인은 현생인류보다 덩치가 더 크고, 사냥 기술도 뒤지지 않았다. 자칫 현생인류가 네안데르탈인에 밀려 사라졌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현생인류는 늑대를 길들여 개로 가축화하고, 매머드 등을 사냥하는 데 개를 활용한 덕분에 네안데르탈인보다 우위에 설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인류는 개를 가축화함으로써 개가 가진 달리기 능력, 냄새로 먹잇감을 추적하는 능력, 먹잇감을 둘러싸고 위협해 붙잡아두는 능력, 먹잇감을 직접 공격하는 능력을 얻었다. 사냥개 없이 사냥에 나설 때 사냥꾼 한 사람이 획득하는 사냥감은 하루 약 8.4㎏이다. 반면 개를 동반한 경우에는 1인당 13.1㎏을 얻을 수 있어 56%나 증가한다.
사람만 도움을 받은 것은 아니다. 개들도 인간이 나눠주는 음식 덕분에 식량을 쉽게 구할 수 있었고, 다른 육식동물의 공격과 경쟁으로부터 보호받았다.
2009년 뉴질랜드에서는 몰티즈 품종에 속하는 ‘스쿠터’라는 이름의 개는 세계에서 가장 작은 개로 소개됐다. 키가 8㎝, 코에서 꼬리까지 잰 몸길이가 20㎝에 불과했다. 이런 개들이 산이나 들에서 직접 사냥에 나서기는 어렵다. 반면 ‘자이언트 조지’란 이름의 미국산 개는 선 자세에서 어깨까지의 높이가 1.09m, 체중은 111㎏이나 됐다.
품종에 따라 개 특성도 다르다. 그레이하운드는 유선형 몸매와 함께 곡선 구간을 달릴 때도 속도를 줄이지 않아도 되는 뛰어난 코너링 능력을 갖추고 있어 달리기를 잘한다. 경비견으로는 독일산 셰퍼드 종인 ‘타이탄 경비견’이 유명하다. 독일 전문 훈련기관에서 훈련을 받은 개는 한 마리에 1억3000만원에 팔리기도 한다.
개는 냄새로 일란성 쌍둥이도 구별할 수 있다. 2011년 체코의 연구팀은 같은 집에, 같은 음식을 먹고 생활하는 일란성 쌍둥이라도 구별한다는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DNA로도 구별할 수 없는 게 일란성 쌍둥이이지만, 개들은 솜에 묻은 체취를 바탕으로 일란성 쌍둥이를 구별하는 데 성공했다.
개는 사람보다 빛이 희미할 때에는 사람보다 더 잘 볼 수 있으나, 밝은 빛에서는 사람보다 시각이 떨어진다. 붉은색, 파란색, 노란색 등 색을 구별할 수는 있지만, 사람만큼 색을 뚜렷이 구별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개는 눈의 수정체 두께를 조절하지 못해 가까이 있는 것을 선명하게 보지 못한다. 대신 냄새로 확인한다.
개가 사람을 핥는 행위는 반가움을 표시하는 수단이다. 학자들에 따르면 갯과(科) 동물은 사냥터에서 돌아온 어미의 얼굴과 주둥이를 새끼들이 핥는데, 이는 아직 소화되지 않은 고기를 뱉도록 하기 위해서다. 늑대와 늑대 새끼 사이의 행동이 사람과 개 사이의 교감을 나타내는 행동으로 바뀐 셈이다.
사람이 하품하면 개도 하품을 한다. 2008년 영국의 연구팀 실험 결과를 보면, 사람이 실제로 하품을 하면 개들이 따라 하품하지만, 사람이 단순히 입만 벌린 경우는 따라 하지 않았다.
이처럼 지난 3만 년 동안 인류와 개는 같이 진화했다. 개는 가축이 아니라 인류의 영원한 친구로 자리 잡았다. 그런 개를 우리는 친구로 제대로 대접하고 있는 것일까.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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