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이 인체에 끼치는 영향
사실 저는 1년 남짓 전에는 술을 매일 마시다시피 했습니다. 친구들과 회사 동료들과 혹은 형제들과 저녁을 먹으며 마셨습니다. 아니면 혼술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코로나 백신을 1차 맞은 후부터 배가 많이 아파서 술을 끊게 되었답니다. 우리 회사 직원 중에는 종전의 저처럼 매일 술을 마시는 친구가 있습니다. 걱정이 되곤 합니다.
현직 약사이신 송은호 씨가 쓴 『히스토리 메디슨(History Medicine)』이라는 재미있는 책 속에 「술이 인체에 끼치는 영향」이라는 글이 있어서 전문을 소개할까 합니다.
《술은 인류가 가장 오랫동안 사용해온 약 중 하나다. 실제로 그리스 시대 기록을 보면 포도로 만든 와인을 약으로 활용했다고 한다. 술을 마시면 어떤가? 알딸딸해지고 감각이 무뎌지며 잠이 온다. 이런 특징 때문에 술은 오래전부터 최고의 진통제이자 마취제, 수면제로 쓰였다. “술을 마시면 개가 된다”라는 말이 있듯, 판단력이 흐려지고 감정적으로 변해 호전성이 증가하거나 겁이 없어져서 전쟁에 나가기 전 많은 부족들이 술을 마셨다. 그리고 평소에는 하지 않는 기괴한 행동과 자유분방한 사고 때문에 제사나 굿을 할 때 최면 환각제로 쓰거나, 열이 나거나 힘이 없을 때 마시는 자양강장제 역할을 하거나, 상처를 소독하는 소독제로도 사용했다.
술을 가열한 뒤 그 증기를 액체로 다시 만드는 증류 기술은 술 제조 기술의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기존의 술보다 응축되고 순수하며 알코올 함량이 훨씬 높은 술을 만들 수 있었다. 동시에 술의 종류도 다양해졌고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약으로서의 술이 등장했다. 과거 치료를 위해서 약초를 사용할 때는 그대로 먹거나 물에 타서 차처럼 마시는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약초를 통째로 먹는 것은 독성과 부작용에 노출될 위험이 컸고, 물에 타서 마시는 방법은 효과가 너무 약했다. 특히 물에 잘 녹지 않는 성분은 차로 녹여내기가 힘들었다. 이때 등장한 약술은 큰 장점이 있었다. 먼저 순도 높은 알코올에 약초를 담그면 물에 녹지 않는 성분도 쉽게 추출할 수 있다. 또 다른 장점은 알코올 자체가 인체의 혈액 순환과 대사를 빠르게 만들어 줘서 효과가 차에 비해 더 빠르게 나타났다. 술에 담가서 보관하니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었다.
약으로 쓰이는 술의 종류는 다양하다. 칵테일 만들 때 쓰이는 아메르 피콘(Amer Picon)이라는 술은 애초 말라리아 예방을 위해 알코올에 담담, 퀴닌, 설탕 시럽을 섞은 약이었다. 리큐어 향료인 앙고스투라 비터스(Angostura Bitters)는 열대 기후병을 예방하기 위해 남미에 자라는 용담 나무껍질 액으로 만든 약이었다. 우리가 잘 아는 토닉 워터(Tonic Water)는 원래 말라리아 약 성분인 퀴닌(Quinine)의 쓴맛을 가리기 위해 레몬, 라임, 탄산수 등을 넣어 만든 것이고, 스코틀랜드에서 감기에 걸렸을 때 마시는 따뜻한 칵테일인 핫 위스키 토디(Hot Whisky Toddy)도 마취제와 항생제로 쓰였었다.
물론 술은 인체의 건강에 이바지하기도 하지만, 건강을 해치는 데도 많은 역할을 한다. 술이 인체에 끼치는 악영향은 안 끼치는 데가 없을 정도로 광범위하다. 혈압과 심혈관 질환 발병률은 높이고, 불면증과 성격 변화를 일으키거나, 알코올 중독을 일으킨다. 몸에 수분을 가져가는 탈수 증세와 비뇨 생식계, 내분비계, 피부와 골격까지 악영향을 끼치고, 뇌를 쪼그라뜨려서 치매 발병률을 높인다. 젊은 인구 중 간암, 간경화, 지방간 환자의 비율이 증가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 역시 과도한 음주다. 그렇다면 “적당한 술은 건강에 좋다”는 의견은 어디서 나온 걸까?
이 주장을 뒷받침하는 가장 빈번히 쓰이는 사례가 아마 프렌치 패러독스(French Paradox)일 것이다. 이는 1979년 프랑스 의학 박사팀이 유명 의학지 〈란셋(The Lancet)〉에 게재한 논문에서 시작된 용어다. 심장 질환의 발병 위험이 큰 55세에서 64세 사이 유럽 인구를 조사했는데, 유독 프랑스의 사망자 수가 낮게 나왔다. 프랑스 사람들이 높은 포화 지방 섭취에도 불구하고 심장 질환 발병률이 낮은 이유는 꾸준히 와인을 마셨기 때문이라는 것이 의학자들의 설명이었다. 그 외에도 적당한 음주가 오히려 혈압과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춘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그렇다면 적당한 음주는 어느 정도를 말하는 걸까? 연구진 의견에 따르면, 맥주는 하루 1캔, 소주는 하루 2잔, 와인은 하루 1잔이라고 한다. 우리가 생각하는 적당량과 쾌 차이가 있지 않은가?》
주백약지장(酒百藥之長)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술이 백 가지 약 중에 으뜸이다’라는 말이겠지요. 이 말의 출처는 ‘한서(漢書)’의 「식화지(食貨志)」로서 왕망이 내린 조서 첫머리의 일구 「소금은 식효(食肴)의 장(將)이고, 술은 백약의 장이고…」에서 나왔습니다.
제가 경험한 바에 의할 것 같으면 술은 우리의 몸에 이로움보다는 해악이 더 많다는 사실입니다. 술을 끊고 나니까 당뇨를 제외한 간 수치 등이 모두 정상적으로 돌아왔고, 특히 정신이 훨씬 맑아진 것 같아서 좋습니다. 특히 책을 많이 읽으며 새로운 지식을 얻을 수 있는 것이 너무 좋습니다. 주류업계에서 저를 미워하겠지만, 우리 술을 끊고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아갑시다.
단기(檀紀) 4,355년(CE Common Era 2,022년) 8월 21일
소백산 끝자락에서 작가(作家) 김 병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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