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은 고객의 욕구를 만족시켜 기업의 목적을 달성코자 하는 가장 효율적인 수단이다. 따라서 식품 및 유통기업들은 ‘고객만족’을 제1의 목표로 삼고, 새로운 마케팅 기법을 속속 발굴해 경영활동을 펴나가고 있다. 새로운 역발상 마케팅 기법으로 시장을 장악하거나 차츰 영역을 넓혀나가고 있는 사례들을 집중 분석해본다.
‘얘야, 껌 씹고 자는 거 잊지 마라.’
작년 7월 선보인 30초짜리 역발 상 TV광고 한 편이 껌시장을 발칵 뒤집어놓았다.‘껌=충치’란 고정관 념을 깬 롯데제과의 자일리톨껌 광고였다. 자일리톨껌은 이 광고 한 편으로 센세이션을 일으켰고 껌, 음료, 발효 유, 우유 등의 식품업계에 자일리톨 신드롬을 탄생시켰다.
이 광고가 처 음 등장할 때만 해도 자일리톨껌이 껌시장을 송두리째 뒤집어놓을 것이라곤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 자일리톨껌을 개발한 연구소 직원은 물론 마케팅 부서의 베테랑 임원도 그랬다.
그러나 자일리톨 껌은 이 같은 예상을 완전히 벗어났다. 자일리톨껌의 매출은 시판 초기만 해도 일반껌과 별차이가 없었으나 작년 7월 자일리톨 성분이 100% 들어간 알약 형태의 코팅껌이 등장하면서 상황은 180도 달라졌다.
올해 매출은 1월 40억원, 3월 60억원, 7월 85억 원, 8월 95억원, 9월 105억원이고 이달엔 120억원이 예상된다. 자일리톨 껌은 그동안 최단 기간 1위 브랜드, 100억원 매출 돌파 등 여러 가지 신기록을 수립하고 있다. 유통가엔 유사상품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왔지만 자일리톨껌 시장(1320억 원 추정)에서 차지하는 롯데의 점유율 70%대는 요지부동이다.
껌시장은 물론 제과시장에서도 어느 누구도 넘볼 수 없는 ‘빅브랜드’ 로 자리매김 한 것이다.
실패에서 출발한 성공
자일리톨껌은 지난 97년 이미 자일리톨F란 이름을 달고 나왔었지만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 식품의 효능을 광고하지 못하도록 한 광고규제법이 시행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300원짜리 껌이 대부분이던 껌시장에 500원짜리 제품을 섣불리 내놓았던 것도 가격저항을 불러왔다. 포장방법이나 중량, 크기 등이 300원짜리 일반껌과 똑같은데 뭐가 잘나서 500원씩이나 받느냐는 것이다. 롯데제과는 2년여 동안 실패의 원인을 하나 둘씩 찾아냈고, 그 해결책 을 마련했다. 품질 개선은 물론 포장 디자인, 색상 등 다양한 각도에서 아이이어를 짜냈다. 시장조사, 소비자 반응, 이벤트 등의 마케팅 전략도 처음부터 다시 설계했다.
차별화된 상품=케이스형, 알약형…. 자일리톨껌은 일반 제품과 모양 부터 달랐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차별화 전략을 철저히 적용한 것이다. 특히 병모양을 한 코팅껌은 모양뿐 아니라 타깃도 일반껌과는 전혀 달랐다. 치아건강에 가장 민감한 치과의사와 환자를 주타깃으로 개발된 제품이다. 자일리톨 성분이 58% 함유된 케이스 제품은 휴대하기 편하고 한입에 쏙 들어가도록 포장재는 납작하고 세련되게 만들었다. 내용물도 타블릿 형태다. 자일리톨껌의 상징이 된 시원한 느낌의 초록색도 롯데가 계획했던 차별화 전략 가운데 하나다.
역발상 마케팅=품질엔 모두들 자신했다.
그러나 문제는 자일리톨 붐 을 조성할 만한 소재를 어떻게 찾느냐는 것이었다. 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고정관념을 뒤집는 역발상 광고마케팅 전략이다. 자기 전에 씹는다는 역발상 광고컨셉트는 그대로 적중했다. 자일리톨껌은 충치예방껌이란 등식이 깊숙이 각인됐고, 자일리톨은 식품업계의 화두가 됐다.
롯데제과는 자일리톨껌의 광고 모델도 핀란드인을 선택했다. 핀란드가 자일리톨의 원산지이면서 건치국가란 점 때문이다. ‘잠들기 전’을 비롯한 4편의 광고가 연속 방영되면서 강력한 메시지를 전파했다. 치과의사와 환자를 겨냥한 역발상 마케팅도 주효했다. 자일리톨에 대한 지식이 해박한 치과의사들이 환자에게 자일리톨껌을 추천하기 시작했다 . 이 때문에 치과의사가 추천하는 충치예방껌이란 소문이 급속히 퍼져나 갔다.
상표권을 지켜라
자일리톨껌이 껌 업계의 화두가 되면서 해태제과, 동양제과는 물론 수입업체까지 출사표를 던지고 비슷한 제품을 잇달아 출시했다. 과열경쟁이 벌어지면서 업체간 비방광고 및 상표권 분쟁이 불거졌다. 재산권 보호차원에서 법정싸움도 벌였다. 동양제과를 상대로 법원과 공정위에 각각 비방광고행위 금지 가처분신청 및 제소를 했고, 롯데는 여기서 모두 승소했다.
해태제과에 대해서도 법정소송을 통해 병 모양인 할인점용 코팅껌의 상표를 녹색에서 적색과 파랑색으로 바꾸도록 했다.
[인터뷰]김용택 마케팅 담당 상무
‘자일리톨껌으로 50년 껌시장의 흐름을 바꿔놓겠다.’ 롯데제과의 야전사령관 김용택 마케팅담당 상무(53)는 자타가 공인하는 자일리톨껌 예찬론자다. 오랫동안 제자리를 맴돌던 껌시장에 생기를 불어넣은 일등공신이 다름 아닌 자일리톨 껌이기 때문이다. 김 상무는 요즘도 천정부지로 치솟는 자일리톨껌의 매출만 생각하면 밤잠을 설친다.
영업현장에서 묵묵히 마케팅 활동을 벌이는 부하 직원들에 대해서도 늘상 고마울 뿐이라고 말했다. 내수시장을 평정한 자일리톨껌은 해외시장도 노크하고 있다. 이미 미국에 시제품을 보냈다. 김 상무가 지목한 1차 목표는 미국과 대만, 중국. 이들 지역에 대한 시장조사가 이미 물밑에서 치밀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김 상무는 귀띔했다.
그는 우수한 품질과 뚜렷한 충치예방 기능, 상큼한 맛 등이 자일리톨껌 의 첫 번째 강점이라고 치켜세웠다. “역발상 마케팅과 광고기법, 제품의 차별화 전략도 절묘하게 맞아떨어졌다”고 설명했다. 김 상무가 자일리톨껌에 대해 남다른 애착을 갖는 이유는 또 있다. 실패의 아픔을 딛고 보란듯이 재기에 성공한 제품이기 때문이다.
지난 97년 자일리톨껌을 내놓았지만 광고규제법과 가격저항에 부딪혀 영업활동 한 번 제대로 하지 못하고 무릎을 끓어야 했던 아픈 과거를 그는 아직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그러나 이때의 실패가 오히려 지금 최고의 대박상품으로 자리매김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게 그의 확신이다.
김 상무는 “롯데 자일리톨껌에 피해를 주는 유사상품에 대해선 재산권 보호 차원에서 단호히 대처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동양과 해태제과를 상대로 벌였던 법정소송도 모두 이 같은 차원에서 취해진 조치였다. 김 상무는 “자일리톨껌은 껌시장의 흐름을 송두리째 바꿀 수 있는 차세대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품질 고급화, 품목 다양화, 신마케팅 개발 등 여러 가지 전략을 토대로 껌시장의 주도권을 지켜나갈 방침”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파워마케팅]<2> 비비안 ‘에어볼륨 브라’ 2001.11.01
지난 3월 비비안의 신상품 발표장소. 이곳에는 브래지어에 어떻게 공기를 삽입했을까, 터지지는 않을까 등 많은 궁금증을 지닌 고객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이들은 비비안이 최초로 선보인 이른바 ‘에어패드’ 를 쳐다보며 의아해했다.
결론은 ‘원더풀’이었다.
기존의 헝겊 패드와는 달리 에어를 사용하는 ‘에어볼륨 브라’는 가벼울 뿐 아니라 가슴 모양에 따라 패드가 변화하면서 부드럽게 가슴을 올려줬다. 비비안의 에어볼륨은 편안하면서도 자연스럽게 볼륨업(volume-up) 기능을 발휘, 여성 속옷시장에 일대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1∼2년 전만 해도 볼륨업 기능을 지닌 브라는 단지 구색을 맞추기 위한 아이템에 불과했다. 하지만 에어패드를 이용한 에어볼륨이 선보이면서 브라시장의 판도는 완전히 바뀌었다. 유행 트렌드와 여성의 욕구를 정확히 분석한 뒤 개발된 에어볼륨은 대히트를 쳤고 비비안 매출 신장에 톡톡한 효자 노릇을 했다.
극심한 불황 속에서도 브라 판매는 전년에 비해 16%나 늘어났고 볼륨업 기능의 브라는 무려 800% 이상 신장됐다. 최근 몇 년 사이 여성 속옷시장에서 최대의 히트품으로 자리매김한 에어볼륨은 우연히 탄생한 작품은 아니었다. 비비안 브라팀의 MD와 디자이너 등 10여명이 바로 에어볼륨 개발의 주인공들. 이들은 지난해 초부터 태스크포스를 구성, 꾸준한 시장조사를 통해 변화하는 소비자들의 욕구를 찾는 데 노력했다.
소비자들의 불만은 볼륨업 패드가 ‘무겁다’는 것이었다.
