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난다는 것
이효녕
이 세상 떠나지 않는 것이 어디 있으랴
한 밤중 어둠 위에 걸친 별도 새벽이면 떠나고
초승달도 배를 불려 보름달로 떠나고
아름답게 핀 꽃잎들도 향기조차 없이 떠나니
이 세상 떠나지 않는 것이 어디 있으랴
하늘을 떠나온 빗방울이 지상으로 떠나고
지상에 모아진 빗물이 흘러 바다로 떠나고
나무들도 끝내는 고사목 되어 떠나고
하루하루 세월에 묻혀 아등바등 살던 사람도
어느 날 빈 몸으로 홀로 떠나 보이지 않으니
이 세상 떠나지 않는 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모든 것이 보이지 않게 멀리 떠난 다는 것
하고 싶은 말이 많아도 떠나면 전하지 못한다는 것
최종으로 남긴 말들이 그리움으로 남겨진다는 것
한 걸음 한 걸음 발길 옮길 때 마다
이 세상에서 생명을 잉태한 뒤 모두 사라진다는 것
방울새 한 마리도 나뭇가지에 앉아 신비로운 소리로 울다가
저물지 않는 한낮에 어딘가 떠나 눈에 보이지 않으니
이 세상 떠나지 않는 것이 어디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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