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과 시

내 친구니까요

forever1 2009. 4. 9. 07:21

내 친구니까요

       

      베트남전쟁이 한창일 때 한 부락의

      고아원에 박격포 탄이 떨어졌다.

      몇 사람이 죽고 몇 사람은 부상당했다.

       

      급히 도착한 미국인 의사와 간호사들은

      여덟 살 소녀를 먼저 치료하기로 했다.

      부상이 심했던 것이다.

       

      당장 수혈이 필요한 이 소녀와 혈액형이 맞는

      사람은 부상당하지 않은 고아 몇 명뿐이었다.

       

      베트남어를 모르는 의사는 그 아이들에게

      필사적으로 손짓 발짓을 섞어가며

      "다친 이 소녀에게 누군가 피를 나누어 주지 않으면

      틀림없이 죽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설명해 주려고 애썼다.

       

      한참 후 '헹'이라는 이름표를 단 아이 하나가

      머뭇거리며 손을 들었다가 도로 내렸다.

      그러다가 짐짓 확신에 찬 얼굴로 다시 손을 들었다.

       

      간호사는 즉시 헹의 팔을 걷었다.

      팔에서 피를 빼내고 있기를 얼마 후

      헹은 나머지 한쪽 손을 들어 얼굴을 가리더니

      작은 몸을 떨며 흐느꼈다.

       

      당황한 의사와 간호사들이 어쩔 줄 모르고 있을 때

      때마침 베트남 간호사가 도착했다.

      헹과 몇 마디 나누던 그녀는 싱긋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헹은 당신들과 말을 잘못 알아들었습니다.

      당신들이 이 어린 소녀를 살리기 위해

      자기 피를 전부 뽑아 주겠냐고 물은 줄 알았던 거예요.

      자기는 죽는 거고요."

      "그렇다면 왜 이 아이는 자진해서

      피를 뽑아 주려고 했을까요?"

       

      베트남 간호사가 헹에게 똑같은 질문을 하자

      울음을 그친 헹은 너무나 맑은 얼굴로 이렇게 말했다.

       

      "걘 내 친구니까요."

       

                                                           -『통하는 기도』차동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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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구     
                              함석헌

       

      그대 그런 사람을 가졌는가
      멀리 집 나서는 길
      처자를 내 맡기는
      맘 놓고 갈만한 사람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이 다 나를 버려
      마음이 외로울 때에도
      ‘저 마음이야’ 하고 믿어지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탔던 배 꺼지는 시간
      구명대 서로 양보하며
      '너만은 제발 살아다오’ 할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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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구가 많다는 것은

      친구가 전혀 없다는 이야기다. 

       

      나이가 같다고?

      같은 학교를 나왔다고?

       

      그 혼이 닮은,

      친구 하나 있다면 족하리라.

       

      - 지 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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