기발한 발명의 시작은 아주 사소한 것이듯 에어패드의 시작도 간단하게 풀려나갔다. 가벼우면서도 확실하게 볼륨업을 할 수 있는 방법, 패드에 가장 가벼운 공기를 넣어보면 어떨까. 소재개발업체를 찾아 20여 차례 회의를 거치고 공기를 사용한 패드 만들기에 착수한 것이 지난해 3월. 서너 달 이상을 매달린 끝에 에어패드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에어패드 한 개의 무게는 고작 20g에 불과했다. 신제품의 이름은 아주 명확하고 간결하게 했다. 에어패드를 사용하는 제품의 특성인 ‘air’와 소비자가 얻을 수 있는 이점인 가슴을 커보이게 한다는 ‘volume’을 조합시켜 ‘에어볼륨’으로 단순하게 표현했다. 비비안은 또 획기적인 마케팅 기법도 도입했다. 그것은 바로 관례를 과 감히 깨뜨리는 광고. 이 회사는 에어볼륨 브라를 성공시키기 위해 속옷 업체로는 드물게 빅모델을 활용하고 제품 출시 전부터 티저광고를 내보냈다. 에어볼륨 브라는 제품특성 상 외관이나 광고사진을 통해 제품의 장점을 고객들에게 쉽게 전달할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한 것이었다.
다음으론 에어패드가 소비자들에게 생소한 상품인 점을 고려, 여성 소비자들에게 이 상품을 직접 확인하도록 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일찍부터 매장에 전시함으로써 에어패드를 소비자가 직접 만지고 선택할 수 있게 한 것. 이렇게 탄생한 에어볼륨은 말 그대로 하늘로 훨훨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출시되자마자 인기가 급상승, 일부 품목은 품절되기 일쑤였다.
비비안의 볼륨업 기능 브라 판매수량은 지난해까지 2만~3만장 수준에 그쳤으나 올해는 무려 24만장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체 브라시장에서 볼륨업 브라가 차지하는 비중도 3% 선에서 올해는 26%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에어볼륨 브라의 인기가 치솟자 후발업체들도 곧바로 모방상품을 출시했지만 비비안은 이들 유사상품과는 차별화하는 마케팅 전략을 구사, 오히려 시장영역을 넓히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비비안의 에어볼륨 브라는 이제 콧대(?) 높은 여성들의 자존심을 더욱 높여주는 획기적인 상품으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인터뷰>브라팀 한관희 차장
“트렌드에 딱 맞는 제품을 개발한 것이 히트의 비결이라고 생각합니다 . 겉옷의 트렌드 경향이 글래머룩이기 때문에 가슴을 커보이게 하는 브래지어의 수요는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판단했죠. 겉옷이 바뀌면 속옷도 그에 걸맞게 달라져야 합니다.” 에어볼륨 브라의 개발을 총 지휘한 비비안 브라팀의 한관희 차장(39)은 속옷도 아주 중요한 ‘패션’으로 여기는 사람이다.
한 차장은 한국 여성의 체형이 점차 서구화되고 있어 브래지어에도 당연히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소비자의 다양한 욕구 충족을 위해선 디자인과 사이즈에 차별화를 둬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하루 종일 다양한 브래지어에 파묻혀 브래지어만 생각하는 남자다. 브라팀의 선장인 한 차장은 뛰어난 패션감각으로 일단 목표가 주어지면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무조건 뛰는 열성파로 통하기도 한다.
“브라를 직접 입어보지 못하기 때문에 더 많이 연구하고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아이디어를 창출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주관적인 생각이 아니라 객관적인 자료를 토대로 판단하는 이점이 있는 것이죠.” 한 차장은 지난 1989년 경희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줄곧 비비안 브라 팀에서 한 우물만을 파온 베테랑. 그는 지금까지 착용하고도 거의 표가 나지 않는 일명 노브라와 크리스털을 박아 넣은 리즈브라, ‘노출패션’ 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낸 투씨브라 등을 개발해낸 주역이다.
“글래머룩이 유행하게 되면 에어볼륨 브라와 같이 가슴을 커보이게 하는 브래지어의 매출 상승은 당분간 지속될 것입니다. 따라서 에어볼륨 브라는 브래지어의 새 지평을 열게 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 한 차장은 앞으로 변화하는 소비자의 욕구에 맞는 상품 개발에 주력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파워마케팅]<3>한국야쿠르트 '윌' 2001.11.08
작년 9월 위 건강 발효유 ‘윌’이 나오자 다들 의아하게 생각했다. 여기저기서 근본도 없는 발효유가 나왔다고 손가락질했다.
그렇다. 발효유는 장(腸) 개선을 위한 유산균 음료라는 사실은 삼척동자도 알고 있는 상식이었다. 그러나 한국야쿠르트가 ‘윌’ 제품을 선보이면서 이러한 상식은 깨졌다. 이 상품의 슬로건은 ‘위까지 생각한다’는 것이었다. 업계에선 위질환을 예방하려면 위장약을 먹지 왜 비싼 돈주고 발효유를 사먹겠느냐고 비아냥거렸다. 그러나 소비자의 반응은 사뭇 달랐다. 제품이 나오자마자 이곳 저곳에서 윌을 둘러싼 질문공세가 쏟아져 업무가 마비될 정도였다.
심지어 말기 위암 환자까지 전화를 걸어 ‘위암도 치료되느냐’는 황당한 질문을 던질 정도였다. 윌은 소비자들의 관심을 장에서 위로 바꿔놓는 이정표 역할을 했다. 여기 저기서 비슷한 제품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 결국 발효유 시장의 지도까지 바꿔놓게 됐다.
발상을 바꿔라=‘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라.’
지난 98년 한국야쿠르트 중앙연구소에 예사롭지 않은 특명이 떨어졌다. 99년 이후 정체국면에 빠져든 발효유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획기적인 상품을 개발하라는 주문이었다. 예사롭지 않은 주문에 연구원들은 발효유에 대한 모든 고정관념을 버렸다. 새로운 각도에서 발효유를 바라봤고, 연일 아이디어 회의를 열었다. 여러 가지 의견이 나왔다.
‘머리가 좋아지는 발효유’ ‘남자에게 좋은 발효유’ ‘노화방지 발효유’
등 아이디어는 많았다. 그 가운데 하나가 ‘위까지 생각한 발효유’였다.
차별화로 승부하라
그 동안의 발효유는 모두 장 개선에 초점을 맞췄다. 위질환 예방을 위한 발효유는 윌이 처음이었다. 기존 제품과 컨셉트가 확연히 달랐다. 제품 컨셉트부터 마케팅, 광고판촉, 가격정책, 브랜드, 용기디자인 등 모든 부문에서 기존 제품과 차별화를 꾀했다. 윌은 면역난황, 차조기 추출액 등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증식을 억제하는 원료를 썼다.
브랜드와 용기도 차별화했다. 용기는 기존 발효유와 달리 사각형으로 만들었고 디자인도 고급스럽게 꾸몄다. ‘위를 위한 발효유’란 의미를 강조하고 007영화처럼 박진감을 주기 위해 ‘헬리코박터 프로젝트 윌’이란 특이한 이름을 호적에 올렸다.
아줌마부대 출동 한국야쿠르트의 최대 강점은 1만1000명에 달하는 야쿠르트 배달아줌마다. 윌 성공의 일등공신을 꼽는다면 단연 이들 아줌마가 빠지지 않는다. 이들은 윌 상품을 보급하는 전도사였다. 소비자들을 직접 만나 윌의 우수한 제품력을 소상히 설명해나갔다. 하나둘씩 단골고객이 늘었다. 특히‘헬리코박터균이란 무엇인가’, ‘왜, 윌을 마셔야 하는가’ 등 일반 광고를 통해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내용까지 척척해냈다.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수십만명의 고객을 1대1로 만나 윌의 특장점을 소개하고 추천하는 대면마케팅이 ‘윌 신드롬’ 창조의 한 축을 담당했던 것이다.
공생의 마케팅
윌이 돌풍을 일으키면서 남양, 매일, 롯데햄우유 등 경쟁업체들이 비슷한 제품을 연이어 내놓았다. 한국야쿠르트는 이 같은 경쟁업체의 제품 출시를 오히려 호재로 활용했다. 선의의 경쟁을 통해 선두 브랜드의 위상을 지키면서 위질환 예방용 발효유 시장의 볼륨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마케팅 전략은 그대로 적중했다. 위질환 예방용 발효유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은 급속히 확산됐고 판매량도 치솟았다. 윌은 요즘 하루평균 60만개씩 팔린다. 위질환 예방용 발효유 시장의 90%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 또 올해 윌은 1500억원어치가 팔려 이 회사 전체 예상매출 5800억원의 25%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터뷰]전범재 마케팅 차장
“당분간 윌을 능가하는 발효유는 없을 겁니다.” 지난 16년 간 영업현장을 누볐던 한국야쿠르트의 전범재 마케팅 차장(42)은‘윌’을 바라보는 시선이 확 달라졌다. 제품이 나오자마자 장 건강 발효유의 시장을 한 방에 KO시키는 모습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마케팅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그였지만 발효유시장 전체를 순식간에 뒤집을 만큼 강펀치를 날릴 줄은 미처 몰랐다고 한다. 전 차장이 윌의 전도사로 나선 것은 출시 한달을 넘긴 지난해 10월부터. 그는 “윌은 최초로 선보인 위 건강 개념의 발효유”라며 “뚜렷한 컨셉트를 토대로 발효유 시장의 새로운 장르를 창조하고 개척해 나갈 것” 이라고 말했다.
윌은 장에 쏠렸던 발효유 시장의 무게 중심을 단숨에 위쪽으로 끌어당겼다. 위건강 발효유가 아니면 명함도 못 내밀 만큼 발효유 업계의 화두가 됐다. 윌이 지난 99년 이후 정체국면을 벗어나지 못하던 발효유시장을 제2의 부흥기로 이끌었다는 점에서 전 차장은 강한 자부심을 느낀다. 위 건강 발효유 시장을 보면 마치 서부개척시대가 연상된다는게 그의 생각이다 . 그는“지난해 하루평균 30만개이던 윌 판매량이 지난 10월엔 60만개로 늘었다”며 “내년엔 80만개를 웃돌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윌은 위 건강 발효유의 황금시대를 열었다. 전문가들이 바라보는 올해 발효유시장은 작년보다 15% 늘어난 1조4000억원 선. 이 가운데 2000억원이 위 건강 발효유의 몫으로 꼽고 있다. 전 차장이 윌의 전도사로 변신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파워마케팅]<4> 국민 패스카드 2001.11.15
한 여자를 사랑하던 두 남자. 이들은 사랑하는 애인의 메시지를 받자마자 그녀에게로 달려간다. 하지만 지하철 개찰구를 통과하면서 희비가 엇갈린다.
