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부는 날
이효녕
이 세상 기웃거리는 동안
바람이 세차게 불었습니다
하늘에 스쳐 지나간 자리
별 하나가 외롭게 깜박입니다
나무에 스쳐 꽃이 핀 자리 아래
낙화한 꽃송이가 꽃잎의 연서로 떨어져
지상에 별이 되었습니다
가장 키 낮은 들길에 핀 들꽃마다
바람이 꽃향기로 머물러
눈부신 시간을 즐깁니다
내 삶의 바람이 불어
가슴을 쓸고 갈 때
비어진 마음 위로 쏟아진 아침이슬
풀잎을 깨우려 굴러다닙니다
바람이 불 때마다 흔들리는 이 세상
오늘은 온종일 소리 없이 비가 내려도
내 마음 하얀 빨래로 모두 말려
작은 영혼의 꿈을 만듭니다
내 영혼은 바람이 끝내 감싸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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