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뉴스

워싱턴에서 한미일 NSC 수장 긴급 회동

forever1 2018. 4. 12. 08:26



워싱턴에서 한미일 NSC 수장 긴급 회동

김현기 입력 2018.04.12. 07:04 수정 2018.04.12. 07:08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야치 NSC국장 동시 입국
백악관에서 신임 볼턴 미 NSC보좌관과 첫 만남
'정상회담 시리즈' 앞두고 비핵화 해법 공동 모색한 듯

한·미·일 3국 국가안보 수장이 워싱턴에서 극비 회동을 갖고 남북, 북미 정상회담 대응방안을 공동 논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11일 오전 11시15분 경(현지시간) 워싱턴 DC 인근의 덜레스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또 거의 비슷한 시간인 오전 10시40분 쯤 야치 쇼타로(谷內正太郞) 일본 NSC 국가안전보장국장도 같은 공항을 통해 입국하는 것이 본지 취재진에 의해 포착됐다.

야치 국장은 일 NSC 야마다 시게오 내각심의관(전 주미대사관 정무공사) 등과 함께 ANA항공편으로 덜레스 공항에 도착, 준비한 차량을 타고 이동했다.

정 실장은 일반 입국장이 아닌 별도 게이트를 통해 빠져나가 대사관 차량으로 이동했다. 반면 야치 국장은 일반 입국장으로 나와 관용차가 아닌 렌터카를 통해 백악관으로 향했다. 양자 모두 보안에 각별히 신경을 쓰는 모습이었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태우기 위해 워싱턴 덜레스국제공항 별도 입국 게이트 앞처에 대기하고 있는 주미대사관 차량. 촬영=정효식 워싱턴 특파원

야치 국장은 공항에서 본지 취재진의 "어떤 일로 왔느냐. (한미일) 3국회동을 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별다른 대답없이 가벼운 미소를 보인 채 공항을 빠져나갔다.

정 실장과 야치 국장은 바로 백악관으로 이동, 이날 오후 이틀 전(9일) 백악관 NSC 국가안보보좌관에 취임한 존 볼턴과 각각 첫 회동을 갖고 북한 비핵화를 위한 로드맵 등 구체적인 북핵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11일 오후 3시경(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앞에 도착해 취재진에 반갑게 악수를 건내는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사진=이광조 촬영기자

정 실장은 오후 3시(현지시간) 백악관에 도착, 대기하던 본지 기자의 질문에 별다른 답을 않은 채 "수고많으십니다"란 말을 건낸 채 수행원들과 함께 회담장으로 들어갔다. 표정은 밝았다.

워싱턴 소식통은 "이날 백악관 회동에서 정의용-볼턴, 야치-볼턴 간 양자 회담만 별도로 이뤄졌는지, 혹은 한·미·일 NSC 책임자 간 3자회담도 이뤄졌는지는 아직 확인할 수 없다"며 '다만 미·일 정상회담(17~18일), 남북 정상회담(27일), 북미 정상회담(다음달 혹은 6월초 예정)으로 이어지는 '트라이앵글(3각) 정상회담'에 대비하는 공동 방안이 직간접적으로 심도있게 다뤄진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백악관 입구로 수행원들과 함께 걸어 들어가는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사진=이광조 촬영기자

이날 회동은 전임 미 NSC 사령탑이던 허버트 맥매스터 보좌관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던 정 실장 측이 볼턴 신임 보좌관과 긴밀한 핫라인을 조기에 구축하기 위해 신속한 양자 회동을 요청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대화를 우선시하는 우리 측과 달리 볼턴은 취임 직전까지 대북 선제타격론을 주장했던 '초강경파'로 분류되는 만큼, 일단 만나 신뢰관계를 만드는 것이 급선무란 판단을 했다는 것이다.

지난 9일 정식 취임한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볼턴은 내정자 신분 당시는 외국 관료들과 만나지 않는다는 방침에 따라 회동을 미뤄왔고, 공식 취임 이틀 만인 이날 전격적인 회동이 성사됐다.

한편 이날 회동은 한-미, 미-일 NSC 수장 간 양자 채널 구축 뿐 아니라 한·미·일 NSC 3자 협의체의 새로운 출범이란 측면에서도 큰 의미를 갖는다. 맥매스터 보좌관 재임 당시는 정의용-맥매스터-야치 3자 간의 '샌프란시코 비공개 회동'이 수시로 열려 3국 간 의사소통의 창구가 돼 왔다. 최근에는 지난달 17~18일 샌프란시스코에서의 회동이 있었다.

따라서 이날 정의용-볼턴-야치의 회동이 이뤄졌을 경우 볼턴 NSC 체제 하의 새로운 3국 간 신뢰관계가 구축됐을 것으로 전망된다.

11일 오전(현지시간) 워싱턴 인근 덜레스국제공항에 도착한 야치 쇼타로 일본 국가안전보장(NSC) 국장(오른쪽).사진=김현기 워싱턴 특파원

또 북한의 비핵화 해법을 놓고 미·일은 '일괄타결'과 '지속적인 최대 압박'을 주장해 온 반면 우리는 단계적 해결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어서, 이날 회동에서 과연 어떤 접점을 찾았는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워싱턴의 외교소식통은 "미국도 '일괄타결'을 주장하긴 하지만 결국은 그걸 이행하기 위한 조치는 단계적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다만 그 단계적 조치의 간격을 어느 정도로 최대한 앞당길 것인가가 논의의 초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초강경 매파'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AP=연합뉴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볼턴 취임 첫날인 지난 9일 백악관에서 각료회의를 주재하며 북·미 간 접촉 사실을 확인하며 "(정상회담에선) 비핵화 협상을 할 것"이라며 기대감과 동시에 자신감을 내비친 바 있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