한 남자는 충전이 필요 없는, 편리한 국민패스(Pass)카드로 여유 있게 통과했으나 다른 남자는 지하철 카드가 없어 개찰구에 걸려버린다. 애인을 차지하게 된 남자는 외쳤다. “고맙다, 패스야.” 국내 유일의 후불식 교통카드인 국민Pass카드는 지난 97년 4월 첫선을 보였다. 이 카드가 처음 출시될 때는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신용카드와 교통카드의 결합이 유례가 없는 데다 ‘신용카드+교통카드’의 만남이 어색했기 때문이었다.
고생 끝에 얻은 결실
국민카드는 지난 95년부터 무선인식(RF:Radio Frequency) 카드시스템 및 비접촉형 IC카드의 기술개발에 착수했다. 시스템 공사의 지연으로 98년 6월에야 비로소 Pass카드로 서울 및 수도권 일부 지하철 탑승이 가능해졌다. 하지만 Pass카드 회원들은 지하철 전면 탑승을 원했고, 그 동안 공사 지연에 따른 회원들의 민원으로 국민카드는‘사과’를 반복해야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99년 2월 Pass카드는 드디어 서울 및 수도권 지하철 전면 탑승이 가능해졌다. 국민카드 직원들은 지하철역으로 뛰쳐나가 ‘Pass카드 지하철 전면탑승’이라는 띠를 둘러 매었다.
때를 맞춰 TV광고도 본격화했다. ‘지상에서 지하까지 Pass카드’라는 광고 카피와 함께 지갑 채로 바로 게이트를 통과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Pass카드의 편리성을 부각시켰다.
지상에서 지하까지
직원들의 대대적인 가두 캠페인과 광고효과는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했다. 99년 한해에만 회원수 200만명을 확보하게 됐다. 2000년 6월에는 지하철 및 버스(서울지역) 전면 호환 탑승이 가능해 졌다. Pass카드의 인기는 하늘로 치솟았다. 바로 편리성 때문이었다. 보통 카드를 신청하면 보름이면 카드를 받아볼 수 있는데 버스탑승이 가능해지면서 Pass카드 신청자가 몰려들어 한 달이 지나서야 카드를 받게 됐다. 직원들에게는 가까운 친지나 이웃으로부터 Pass카드를 빨리 받게 해달하는 청탁이 줄을 이었다. Pass카드의 지하철, 버스 전면탑승으로 회원 수는 급격히 증가, 99년까지 200만명에 머무르던 회원은 올해 6월에는 400만명으로 불어났다.
특허, 대중의 품으로
Pass카드는 오랜 기간의 연구 끝에 결실을 맺게 된 작품이었다. 하지만 2000년 6월 지하철, 버스 전면탑승이 실시된 이 후 다른 업체의 견제도 만만치 않게 다가왔다. 타업체들은‘대중교통의 독점권’이라며 국민카드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당시 국민카드는 미국과 호주 캐나다 등 해외에서는 특허를 취득했으나 국내에선 특허를 출원 중이었다. 그러다가 올해 1월 국내 특허를 취득하고, 6월에는 한국기네스로부터 국내 최초의 후불식 교통신용카드로 인증서를 획득했다. 작년 말 국민카드는 중대한 결정을 내린다. 서울시 교통카드추진위원회에 이 시스템의 허용의사를 밝혔다. 더 많은 사람들이 후불식 교통카드의 편리함을 누릴 수 있도록 길을 터 주었다.
향후 전략
특허를 지닌 국민카드가 후불식 교통카드 시스템을 개방함에 따라 내년부터는 경쟁체제를 맞게 됐다. 신규회원 모집에도 그만큼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국민카드는 그 동안 축적해온 후불식 교통카드 관련 전산시스템을 토대로 새로운 신규 부대서비스 개발에 주력할 방침이다. 고객들에게 차별화된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제공, 우위를 지켜나간다는 전략이다. 고영선 부사장은 “교통카드는 RF시스템을 응용하는 시작품에 불과하다 ”며 “앞으론 Pass카드에 총체적인 기능을 삽입한 획기적인 신상품을 개발해 승부를 걸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인터뷰]고영선 부사장
“국민패스(Pass)카드가 나오게 된 것은 코페르니쿠스적 발상의 전환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카드를 개발하고, 또 대표상품으로 키우느라 심혈을 기울여온 선배와 동료분들께 감사할 뿐입니다.” 사실상 자체 개발한 금융상품으로 국내외 특허를 받은 상품은 국민pass 카드가 처음이다. 그래서 현재 마케팅 총책을 맡고 있는 고영선 부사장(54)은 자부심이 대단하다. 그는 Pass카드를 9회말 투아웃 이후의 역전 홈런으로 여긴다. “세계 어디를 가도 신용카드로 지하철과 버스를 탈 수 있는 나라는 없어요. 국민Pass카드는 신용카드의 사용영역이 어디까지 확대될 수 있는 지를 여실히 보여준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고 부사장은 기본적으로 신용카드는‘편리한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점에서 Pass카드는 고객의 생활 속의 니즈를 첨단의 기술과 금융기능을 통해 상품화시켰기 때문에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고 부사장은‘진정한 싸움은 이제부터’라고 말한다. 예컨대 지금까지 교통카드는‘기능의 경쟁’이었다면, 후불식 교통카드의 문호를 다른 신용카드업체에도 활짝 열어준 상황에서 ‘차별적인 서비스’가 중요한 요소로 부각될 것이라는 진단이다. “회사 일부에선 후불식 교통카드 시장을 개방해준 것에 대해 우려의 시각도 많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것이 오히려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것으로 봅니다. 전부 얘기할 수는 없지만 앞으로 갖가지 차별적인 서비스를 탑재한 특화된 카드가 속속 선보일 것입니다.” 고 부사장은 ‘꼭 쓰고 싶은 카드, 24시간 품에 안아야만 하는 카드’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파워마케팅] <6> 두산 ‘山’소주 2001.11.29
'녹차와 소주의 산뜻한 만남.’ 동장군이 기승을 부리던 지난 1월 두산의 山소주는 이러한 슬로건을 내걸고 튀어나왔다.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녹차소주는 한마디로 센세이션이었다. 웅장한 山을 그대로 박아놓은 듯한 브랜드 모양도 충분한 화제였다. 시작과 끝 모두가 차별화된 山은 금세 소주시장의 화두가 됐다.
山은 초반부터 ‘최단기간 최고 판매량’이라는 신기록을 세웠다. 경쟁사들이 다퉈 山을 견제했지만 파죽지세로 치닫는 녹차열풍을 결국 잠재우지는 못 했다.
위기는 기회
90년대 후반 그린소주 이후 연이어 출시된 미소주와 뉴 그린의 잇따른 참패. 두산은 이렇게 벼랑 끝까지 내몰렸다. 그러나 김대중 사장을 비롯한 두산의 임직원들은‘위기는 기회’라는 각오 아래 끝까지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山이 출시되던 지난 1월 17일, 김 사장이‘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고 말할 만큼 두산의 각오는 비장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모두들 사표를 썼다. 이들이 쓴 사표는 山을 배수진 삼아 회사를 지키겠다는 징 표였던 셈이다. 구두 밑창이 해어졌고 입술이 바짝바짝 타들어갈 정도로 말단사원부터 최고경영자까지 마케팅 현장을 쫓아다녔다.
녹차와 소주의 만남
마실 때 느끼는 알코올의 역겨운 냄새와 마신 뒤에 나타나는 숙취감. 녹차는 이러한 단점을 극복하는 대안으로 떠올랐다. 山은 개발 초기부터 건강, 자연, 신선 등에 포인트를 맞췄다. 녹차를 원료로 선택한 배경에는 녹차가 갖는 숙취해소, 피부미용, 동맥경화, 니코틴 해독 등의 효능이 한 몫 했다.
녹차는 한라산과 지리산 줄기의 깨끗한 것만을 골라 썼다. 알코올 함량도 다른 제품보다 1% 낮은 22%로 했다 . 부드러운 소주로 차별화를 꾀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주류연구소의 박경준 부장은 “山을 개발하기 위해 1년 이상 시제품만 150여종 이상 만들었고 맛 테스트도 20여 차례나 거쳤다”며 어려웠던 개발과정을 소개했다.
브랜드도 경쟁력
山은 주류업계 최초로 브랜드의 상징화 기법을 적용한 제품이다. 높은 산을 쌓기 위해 하나하나 정성을 쌓는 두산의 기업이념을 100% 표현한 것이다. 오염되지 않은 산지에서 자라는 녹차와 웅장한 대자연, 역동적인 남성 등 갖가지 이미지를 표현한다. 녹차잎을 닮은 녹색글씨도 시원하고 깨끗한 山의 이미지를 연상시키기에 충분하다. 산의 모습을 형상화한 독특한 브랜드는 그것 하나만으로도 ‘녹차와 소주의 만남’이란 색다른 슬로건 못지 않게 톱 뉴스거리였다. 터프가이 최 민수와 유오성이 광고모델로 발탁된 것도 따지고 보면 이 같은 山의 이미지와 다르지 않다.
게릴라식 이벤트
山의 마케팅 기법은 예전과 확실히 달랐다. 이 중 지난달에 끝난 ‘친구야! 오늘 山 한잔하러 가자’ 행사는 무려 50일 동안 펼쳐졌다. 이 행사에 참여한 인원만 수십만명이 넘었다. 행사 이후 서울 신촌과 여의도 등 일부 지역에선 山의 점유율이 40~50%까지 치솟았을 정도다. 주류업계 최초로 시도한 바이러스 마케팅도 두산의 야심작이었다. 300 만명의 네티즌을 상대로 e-메일로 홍보물을 전달했던 이 판촉행사는 경쟁업체로부터 잔뜩 부러움을 샀다. 이 밖에 100만명이 참여한 사이버 바둑대회, 깨끗한 우리 산 가꾸기 캠페인, 산불방지 캠페인, 코리안 시리즈 우승 캠페인 등도 호응을 얻었다.
비상하는 山
山은 녹차 돌풍을 일으키며 최단기간 최고 판매량 신기록을 세웠다. 최형호 상무는 “매출 곡선이 당초 기대했던 수치보다 높지만 아직 만족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한다. 두산은 당초 판매목표를 연간 1억병으로 잡았다. 그러나 1억병은 이미 지난달 돌파했다. “올해 목표는 30% 이상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고 최 상무는 설명했다. 두산은 올해 점유율 목표를 15%로 상향 조정했다. 수도권에선 최소한 20%, 욕심을 낸다면 30%까지 가능하다고 자신했다.
