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리는 날이면
이효녕
그리움이 짙어지면
강물이 깊어지기 위해
고요한 바람 안고 비가 내린다
비를 몰아오는 그리움에 쓸려
내 가슴에 자란 풀잎은 눕고
빗물은 날더러 우산이 되라 하지만
넓은 벌판으로 나를 데려가 다오
흐린 가슴에 고이는 빗물
젖어가는 풀밭에 나비가 잠들고
무수한 빗방울에 매를 맞으며
창가에 불빛처럼 더 울다가
질정(質定)할 비늘 번뜩이는 은빛 꿈
외로운 사람들은 어디론가 걸어간다
이 세상 귀퉁이 하나 무너져
비가 되어 내리는 날이면
내 마음은 모두 비워 두고
물방울같이 그렇게 만나는 것을
난 몰래 흐느끼며 너의 이름 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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