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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쌍둥이를 기억하시나요..시리아 화학무기 공격 1년

forever1 2018. 4. 13. 12:39



이 쌍둥이를 기억하시나요..시리아 화학무기 공격 1년

김혜지 기자 입력 2018.04.02. 14:50 수정 2018.04.02. 14:57


"잊을 수 없는 기억"..피해 주민들 '트라우마'
미군 보복공습 이후 국제대응 전무.."나약하다"
지난해 4월 시리아 정부군의 화학무기 공격 당시 일가족 19명을 잃은 압둘하미드 유수프. © AFP=뉴스1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시리아 정부군이 화학무기 공격으로 자국민 80여명을 살해한 지 1년이 지났다. 한 장의 사진이 참혹한 내전 상황과 화학무기의 공포를 다시 한 번 일깨우고 있다.

사진은 한 남성이 차갑게 식은 두 젖먹이의 주검을 껴안고 있는 모습이다. 그는 자국 정부의 사린가스 공격으로 아내와 두 아이를 한꺼번에 잃은 압둘하미드 유수프(29)다. 참사 당일은 그의 결혼기념일이었다.

미 언론들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유수프와 다른 피해자들의 사진을 보고 시리아 정부군에 대한 전격적인 보복 공습을 결정했다. 그만큼 세계에 경종을 울린 것이 사진이다.

유수프는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당시의 기억을 떨쳐낼 수 없다고 한다. 그는 "공격을 자행한 시리아 정부가 대가를 치러야 하며 국제사회가 강한 자세를 취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유엔 등의 국제기구는 무력하기만 하다.

1일(현지시간) AFP통신은 지난해 4월4일 시리아 북서부 칸셰이쿤 지역에 떨어진 화학무기가 주민들에게 준 트라우마와 국제사회의 미흡한 사후 대처를 조명했다.

지난해 4월4일 시리아 정부군의 화학무기 공격으로 숨진 생후 11개월 난 쌍둥이 남매 아야와 아흐메드. (페이스북 갈무리) © News1

칸셰이쿤 화학무기 공격은 시리아 내전 7년을 통틀어 가장 충격적인 사건 중 하나였다. 반군 통제 지역에 대한 정부군의 사린가스 추정 물질 공습은 국제사회의 반발을 샀으며 미군의 대응 폭격을 촉발했다.

유수프는 목숨을 잃은 11개월짜리 쌍둥이 아야와 아흐마드를 품에 안은 당시를 회상하며 "내 신체의, 내 영혼의 일부를 잃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한 해가 다 된 지금도 아이와 아내가 묻힌 묘지를 찾는다는 유수프는 "난 다시 시작할 수 없을 거다. 과거를 잊지 못할 것"이라고 슬퍼했다.

아흐마드 알유수프(20)는 화학무기 공습 때 부모와 어린 동생 2명을 비롯한 일가족 모두를 잃었다. 그 역시 공습 사실을 듣고 집으로 뛰쳐가 가족들의 숨이 멎어가는 모습을 지켜본 때를 잊지 못했다.

그는 "집에 오갈 때마다, 내 앞에 그들이 있는 것만 같다"고 말했다.

시리아 정부는 2013년 화학무기금지조약에 서명한 이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화학무기를 사용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미국과 유엔 조사관들은 시리아 정부가 협정을 어기고 화학무기 공격을 일삼고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사린가스보다 독성을 약하게 조절할 수 있는 염소가스의 경우 반군 지역에서 숱하게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리아 인권관측소(SOHR)나 시리아 미국인의료협회 등은 화학가스 노출이 확실한 증세를 호소하는 환자 케이스를 다수 보고하고 있다.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대사가 시리아 화학무기 공격 당시 사진을 들고 있다. © AFP=뉴스1

유수프는 "국제사회가 강한 태도로 대응해야 한다. 아사드 정권은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역설했다. 하지만 사실상의 처벌이나 제재는 힘든 상황이다. 시리아의 동맹인 러시아가 유엔 상임이사국으로서 이를 막고 있기 때문이다.

유일한 보복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나온 미군 공습이었다. 미군은 정부군 화학무기 공격이 있었던 같은 달에 토마호크 59발을 시리아 공군장에 퍼부었다.

그러나 그 이후 국제사회 대응은 전무했다. 유엔을 중심으로 대응 논의와 전문가 패널 조사가 있었으나 이것이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화학무기 공격은 엄연한 전쟁범죄에 해당하나, 국제재판소 회부 등은 러시아에 막혀 꿈꿀 수 없는 일이다.

피해 주민들은 국제사회가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에 책임을 충분히 묻지 못했다고 입을 모은다.

사린가스 투하 당시 부모와 조카, 사촌들을 잃은 모하메드 알자와라(24)는 시리아 대통령 아사드가 "법정에 서서 대가를 치르길 바란다"며 "세계 정상들은 성명에 이어 성명을 냈을 뿐 결국에는 나약했다"고 비판했다.

icef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