두산은 山으로 ‘그린소주의 신화’를 꿈꾸고 있다.
[인터뷰] 최형호 마케팅 상무
“녹차소주의 돌풍은 이제부터다. 山은 반드시 그린소주의 신화를 재현 할 것이다.” 두산의 야전사령관 최형호 마케팅 상무(39). 山을 바라보는 그의 눈빛은 예사롭지 않다. 山의 제품 컨셉트 기획에서부터 첨가물 선정, 연구·개발, 마케팅 등 어느 한 곳도 그의 손길이 닿지 않은 데가 없기 때문이다. ‘녹차와 소주의 깨끗한 만남’이란 슬로건도 사실상 그가 만들어낸 작품이다. 그는 山이 나온 이후 마케팅 상무란 명함을 훌훌 털어낸 채 밤낮 없이 영업현장을 뛰어다녔다.
山에 대한 소비자의 반응은 뚜렷했다. 소주시장은 금세 녹차돌풍에 휩싸였고 판매량은 하루가 다르게 치솟았다. 대대적인 판촉전을 전개한 지역에선 山의 점유율이 50%를 웃돌기도 했다. 최 상무는 “경쟁사의 품질논쟁과 광고전은 오히려 녹차소주의 불길에 기름을 붓는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소비자들이 소주를 선택하는 기준으로 건강, 신선함, 자연 등을 꼽는다고 밝혔다. 요즘 소비자들 은 마실 때 부드럽고, 마신 뒤엔 숙취가 없는 깨끗한 소주를 즐겨 마신다는 얘기다. 숙취해소 기능을 갖는 녹차를 집어넣고 알코올 함량을 22도로 설정한 것도 모두 이 같은 소비자의 취향에 맞췄다는 것. 형상화된 브랜드도 녹차 소주 山을 제대로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山은 최근 판매량이 당초 목표를 30% 정도 웃돌고 있다”며 “이 같은 추세라면 점유율 15% 달성도 어렵지 않다”고 최 상무는 확신했다. 그는 “2002년 한·일 월드컵대회가 山을 세계적인 소주 브랜드로 발전시키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파워마케팅] <7> 삼성 ‘애니패스카드’ 2001.12.06
정유회사에 다니는 정모 씨(32세)는 결혼한 지 1년밖에 안된 신혼이다 . 집은 부인의 직장을 감안해 경기도 분당으로 정했다. 강북까지 버스를 타고 다니느라 다소 힘들기는 하지만 이사갈 생각은 추호도 없다. 자동차로 30분만 가면 에버랜드와 서울랜드를 마치 내 집처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은 날씨가 쌀쌀해져 이용이 뜸하지만 저녁 먹고 부인과 산책 삼아 에버랜드로 놀러 가는 재미는 매우 쏠쏠하다. 입장료가 부담스럽지 않느냐고 친구들이 묻지만 정씨 부부는 삼성 애니패스 카드를 갖고 있다.
카드만 보여주면 ‘공짜’로 입장하고, 자유이용권은 절반만 내면 된다. 정씨의 권유로 다른 카드를 쓰던 아파트 주민 5, 6명도 최근 애니 패스카드로 바꿨다.
‘역발상’이 만들어낸 옥동자
삼성카드가 문화레저카드 발급에 착수한 것은 국제통화기금(IMF)이라는 어려운 경제상황에 직면해 있던 98년이었다. 저렴한 비용으로 문화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였다. 상품개발팀원들의 이런 생각은 개발 초기단계에서부터 반발에 부딪혔다. 회사가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서고, 부실채권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놀이공원을 무료로 이용하는 카드를 발급한다니 임원들은 혀를 내 둘렀다. 회원의 입장요금을 대납하는 데 따른 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는 게 이유였다.
개발팀원들은 6개월여 관련 부서를 찾아다니며 설득했다. 카드사용금액과 이용률만을 생각하면 적자가 나지만, 차별화한 서비스로 카드 이용률과 사용금액을 5%만 높여도 비용을 커버할 수 있다는 논리였다.
문제는 놀이공원 쪽에서도 발생했다. 놀이공원 측에 새로운 카드의 개념을 설명하자 말도 안 된다며 들어줄 생각도 하지 않았다. 카드만 제시해 무료 입장시키면 현금을 내고 입장하는 고객의 불만이 커지고 차후에는 돈을 내고는 입장하지 않으려고 하게 돼 장기적으로 입장객이 감소한다는 논리였다. 임원이 발이 닳도록 찾아가 설득하는 과정을 거쳐 신상품 개발에 들어간 지 1년여 만인 99년 7월 애니패스카드가 탄생했다.
한장에 다 담았다. 원카드 탄생
애니패스카드는 무한경쟁의 시대에 경쟁업체들이 따라올 수 없는 압도적인 경쟁력을 유지해야 한다는 대명제 아래 상품개발에 착수했다. 각종 설문조사를 통해 고객이 진정으로 무엇을 원하는 지도 분석했다. 그 결과 고객들은 문화와 레포츠에 대한 관심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놀이동산 무료입장, 야구·축구·농구 무료입장, 영화 및 주유할인, 현금성 포인트, 교통카드 기능에 관심이 많았다. 이러한 서비스를 하나의 카드에 다 모을 수는 없을까. 이러한 물음에서 애니패스카드가 태어났다.
카드 한 장으로 웬만한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는 수준이 됐다. 카드를 여러 장 들고 다닐 필요가 없어졌다. 그 동안 카드를 발급 받았으면서도 쓰지 않던 휴면 회원들이 다시 카드를 쓰기 시작했다. 카드이용률은 6% 이상 올라갔다.
한 번이라도 무료입장 서비스나 할인혜택을 본 회원들이 입소문을 내면서 신규 회원도 급속히 불어나기 시작했다. 발급 1년 만에 100만장을 넘어섰고, 11월 말 현재는 400만명에 이른다. 이 카드를 모방한 경쟁업체의‘유사 카드’도 속속 쏟아졌다.
날개 단 애니패스카드
애니패스 카드는 단순히 놀이공원 무료입장, 스포츠, 영화할인 등을 위해 발급된 단순 기능성 카드만은 아니다. 생활 속에 언제나 함께하는 ‘생활의 동반자’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이 카드 는 회원에게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제시했다. 또한 최근에는 그 동안 선불식 교통카드 기능만 가능했던 데서 후불식 교통카드 기능을 탑재, 이 달 말부터 상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원카드’를 지향하는 애니패스 카드가 비로소 완성되는 것이다. 하나의 카드로 지하철을 타고 출근해 점심을 먹고, 주말에는 가족과 놀이공원으로, 영화관으로 달려갈 수 있게 됐다.
[인터뷰] 이상규 상품개발팀장
“신용카드가 단순히 현금을 대체하는 결제수단만은 아닙니다. 애니패스 카드는 신용카드를 넘어 고객 제일주의를 지향하는 문화레저생활의 필수품이라고 자신합니다.” 이상규 팀장(38)은 삼성 애니패스 카드가 ‘생활의 동반자’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객의 니즈(요구)를 반영할 수 있는 상품이라는 얘기다.
이 팀장은 국제통화기금(IMF)이라는 긴 터널을 지나올 때 사람들이 제일 먼저 휴식을 원했고, 그래서 여가와 휴식을 위한 문화·레저카드를 개발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처음 카드가 선보였을 때 고객들은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었어요. 놀이공원 입장료가 1만원이 넘는 상황에서, 횟수에 관계없이 무료로 이용하면 카드사가 어떻게 그 비용을 감당하느냐고 반문했죠.” 하지만 카드만 제시하고 놀이공원을 무료로 입장해본 회원들의 입소문은 무섭게 퍼져나갔다.
이 카드는 출시 이후 6개월 만에 100만장이 넘는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후 삼성카드는 현장에서 1500원을 깎아주는 현장 할인 서비스와 프로스포츠 무료 입장 서비스를 계속해서 선보였다. 이 카드로 인해 ‘애니패스카드=무료입장’이라는 등식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고객의 니즈를 먼저 파악해 새로운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선보일 방침입니다. 앞으로 애니패스 카드는 문화레저생활의 시작과 끝을 함께 하는 생필품이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이상규 팀장은 애니패스 카드에 다양한 서비스 기능을 첨가, 신용카드 사용 문화를 주도적으로 바꿔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파워마케팅] <8>LG생활건강 ‘엘라스틴 샴푸’ 2001.12.13
“어 부러워! 그런데 언니는 몸매보다 머릿결이 더 탄력있네. 엘라스틴을 써서 그런가.” 톱모델 이영애의 발롱(무용에서 도약하는 모습)을 보고 최고의 인기스타인 전지현이 이렇게 말한다. 두 인기스타가 이런 시샘 섞인 대사를 읊는 TV광고는 머릿결은 물론 몸매와 얼굴 모두 이들과 동일시하고 싶은 여성들의 욕구를 강하게 자극했다. 브랜드 출시 11개월째. LG생활건강의 프리미엄 샴푸인‘엘라스틴’은 조사기관인 TNS의 패널자료를 바탕으로 한 브랜드파워인덱스(BPI)에서 P&G의‘팬틴’(100을 기준으로 했을 때 25)과 유니레버의‘도브’(24)에 맞먹는 브랜드력(23)을 보여주고 있다.
팬틴이 출시된 지 7년, 그리고 도브 샴푸는 비누의 후광을 입은 점을 감안하면 1년도 채 안된 엘라스틴의 인지도는 놀라울 정도다. 특히 팬틴과 도브가 다국적 기업의 제품임을 감안하면 토종 브랜드의 이 같은 비약은 박수할 만하다.
‘엘라스틴’은 탄력을 뜻하는‘엘라스틱’(elastic)과 머릿결을 구성하는 주요 단백질인‘시스틴’(cystine)의 합성어. ‘당신의 머리, 엘라스틴에는 피부입니다’라는 제품 슬로건과 같이 화장품이 피부를 가꿔 주듯 약해진 모발을 화장품처럼 관리해주는 헤어 솔루션을 표방하고 있다.
