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디아의 비참한 타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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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디아의 비참한 타협

 

둘째 동생이 죽은 후 1년 넘게 글을 쓰지 않았었습니다. 그런데 10여 년을 난독증을 앓았던 정주영 님이 지은 『하버드 상위 1퍼센트의 비밀』이라는 책을 구매하여 읽던 중 감동을 받은 대목이 있어서 제 기억 속에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어서 이렇게 소개해 봅니다.

《1967년 10월 영국의 노팅엄에 나디아 코민이라는 여자아이가 태어났다. 나디아의 성장 속도는 정상적인 아이들에 비해 느렸다. 말은 어눌했고 교실에 앉혀두자 아이는 제 발로 뒷자리에 앉아선 없는 학생이 되었다. 그러나 전 세계의 심리학자와 미술학자들은 나디아의 행동을 비디오로 녹화하며 열띤 토론을 벌였다.

나디아는 아주 어린 나이부터 놀라운 관찰력과 미술적 재능이 있었다. 여섯 살이 되던 해 그녀가 몇 시간 동안 사물을 집요하게 관찰하고 그린 작품들은 16세기 중엽의 ‘르네상스 미술가’들의 작품에 비견될 절도로 선과 명암이 살아 있었다.

지능과 독해력 그리고 사회가 묻고자 하는 성적표로 기록될 모든 것들은 형편없을 정도로 낮았지만, 미술을 그릴 때만큼은 나디아는 모든 신호가 차단된 머릿속에서 자신이 그릴 작품이 완성해야 할 전부인 것처럼 행동했다.

그리고 그렇게 완성된 작품들은 영국의 심리학자인 로나 셀프가 나디아에 대한 자신의 연구 논문 표지로 당당하게 내세울 정도였다. 셀프가 나디아를 몇 달간 관찰했던 기록을 읽어보자.

“나디아는 몇 시간을 앉아 한 대상을 오랫동안 관찰하고 그것을 그림을 표현했다. 평균적으로 10개 단어도 말하지 않고 평소 내내 침울하던 나디아가 그림을 그릴 때는 가장 살아 있는 표정과 제한된 집중을 보였다.”

나디아는 동물 중에서도 ‘말’을 오랫동안 관찰하고 깊게 빠져들었는데, 심리학자들은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지성을 가졌던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명화를 나디아에게 건네봤다. 실험실 속 나디아는 다 빈치의 그림에 한참 집중하더니 이후 자신이 그린 그림을 학자들에게 보여줬고, 학자들은 ‘믿기 힘들 정도의 재능’과 나디아의 ‘극단적인 사실주의적 표현’에 감탄했다. 영국의 대학 실험실 안에서 학자들은 또 다른 다 빈치의 탄생을 발견한 것이다. 그것도 다섯 살의 어눌해 보이는 자폐 아동에게서 말이다.

셀프는 나디아의 재능을 좀 더 객관적으로 밝히고자 또래가 그린 평균적인 미술 작품 표본도 제시한다. 얼마나 놀라운 재능의 등장인가? 한창 또래 아이들과 부모의 시선 속에 적당히 커나갈 시기에 ‘제한된 집중’이 발휘되자 다 빈치의 빛이 한 자폐 아동에게도 밝혀졌다. 학자들은 또 다른 다 빈치의 탄생을 예감하며 30년간의 장기 추적 조사를 실시했다.

그리고 시계를 현재로 감아보자. 혹시 우리는 또 다른 폴 세잔의 탄생을 만나볼 수 있을까? 차단과 미술만을 향한 ‘제한된 집중’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고 뛰어난 미술 재능 성취도를 보였던 나디아는 어떤 결말을 맞이했을까?

30년의 뚜껑을 열어보기 전에 1970년대에 나디아를 지켜보던 학자들은 나디아의 ‘형편없는 언어 능력’을 지적했고, 나디아의 부모는 그녀를 일반적인 사회인으로 길러내고 싶어 했다. 물론 나디아의 특별한 미술 재능은 자랑거리였지만 남들처럼 자녀가 안정적인 길을 걷는 모습을 지켜보고자 하는 것 또한 부모의 마음이다.

나디아에게 좋은 교실과 좋은 선생님들이 선물 되었다. 다른 학생들처럼 어떻게 행동해야 되는지, 무엇이 자기보다 더 대단하고, 자신의 재능이 사회 속에서 어느 정도의 성적표로 등장하는지 따위가 주입되었다. 참 좋은 선물이다. 그렇지 않은가? 어쩌면 호너나 체임버스, 세잔과 같은 외골수의 삶이 그린 곡선보다 완만한 곡선의 한 부분이 될 때가 더 편할 것이다.

트레퍼트 교수는 30년간 장기 추적 및 조사되었던 나디아의 사례를 다음과 같이 마무리한다.

“나디아는 전통적인 학교 시스템에 맡겨지면서, ‘제한된 집중’이 해제가 되고 특별했던 미술의 재능을 잃게 되었다. 나디아의 뛰어난 차단과 집중력은 더 많은 언어를 익히고 일상 속에 살아가는 법이 주입되며 희석되어 갔다.”

트레퍼트는 정리한다. “이는 가장 비참한 재능의 균형이다.” 그리고 나디아의 보고서는 이렇게 마무리된다.

“나디아가 학교 교실에 맡겨질 동안 나디아의 언어 능력을 발달 시키기 위해 부단한 학교 교육이 이뤄졌다. 그리고 다행히 나이다의 언어 능력은 발전되었다. 그리고 교사는 나디아의 미술적 재능도 챙기고자 미술 시간에 그녀에게 펜과 도화지를 쥐어줬다. 그러나 나디아는 더는 예전처럼 열성적이지가 않았다. 나디아는 또래들이 어떻게 그리는지를 눈여겨보다 아이들처럼 그리기 시작했다. 학교가 나디아를 책임지자 나디아의 미술적 재능은 냉혹하게 증발했다. 우리가 주목했던 나디아의 미술적 재능은 완전히 사라졌다.”

나디아가 학교 문을 나설 때 그녀는 미술 분야에서 완전히 발을 끊었다. 그리고 중년의 여성이 되어 한 편의 비참한 보고서가 배달되었을 무렵 그녀는 사망했다. 나디아는 자신의 분야에서 가장 완벽한 차단과 집중력을 보였다. 그러나 사회적 신호에 반응하기 시작하자 그녀의 재능은 평균 그래프의 어딘가로 증발되어버렸다. 그들은 나디아에게 무슨 짓을 저질렀던 걸까? 그리고 이것은 좀 더 근본적인 질문을 하게 만든다. 우리 또한 우리 자신의 재능에서 얼마나 많은 것을 타협하며 놓쳐왔던 걸까? 제한된 집중과 차단은 지능에 상관없이 특별한 재능을 선물한다. 그러나 그 재능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사회가 쉽게 한계를 그어대던 많은 것들을 차단하고 싸워야만 한다.》

안타깝게도 우리 주위에도 사회교육이라는 미명 아래 그들의 재능이 말살된 사람들이 많을 것입니다. 현대에서는 팔방미인으로는 성공할 수가 없습니다. 멀티태스킹(Multitasking)의 허상을 좇지 말아야만 합니다. 오로지 단 하나의 전문가가 되어야 성공할 수가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미국의 장군이 었던 조지 S. 패튼(George S. Patten)은 “스스로 결정한 단 하나를 위해 노력하는 외골수가 되어라”라고 말한 것 같습니다.

 

단기 4,355년(CE Common Era 2,022년) 8월 14일

소백산 끝자락에서 작가(作家) 김 병 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