이런 마케팅 전략은 패션 리더인 20대 여성들에게 주효했다. 특히 누드 메이크업의 유행과 함께 자연스럽고 탄력 있는 머릿결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머리카락 염색이 일반화되면서 멋을 위해선 어쩔 수 없이 모발을 손상시켜야 하지만 다른 한편으론 이를 보전하고 싶은 안타까운 이중 심리에 잘 맞아떨어졌다는 분석이다. 엘라스틴의 성공은 출시 3개월만에 시장점유율 3%대를 넘어서면서 예상됐다. 특히 올 여름을 기점으로 월 매출이 35억원을 돌파하면서 매출은 수직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예상 매출은 200억원 규모. 전체 샴푸시장에서 LG생활건강이 차지하는 시장점유율을 3%나 끌어올리는 데도 기여했다.
LG생활건강은 마케팅 활동을 20대가 주로 모이는 서울 명동과 신촌 강남 등지에서 샘플을 나눠주는 제품 행사와 인기가수 사인회 등 거리 이벤트에 집중시켰다. 이영애와 전지현의 빅모델 전략은 엘라스틴의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데 크게 기여했다. 특히 서로 상대를 보면서 부러움을 나타내면서도 한 편으로는 우월감을 드러내는 묘한 여성심리를 잘 포착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마케팅의 차별화 전략은‘단백질’에 모아졌다. 제품개발팀은 기존의 프리미엄 샴푸시장을 독점해온 팬틴이‘비타민’ 성분을, 도브가‘유·수분’을 강조하고 있는 점과 구별되는 독특한 포인트를 찾아내는 데 초점을 맞췄다. 그 결과 모발을 구성하고 있는 단백질의 80%가 시스틴 아미노산이라는 과학적 사실이 소비자들에게 강하게 소구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했다. 말하자면 엘라스틴은 흔히 소비재가 감성적인 면을 파고드는 것과 달리 논리적인 측면에 작용함으로써 과학의 승리를 이뤄낸 셈이다. 이에 따라 엘라스틴은 점차 경쟁사를 위협해 나가고 있다.
팬틴이 최근 제품을 리뉴얼해 대대적으로 소비자 공략에 나선 것도 이런 위기감을 반영했기 때문이다. 프리미엄 샴푸는 기존의 모발 세정이나 손상모발 보호에 그치던 샴푸에 비해 15~20% 정도 고가지만 머릿결을 더욱 건강하게 살려주는 화장품 개념의 고급 샴푸로 알려지고 있다.
성장 속도도 가장 빠르다. LG생활건강의 인체용품팀 최호석 과장은 “시장점유율을 현재 8%에서 내년에는 10~11%까지 올려놓는 게 1차적인 목표”라며 제품군도 세럼과 에센스 등 화장품처럼 다양화시키면서 브랜드력을 지속적으로 키워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인터뷰]이형석 생활용품 마케팅 과장
‘머리카락은 피부다.’ LG생활건강이 프리미엄 샴푸인 ‘엘라스틴’을 선보이면서 강조해온 이 개념은 엄밀히 따지면 맞는 말은 아니다. 피부의 구조와 머리카락의 구성은 분명 다르다. 그래도 소비자들에게는 ‘그래, 우리 몸의 일부인 머리카락도 피부와 다를 게 없지’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엘라스틴’은 세상에 나온 지 돌도 안 됐지만 그렇게 소비자들의 머리 속에 파고들었다. 이형석 생활용품 마케팅팀 과장은 프리미엄 샴푸의 주 소비층인 20대 여성들이 외모와 관련해 주로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를 주목했다.
이들을 대상으로 외출시 가장 신경을 쓰는 대목을 조사한 결과 의외로 화장보다 모발에 관심이 높음을 알아냈다. 이런 관심을 반영하려면 기존 샴푸의 개념을 한 단계 올린 화장품 개념의 샴푸가 필요했다.“시장성이 충분히 있다는 판단 아래 제품의 성분과 질, 이름 등 모든 과정에서 기존의 제품과 차별화하는데 아이디어를 모았습니다.” 그러나 출시 초기엔 영업부에서 워낙 경쟁사의 브랜드력이 강해 제품이 팔릴지 반신반의하면서 판매의욕을 보이지 않아 난감했다고 한다. “용기도 종래 단순히 내용물을 담는 데서 벗어나 욕실에 놓았을 때 장식적 효과를 높일 수 있도록 디자인했는데 마땅찮은 반응이었지요.” 이런 걱정에서 벗어나게 된 건 3개월째 들어서면서. “지금은 주위에서 ‘써보니까 정말 좋아요’라는 얘기를 많이 해요.” 특히 여고생들 사이에선 엘라스틴을 모르면 바보로 불릴 정도라고 한다.
모델 사진의 포스터가 없어지는 것도 비일비재하다. 내년에는 엘라스틴의 품질 수준을 경쟁사보다 높이면서 매출도 배 이상 늘리는 게 이 과장의 목표다.
[파워마케팅] <9>해태음료 ‘헬로팬돌이’ 2001.12.20
해태음료의 헬로팬돌이는 전화위복의 진가를 유감 없이 발휘한 제품이다. 음료업계에선 지옥과 천당을 오간 음료로 더욱 유명하다. 헬로팬돌이가 곤경에 처한 것은 해태음료가 경영정상화의 길을 한창 줄달음질치던 지난해 9월이다. 일부 제품에서 부유물이 떠다니는 것처럼 뿌옇게 엉키는 현상이 나타났고 이 같은 문제가 매스컴에 대서특필됐던 것이다. 헬로팬돌이는 어린이들이 즐겨 마시는 제품이란 탓에 충격파는 엄청났다. 대기업에서 이런 제품을 만들 수 있느냐는 항의성 전화가 하루종일 빗발쳤다.
경영진은 재빨리 비상회의를 소집했고 그 해법은 바로 정면돌파 하는 쪽으로 모아졌다. 얄팍한 임기응변식 대처보단 정직한 자세로 소비자에게 사과하고 제품을 회수하는 자진 리콜을 단행한다는 쪽으로 결론을 내린 것이다. 마케팅 임직원들은 이튿날 아침부터 전국을 돌며 시판 중인 헬로팬돌이 회수에 돌입했다. 식품업계로선 처음으로 막대한 금전적인 손실과 기업 이미지 실추를 감수한 채 국내 첫 자진 리콜이 실시된 것이다.
헬로팬돌이 생산은 곧 중단됐다. 이러한 조치는 6개월 간 계속됐다. 장부상에 나타난 손실액만 무려 40억원을 넘었다. 헬로팬돌이가 재출시된 시기는 지난 2월이었다. 당시 문제가 됐던 음료용기의 재질은 완전 살균이 가능한 특수 재질로 교체됐다. 품질도 한층 고급화했다. 20가지 이상의 원료를 혼합해 파랑, 빨강, 노랑, 초록 등 화려한 원색을 그대로 사용했다. 어린이의 입과 눈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제품의 경쟁력을 살리기 위해서다.
이 과정에서 병당 추가 부담이 100원씩 늘어났다. 연간 80억원을 웃도는 엄청난 금액이다. 그러나 해태음료 경영진은 이를 100% 수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정작 문제는 엉뚱한 데서 불거져 나왔다.
브랜드가 문제였다. 리콜된 제품에 대해 예전 브랜드를 그대로 사용할 경우 성공확률은‘제로’라는 주장이 거셌다. 한마디로 마케팅을 모르는 어리석은 짓이란 것이다. 심지어 화약을 들고 불길 속으로 들어가는 무모한 전략이라며 강하게 반발하는 임직원도 많았다. 이런 주장에도 불구하고 차영준 사장을 중심으로 한 경영진의 의지는 단호했다. 예전처럼 헬로팬돌이란 브랜드를 사용해 다시 도전한다는 것이다.
이유는 간단했다. 마치 신상품인양 브랜드를 살짝 바꿔 재출시하는 것은 소비자를 우롱하는 행위에 불과하다는 기업윤리가 깊숙이 자리 잡았기 때문이었다. 재출시에 대한 소비자의 준엄한 심판을 받겠다는 음료 전문기업의 강한 자존심도 크게 작용했다. 헬로팬돌이를 재출시한 해태음료는 전국에 흩어져 있는 대리점주와 소비자를 상대로 눈물겨운 1대1 신뢰 마케팅을 전개했다. 결과는 기대 이상의 성공으로 나타났다.
음료 성수기를 앞둔 3월부터 헬로팬돌이의 인기는 매출 그래프에 그대로 투영됐다. 재출시 한 달 만에 예전 실적을 회복했고 천정부지로 치솟는 매출곡선은 꺾일 줄 몰랐다. 특히 여름 성수기에는 지난해 최고 실적을 3배나 앞지를 만큼 파죽지세였다. 헬로팬돌이는 재출시 6개월도 안 돼 어린이 음료시장을 완전히 석권했다. 실제 지난해 월평균 20억원이던 매출이 올해에는 60억원으로 3배나 상승했다. 올해 예상 매출은 360억원. 어린이 음료시장 600억원 가운데 60%가 헬로팬돌이 몫인 셈이다. 경쟁사에서 생산하는 2위 브랜드와 비교하면 배 가까이 많은 액수다. 이 회사는 내년에는 이보다 20% 이상 늘어난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시장점유율도 70% 가까이 올려잡았다. 음료업계에선 헬로팬돌이가 어린이 음료시장을 움직이는 큰손으로 자리매김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오주섭 마케팅 이사는 “외국 식품업체의 리콜 사례를 조사한 결과 헬로팬돌이 재출시에 대해 강한 자신감을 가졌다”며 “헬로팬돌이는 외국의 경우처럼 리콜제품도 성공할 수 있다는 좋은 선례를 남겼다”고 말했다.
[인터뷰]오주섭 마케팅 이사
“헬로팬돌이를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어린이 음료시장의 붙박이 대표 브랜드로 뿌리내릴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이겠습니다.” 야전사령관으로 불리는 오주섭 해태음료 마케팅 이사(49)는 헬로팬돌이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 자진 리콜의 아픈 상처를 딛고 재기에 성공한 보기 드문 브랜드이기 때문이다. 헬로팬돌이가 짧은 기간에 어린이 음료시장의 대표 브랜드로 복귀한 데는 오 이사의 역할이 무척 컸다.
오 이사는 “판다 캐릭터를 응용한 헬로팬돌이는 어린이 음료시장을 개척했고 리콜 제품도 성공할 수 있다는 본보기를 보여준 제품”이라고 강조했다. 사실 어린이 음료시장은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생소했다. 몇몇 상품들이 어린이 음료란 이름으로 선보였지만 별다른 호응을 얻지는 못했다. 그러나 헬로팬돌이는 처음부터 달랐다. 헬로팬돌이가 리콜의 아픔을 딛고 새로운 모습으로 선보였을 땐 더욱 그랬다. 올 들어 이 제품은 매출이 월 60억원을 기록하는 등 인기 상종 가다. 급기야 각 매스컴들은 헬로팬돌이를 연달아 올해의 히트상품으로 선정하고 있다. 오 이사는 “우수한 품질과 어린이의 마음을 사로잡는 캐릭터, 강렬한 색상, 신뢰 마케팅 등이 헬로팬돌이의 가장 큰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 “제품의 기획에서 마케팅 판촉을 모두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췄고 여기에 신뢰 마케팅을 접목시킨 게 리콜 성공의 신화를 창조한 비결”이라 고 오 이사는 결론지었다.
그는 “헬로팬돌이가 계속 상승세를 탈 수 있는 여러 가지 마케팅 전략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2002년 월드컵 붐을 매출로 연결하기 위한‘어린이 축구왕 팬돌이’이벤트도 그가 구상하고 있는 신(新)마케팅 전략 가운데 하나다.
[파워마케팅] <10>해태제과 ‘고향만두’ 2001.12.27
경기도 부천에 있는 E마트의 냉동식품 매장에는 요즘 들어 고향만두를 구입하려는 쇼핑객들이 부쩍 늘었다. 추운 날씨가 계속되자 군만두나 물만두를 사려는 소비자들이 줄을 잇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해태제과의 ‘고향만두’브랜드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정도로 인기가 대단하다. 지난 1987년 첫선을 보인 뒤 무려 15년이나 흘렀지만 브랜드 인지도는 여전히 ‘Top’을 지키고 있다. 그 동안 수많은 대기업들이 고향만두의 아성을 허물기 위해 각종 만두를 내놓았지만 고향만두의 견고한 벽을 허물지 못했다.
고향만두는 광고 판촉부터 달랐다. 고향의 맛을 주제로 한 광고 마케팅은 독특했다. 회사 관계자는“고향만두의 광고판촉 활동은‘냉동만두+어머니 손맛=고향만두’에 초점을 맞췄다”며 “이러한 노력이 대표 브랜드로 성장한 밑거름이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해태제과가 단순히 광고판촉 활동에만 몰두했던 것은 아니다. 매년 고향만두의 품질을 업그레이드시켰다. 위생안전 부문도 온갖 정성을 기울였다. 매달 열리는 품질평가회의와 연중 가동되는 모니터제도도 이 같은 차원에서 마련된 것이다. 품질평가회의는 생산관리와 마케팅부서 책임자들이 참석, 만두의 품질을 평가하고 발전 방향을 논의하는 정기모임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됐다. 모니터제도 역시 모니터들이 유통업소에서 수거한 만두를 소비자 입장에서 분석하고 이를 경영진에 보내 품질을 개선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맛과 품질로 승부한다는 경영진의 강한 자신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우수한 품질의 우리농산물만을 고집스럽게 사용하고 있는 점도 고향만두가 갖는 강점 중의 하나다. 해태제과는 올해 냉동식품업계에서 최초로 HACCP(위해요소 중점관리제도)인증을 획득했다. 원료 생산에서 유통까지 모든 단계마다 제품의 위생안전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는 증거다. 정하욱 마케팅 팀장은 “고향만두의 아성을 지키기 위해 할인점과 슈퍼마켓을 중심으로 매일 판매동향을 파악하고 있고 고급화된 신제품 개발에도 총력을 쏟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태는 고급화되는 소비자의 취향에 맞춰 제품 개발 전략도 고급품 중심으로 바꾸고 있다. 광고판촉 및 마케팅 전략도 수정하고 있다. 해태가 부쩍 관심을 쏟는 제품은 집에서 손으로 직접 빚은 듯한 고급만 두를 선보이는 것이다. 지난 8월 선보인 고향손만두, 고향김치 손만두, 고향물만두도 사실상 이 같은 구상 아래 탄생한 제품. 이들 제품은 출시 직후 매월 20% 이상 높은 매출 신장을 보이고 있다. 특히 고향물만두는 지난달 매출이 5억원을 웃돌면서 신제품답지 않게 효자상품 역할까지 톡톡히 해냈다.
해태제과는 이 같은 실적은 지난 10 월에 기록했던 매출 실적을 배 이상 앞지른 규모다. 고향만두는 올 한해 동안 400억원어치가 판매됐다. 해태제과의 냉동식품 전체 매출 중 83%에 해당하는 액수다. 고재춘 냉동식품 담당은 “정겨운 고향의 만두 맛을 재현한 손만두와 김치손만두는 엄선된 재료와 까다로운 품질관리를 거친 최고급 수제(手製)만두”라며 “소비자의 입맛에 맞춰 개발된 제품이란 특징 때문에 인기가 높다”고 설명했다.
현재 냉동만두 시장은 해태제과와 제일제당을 비롯해 6, 7개의 대기업이 참여했고, 중소기업까지 합치면 100여개사를 웃도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올해 시장 규모는 지난해와 비슷한 1000억원. 이 중 40%가 해태제과의 고향만두 몫이다. 시중에 유통되는 냉동만두 10개 중 4개가 고향만 두라는 얘기다. 해태제과는 고향만두의 브랜드 인지도가 워낙 높아 ‘40% 점유율’ 벽은 당분간 깨지지 않을 것으로 확신했다.
교자만두와 같은 최고급 제품을 꾸준히 개발해 ‘고향만두=대표만두’란 이미지를 지켜간다는 게 2002년을 눈앞에 둔 이 회사의 목표다.
[인터뷰]정하욱 냉동식품 마케팅 팀장
“고향만두는 어느 누구도 넘볼 수 없는 만두시장의 대표 브랜드다. 고향만두가 계속 리딩브랜드 자리를 지킬 수 있도록 혼심의 힘을 다할 생각이다.” 해태제과의 정하욱 냉동식품 마케팅팀장(38)은 고향만두에 대한 자부심으로 똘똘 뭉친 사나이다. 만두시장이 피자, 햄버거 등 서양의 먹거리에 밀려 몇 년째 제자리를 맴돌고 있지만 냉동만두를 바라보는 그의 열정은 뜨겁기만 하다. 정 팀장은 “고향만두의 이미지가 돋보이는 것은 어머니의 손 맛에 초점을 맞춘 광고기법과 철저한 품질관리 등이 적절히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한마디로 고품질, 마케팅, 포장 디자인 등이 고향만두의 첫 번째 경쟁력이란 얘기다.
냉동식품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정 팀장은 맛만 봐도 어느 회사 만두인 지, 브랜드는 무엇인지 척척 맞출 만큼 만두박사가 다 됐다. 이 때문에 동료들은 정 팀장을 ‘만두박사’로 부르곤 한다. 그는 만두시장이 성장 을 멈춘 채 제자리를 맴돌고 있는 현실에 대해 무척 아쉬운 감을 표시했다. “만두시장이 다시 성장곡선을 타기 위해선 소비자의 달라진 입맛에 주파수를 맞춰 새로운 제품 개발이 절실하다”며 이에 대한 대안으로 고급화된 수제만두를 제시했다. 고품질의 냉동만두만이 생존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해태제과가 고급형 만두 신제품 개발에 발벗고 나선 것도 경영진이 정팀장의 풍부한 마케팅 경험을 높이 샀기 때문이란 얘기가 많다.
그는 “ 고향만두는 올해 이 회사 냉동식품 전체 매출의 83%에 해당하는 4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며 “내년 매출장부에는 이보다 많은 숫자가 적힐 것 ”이라고 자신했다.
[파워마케팅] <11>옥션 ‘공동구매’ 2002.01.03
서울 용산 전자상가 8평 규모 점포에서 컴퓨터와 주변기기를 판매하고 있는 이씨는 2000년 12월 처음 옥션의 공동구매 문을 두드렸다. 그는 오프라인에서 판매하는 제품을 옥션을 통해 공급, 한 달에 약 1억원어치의 제품을 판매했다. 오프라인 한 달 매출 5000만원의 배에 달하는 실적. 동대문 의류상가에서 10년 이상 점포를 운영해온 서모 씨도 옥션 공동 구매를 판매채널로 자주 이용한다. 여성 보세의류를 주로 판매하는 그는 지난해 월 평균 6000만원 상당의 의류를 판매했다.
뭉치면 가격이 떨어진다
공동구매는 ‘판매량이 늘어날수록 가격이 떨어진다’는 경제원칙을 인터넷에 접목시켜 성공하게 된 온라인 유통방식이다. 이 기법은 전자상거래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중요한 축을 형성, 시장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인터넷 경매 분야에서 독보적인 선두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옥션은 공동 구매 분야에서도 자타가 공인할 정도로 대표 사이트로 자리매김했다. 옥션이 공동구매 서비스를 시작한 것은 2000년 10월. 인터넷 경매를 통해 물품을 구매하려면 평균 5~7일 가량 소요되는 입찰과정을 기다려야 한다는 점을 보완하기 위한 방편이었다. 옥션의 공동구매는 경쟁업체에 비해 뒤늦게 출발한 만큼 시작 당시에는 두려움과 기대가 교차했다. 담당자뿐 아니라 회사도 크게 걱정했다. 하지만 걱정은 기우(杞憂)에 지나지 않았고 성과는 기대를 초월했다.
담당자들이 뜬 눈으로 지내다시피한 하룻밤만에 수백개 상품이 팔려나갔다.
경매와의 시너지 효과
시작은 늦고 어려웠지만 옥션 공동구매는 경매와의 시너지 효과로 국내 최대의 공동구매 서비스로 자리매김했다. 공동 구매를 시작할 때 2주일 동안 약 3000명의 구매자가 공동구매로 물품을 구매했지만 1년이 지난 지금은 매주 약 4만명이 공동구매를 이용하고 있다. 주간 단위로 판매되는 상품 수량도 1년 전 약 3600개에서 최근에는 평균 7만~8만개로 20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옥션은 생활용품과 의류 중심에서 벗어나 고가의 컴퓨터와 가전제품으로 공동구매 상품 종류를 다양화시켜 성장 속도에 박차를 가했다. 지난 한 해 동안 약 300억원 규모의 컴퓨터와 주변기기 제품이 옥션 공동구매를 통해 판매됐다.
디지털 상인 육성
옥션 공동구매를 통해 제주 감귤을 판매한 이용호 씨(38)와 울릉도 오징어를 판매한 정영수 씨(50)는 옥션의 대표적인‘디지털 농어민’이다. 이들은 남보다 한발 앞선 생각을 가지고 옥션 공동구매를 이용해 자신들이 직접 생산한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 ‘대박’을 낳았다. 이씨는 지난해 10월 자신이 직접 재배한 감귤을 공동 구매로 판매, 1주일 만에 약 6000상자(5㎏)를 팔았다. 정씨는 지난해 초부터 온라인 판매를 시작해 매월 1000축 정도(1축 20마리)를 판매하고 있다. 이들은 집안의 PC와 프린터, 스캐너만으로 전국적 유통망을 지닌 상인으로 발돋움했다. 옥션의 공동구매는 바야흐로‘디지털 상인’이라는 신직종을 탄생시키게 됐다.
가격 및 품질경쟁력
옥션의 공동구매가 네티즌들의 절대적인 인기를 모으게 된 가장 큰 원동력은 무엇보다 가격과 품질경쟁력. 남대문시장의 유동인구보다 많은 하루 평균 35만명이 옥션을 찾아 쇼핑을 즐긴다. 또 많은 네티즌들이 물품을 구매하기 때문에 더욱 저렴한 가격으로 쇼핑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 옥션의 공동구매는 옥션의 핵심 분야인 경매 서비스와의 시너지 효과도 톡톡히 보고 있다. 옥션은 공동구매에서 판매하기 전에 먼저 일반 경매를 통해 회원들의 반응과 시장성을 검증 받아 품질 좋은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고 있다.
김헌철 전무는 “옥션의 공동구매는 네티즌 선호도와 인지도 면에서 업계 최고 수준”이라며 “회원들이 보다 편리하게 물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시스템과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개선해나갈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인터뷰]김헌철 경영총괄본부장
“옥션의 공동구매는 일반 경매 서비스와 마찬가지로 구매자 서비스인 동시에 판매자 서비스입니다.” 옥션이 공동구매 서비스를 시작한 지 이제 1년 남짓. 영업과 마케팅 전반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김헌철 전무(40)는 판매자와 구매자가 함께 이익을 나누는 공동구매의 공동체적 성격을 강조한다. 그는 “익명의 구매자들이 모이면 모일수록 가격이 낮아지는 공동구매는 구매자들에게‘함께하는 재미’와‘저렴한 가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제공한다”고 말했다.
옥션은 지난 1년 간 기존 경매 서비스가 지니고 있는 공동체적 성격을 공동구매와 결합, 단기간에 공동구매 대표 사이트로 자리매김했다. 김 전무는 “인터넷 쇼핑은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도가 오프라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공동구매는 다른 소비자들이 구매하는 수량을 실시간으로 보여줘 구매를 촉진했던 것이 큰 효과를 거두게 됐다”고 설명했다. 공동구매는 판매자 입장에서는 박리다매의 장점이 있다. 또 생산자나 중소제조업체를 소비자와 직접 연결시켜 유통단계를 획기적으로 줄이게 된다. 생산자 입장에서는 구매요청에 따라 생산량을 조절할 수 있어 재고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다. 김 전무는 “감귤 배추 사과 등 유통단계가 공산품에 비해 복잡한 농산물의 경우 산지 생산자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해 가격을 낮추고 상품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옥션 공동구매의 이러한 판매체계가 곧바로 가격경쟁력으로 이어 졌다는 점을 강조하는 한편, 계절적 유행과 구매자들의 입맛에 맞춰 끊임없이 상품을 개발한 것도 성공 비결 가운데 하나로 꼽았다.
[파워마케팅]<12> 태평양 '이니스프리 화장품' 2002.01.10
'나 일어나 이제 가리, 이니스프리로 가리. 거기 외가지 엮어 진흙 바른 작은 오두막 짓고 아홉이랑 콩밭과 꿀벌통 하나 벌 윙윙대는 숲속에 나 혼자 살으리….’ 아일랜드 민족시인 예이츠가 늘 꿈에 그리던 이니스프리 호수를 형상화한 시 ‘이니스프리의 호도’는 우리에겐 낯설지 않은 시다. 태평양이 새천년(2000년 1월) 들어 새로운 유통채널인 마트용으로 첫 출시한 화장품‘이니스프리’는 이 호수의 이미지를 그대로 따왔다.
물과 안개, 작은 풀과 관목, 오솔길, 단순함, 순수, 자연 등의 이미지와 개념을 적용해 전에 없던 브랜드를 만들어낸 것이다. 화장품 업계에서 일반적으로 화장수로 쓰는 증류수 대신 보습성이 뛰어 난 제주 화산암반수 삼다수를 이용하는 새로움과 허브추출물, 향을 화장품에 담아냈다. 코르크 마개를 이용한 용기 뚜껑과 디자인, 제품 포장용기를 재생지로 활용하는 등 제품의 생산 및 판매 전 과정에 자연친화적 개념을 적용해나간 첫 화장품인 셈이다. 2000년 1월 서울 신촌 그랜드마트에 첫 선을 보인 지 이제 2년째. 이니스프리는 전국 200개 마트매장에서 30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마트 전용 화장품 1위 브랜드로 떠올랐다.
출시 5~6개월 간은 매장에서 받아주길 꺼려했던 브랜드가 이젠 단일 브랜드로 월 판매액 8000만원을 돌파하는 매장이 속출하면서 매장 전체 파워브랜드로서도 얼굴 노릇을 하고 있다. 올해 매출 예상액은 450억원. 20~30%의 매출 신장을 예상하고 있다. 이니스프리의 개발과 생산, 판매의 전 과정은‘마케팅 교과서’로 불릴 만큼 마케팅의 기본과 정석을 그대로 따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새천년의 화두로 떠오른 현대인의 자연·환경친화적 라이프 스타일과 취향, 대형 할인점 중심의 쇼핑 패턴의 변화, 스스로 진단하고 선택하는 구매행위 등 생활과 의식의 변화에 맞춰 브랜드 이름과 시스템, 고객관리 등 전과정을 조직적으로 일관성 있게 만들어나간 것이다. 거기에는 우연성이나 밀어내기 전략, 빅 모델을 이용한 반짝 히트가 끼어 들 여지가 없었다. 오직 제품의 개념에 따라 ‘성실히 직조해낸 잘 맞는 옷’ 같은 '맞춤 화장품’이 존재할 뿐이었다.
이니스프리는 한편으론 소비자들이 함께 만들어낸 화장품이기도 하다. 제품 출시 전 인터넷을 통해 ‘아름다운 당신이 화장품을 만든다면…’ 이란 주제로 의견을 모은 결과 소비자들은 자신의 피부에 맞는 화장품, 좋은 물과 자연성을 지닌 화장품을 만들고 싶다는 바람들을 내놓았다. 태평양은 소비자들의 이 의견을 적극 받아들여 이니스프리를 탄생시켰다.
터치 스크린을 이용한 피부진단기 키오스크도 소비자의 요구를 반영한 시스템이다. 12가지 피부타입과 문제성 피부 등을 소비자 스스로 진단할 수 있도록 하고 그에 맞는 화장품을 권하는 방식이다. 최근에는 피부확대 기능을 갖춘 피부진단기를 병행, 설치하고 내용을 업그레이드 시킴으로써 더욱 정밀한 자가진단이 이뤄지도록 배려하고 있다.
고객을 위한 허브농장 체험행사는 제품의 개념을 고객서비스로 연결시키는 작업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 경기도 포천 허브아일랜드 농장 내에 ‘Garden of Innisfree’를 조성, 연간 500명의 고객들을 초청하고 있다. 이곳은 특히 주부들로부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에 대한 구전효과도 만만치 않아 올해는 프랑스와 일본의 허브체험 행사도 준비하고 있다. 이니스프리 프로듀서인 나덕운 과장은“통합적 마케팅과 일관된 메시지를 전달하려 한 것이 마트 전용 파워브랜드로 성공할 수 있게 한 요소라고 여겨진다”며 “올해는 마트의 성장세에 맞춰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데 주력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인터뷰]배병희 마케팅 팀장
“마트 시장은 화장품 유통채널의 가장 비중 있는 부문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선진국의 경우 전체 시장의 30%를 차지하고 있는데 우리의 경우 6% 정도에 그치고 있기 때문에 잠재성이 큰 시장이지요.” 이니스프리 마케팅팀 배병희 팀장(42)은 이니스프리의 탄생과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기까지 2년여 남짓 전 과정을 지켜오면서 자연과 과학, 낭만과 합리성 등 서로 이질적인 것 같은 요소들이 얼마나 삶의 본질적인 모습인가를 깨닫고 있다. 자연을 닮은 화장품 ‘이니스프리’는 역설스럽게도 가장 과학적으로 만들어낸 화장품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시장으로 등장한 마트와 현대인들의 꿈을 결합시키는 작업은 어설픈 결합으로 꾸며진 게 아니라 철저히 계산된 과정의 결과인 까닭이다. 이니스프리의 네이밍 작업도 어느 낭만주의자의 머리 속에서 번뜩 솟아 난 게 아니다. 관련 전문업체와 사내 의견을 받아 여러 차례 논의한 끝에 가장 제품 개념에 알맞은 이름을 뽑아냈다. “나중에 보니까 사내 지적재산권팀에서 특허청에 상표 등록해 놓은 이름이더라구요. 이니스프리란 이름과 제품은 시간이 지날수록 정말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니스프리는 철저하게 고객 중심에서 출발했다는 점도 업계에선 새로운 일이었다. 배 팀장은 “스스로 진단하는 시스템과 맞춤식 화장품의 개념을 처음으로 시도하고 다양한 자연체험 및 문화행사 참여를 통해 다른 화장품과 차별화된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니스프리의 올해 목표는 무엇보다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일이다. 2주년을 맞아 11일부터 20일까지 피부 자가진단 및 경품행사인‘터치 터치 페스티벌’을 대대적으로 실시하면서 브랜드 도약의 해를 꿈꾸고 있다.
[파워마케팅]<13>진로 ‘참眞이슬露’ 2002.01.17
진로는 최근 서울 서초동에 있는 본사 사옥에서 임직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조촐한 파티를 열었다. 참眞이슬露 30억병 판매 달성과 7000만달러 수출탑 수상을 자축하는 자리였다. 지난 98년 10월 출시된 참眞이슬露는 그 동안 숱한 화제를 뿌렸다. 세 돌을 갓 넘었지만 신기록 제조기로 당당하게 통한다. 최단기간 최고판매 , 히트상품 최다 수상 등 따라다니는 수식어만도 한두 개가 아니다. 대표소주로 통하는 참眞이슬露가 처음부터 탄탄대로를 달려온 것은 아니다. 소주시장 점유율이 한때 30%대로 추락했고, 텃밭인 수도권에서 조차 겨우 60%대에 턱걸이했을 정도다.
必生卽死
참眞이슬露가 출시되던 지난 98년 10월. 진로는 계열사의 부도로 심각한 자금난에 몰렸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회사를 떠났다. 그러나 남은 임직원들이 참眞이슬露를 중심으로 필생즉사의 각오를 다짐했고 또 다짐했다. 영업부서는 물론 관리부서 직원과 그의 가족들까지 밤낮없이 소주 판촉에 매달렸다. 참眞이슬露는 지난 99년을 기점으로 임직원들의 피눈물나는 노력에 서서히 화답하기 시작했다. 소비자들이 참眞이슬露에 입맛을 들이기 시작했던 것이다.
참眞이슬露는 지난 2000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폭발적인 성장세를 기록했다. 특히 지난해엔 창사이래 최고의 시장점유율을 달성했다. 한마디로 승승장구 그 자체였다. 김선중 회장은 회사가 심각한 경영난을 겪었지만 회사를 살리겠다는 일념 하나로 똘똘 뭉쳐 최선을 다해준 임직원이 참眞이슬露의 성공신화를 만들어낸 주역이라고 추켜세웠다. 김경일 영업본부장도 어려운 환경에서 일궈낸 참眞이슬露의 성공신화는 한편의 역전 드라마였다고 술회했다.
外柔內剛
애주가들은 소주시장의 대표브랜드로 통하는 참眞이슬露의 첫번째 강점으로‘부드럽고 깨끗한 맛’을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한마디로 소주의 참맛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참眞이슬露가 우수한 품질을 갖춘 데는 타사에서 흉내낼 수 없는 독특한 제조공법 때문이다. 국내 최초로 대나무 숯 3단 여과공법을 적용한 것에다 숙취를 해소하는 아스파라긴산 성분까지 함유했다는 점이다. 애주가들이 너나할것 없이 참眞이슬露는 부드럽게 넘어가고 마신 뒤엔 숙취가 없다고 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난해 2월에 부드러움을 더하기 위해 23도이던 알코올 함량을 22도로 낮춘 것도 부드러움을 한층 짙게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참眞이슬露의 부드러움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병 패키지는 부드럽고 깨끗한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에머럴드 그린컬러를 사용했다. 단순하 면서 세련된 느낌의 디자인도 참眞이슬露의 가치를 한층 높여준 요소다.
成功神話
참眞이슬露는 지난해 1년 새 14.6% 늘어난 9350억원(4894만 상자)의 매출을 올렸다. 시장점유율은 지난 99년 38%, 2000년 51.4%에서 53%로 늘어났다. 수도권의 점유율은 무려 90%다. 창사이래 최고점을 찍 은 셈이다. 올해 참眞이슬露의 매출목표는 1조1300억원, 시장점유율을 55%까지 끌어올릴 방침이다. 이를 위해 수도권 시장을 방어하면서 지방 소주시장을 집중 공략하겠다는 마케팅 전략을 세웠다. 물론 상승세를 타고 있는 수출도 강화할 계획이다. 지난해 수출실적은 8000만달러에 육박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로 인해 주류업계 최초로 7000만달러 수출탑도 수상했다.
올해 목표는 1억달러다. 수출대상국을 일본과 미국 유럽 동남아 중국 등 전세계 50여개국으로 확대하는 글로벌 마케팅 전략도 수립했다. 김경일 영업본부장은 “3년3개월 동안 소비된 30억병은 코엑스 아쿠아 리움 수족관 470개를 채울 수 있는 분량이고, 소주병으로 서울~부산 간을 725회 왕복할 수 있는 길이”라며 “이 같은 판매기록은 앞으로도 당분간 깨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뷰] 김경일 영업본부장
“출시 3년3개월 동안 30억병을 판매한 여세를 몰아 올해는 50억병 고지에 도전하겠다.” 소주왕국 진로의 영업일선을 진두지휘하는 김경일 영업본부장(54)은 요즘 부쩍 손놀림이 바빠졌다. 진로 옷을 입은 지 올해로 꼭 28년째인 김 본부장은 참眞이슬露에 대한 자신감으로 똘똘 뭉친 소주 전문가로 통한다. 그는 올해도 ‘참眞이슬露 =대표소주’란 공식엔 한 치의 오차도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올해 잡은 매출 1조1300억원, 수출 1억달러 달성도 무난하다고 자신했다. 김 본부장은 참眞이슬露가 대박상품으로 급성장한 가장 큰 비결로 부드러움을 꼽았다. 대나무숯으로 세 번 여과해 맛이 부드럽고 숙취가 거의 없다는 강점이 소비자에게 크게 어필했다는 얘기다. 김 본부장은 “좋은 품질에도 불구하고 회사를 살리겠다는 임직원들의 강한 애사심이 없었다면 참眞이슬露의 성공신화는 빛을 보지 못했을 것 ”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참眞이슬露는 소주시장의 53%를 기록했고 수도권에선 점유율이 90%를 넘어서는 등 대박 상품으로 확실한 자리를 굳혔다. 김 본부장은“경제난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참眞이슬露가 거둔 점유율 은 창사이래 최고점이었다”며 “이는 김선중 회장을 비롯한 임직원들의 애사심과 소비자의 끊임없는 사랑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요즘 참眞이슬露의 뱃머리를 지방으로 돌려 지방 소주시장에서 또 한번 참眞이슬露의 신화를 창조하겠다는 야심을 불태우고 있다. 포화상태에 도달한 수도권시장은 잠시 묶어두고 성장 가능성이 엿보이는 지방에 역량을 집중시킨다는 게 임오년 새해를 맞는 김 본부장의 각오다.
[파워마케팅]<14>삼양식품 '수타면' 2002.01.24
요즘 삼양식품의 임직원들은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수타면을 보내달라는 거래처 전화가 빗발치지만 주문량을 맞추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삼양식품이 그 동안 수많은 제품을 선보였지만 지난 99년 10월 첫 선을 보인 수타면과 같이 폭발적인 반응을 얻기는 처음이다.
수타면은 라면의 경쟁구도를 바꾼 상품이다. 수타면을 분기점으로 라면의 경쟁이 국물맛에서 면발로 바뀐 것이다. 쫄깃쫄깃한 면말을 강조하는 수타면이 나오면서 라면 시장은 면발 대결이 불붙기 시작했다.
면발이 끝내줘요
오래 전부터 라면업계의 승패는 국물맛에 달려 있었다. 이 때문에 너나 할 것 없이 시원하거나 얼큰한 국물맛의 신제품을 앞다퉈 내놓았다. 그러나 수타면은 달랐다. 국물맛보다는 쫄깃한 면발을 강조했다. 라면의 고정관념을 뒤집는 역발상이었다. 결과는 대성공. 소비자들은 국물맛 보다 쫄깃한 면발에 관심을 갖게 됐다. 급기야 크고 작은 라면업체들이 면발에 주파수를 맞춘 신제품을 내놓기 시작했다. 그러나 쫄깃한 수타면의 면발을 흉내내지는 못했다. 밀가루를 로울러 압연으로 반죽하는 수타면의 제조공법이 여타 라면과 사뭇 달랐기 때문이다. 이 제조공법은 결국 특허까지 받았다. 수타면 광고도‘면발이 끝내줘요’라는 유행어를 낳으며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수타면 돌풍
수타면은 소비자들의 달라진 입맛을 적절히 반영해 만든 대표적인 제품이다. 삼양식품은 이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무려 1년 동안 철저한 시장조사를 거쳤다. 사전조사가 철저했던 만큼 성공도 빨랐다. 출시 3개월 만에 월평균 30만 상자가 팔렸고 이듬해엔 3배 이상 늘어난 100만 상자를 기록했다. 삼양 식품은 올해 수타면 판매목표를 작년보다 30% 정도 많은 130만 상자로 잡고 있다. 삼양라면은 수타면으로 라면 시장 원조로서 자존심도 회복했다.
삼양라면과 함께 삼양식품을 이끄는 간판 브랜드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대박을 터뜨린 수타면은 치솟는 인기를 반영하듯 상복도 많았다. 지난 2000년엔 한국능률협회로부터 신상품 부문 마케팅대상을 받았고 각 언론사 히트상품 반열에 올랐다.
패밀리 브랜드
지난 2000년 10월, 또 하나의 수타면이 나왔다. 수타면이 출시된 지 꼭 1년 된 날이다. 봉지면 외에 용기면이 나옴으로써 수타면은 패밀리 브랜드가 됐다. 수타면의 패밀리는 현재 8종에 달한다. 가격도 530원짜리부터 1200원까지 다양하다. 수타면 해물맛, 수타면 김치찌개, 수타면 육계장, 수타면 컵면 등이 대표적인 상품이다. 올핸 가족이 배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삼양식품연구소 관계자는 “오는 4월께 면발을 더욱 강화한 수타면 짜장을 신호탄으로 다양한 상품을 잇달아 선보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삼양식품은 쫄깃한 면발을 더욱 쫄깃하게 만들기 위해 다른 업체에선 시도되지 않은 이중 삼중면 타입의 라면도 개발하고 있다.
[인터뷰] 김봉훈 영업전략팀장
“수타면으로 라면 원조 기업의 자존심을 회복하겠습니다.” 라면 영업의 야전사령관으로 통하는 김봉훈 삼양식품 영업전략팀장(43)은 수타면을 삼양식품의 대표상품으로 만들겠다고 포부가 대단하다. 그가 이처럼 수타면에 강한 애착을 갖는 것은 쫄깃한 면발이 센세이션을 일으키면서 판매량이 연일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출시 첫 해에 월평균 30만 상자이던 판매량이 이듬해 100만 상자로 껑충 뛰었고 올핸 130만 상자를 목표하고 있다. 이를 위해 김 팀장은 올해 할인점 영업 비중을 현재 40%에서 50%로 크게 늘릴 방침이다.
수타면은 내수뿐 아니라 수출도 호조다. 지난해 수출액 150억원 가운데 20%인 30억원이 수타면의 몫이었다. 올핸 수출목표를 작년 대비 35% 늘어난 45억원으로 잡았다. 수출대상도 일본 대만 동남아 등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파워마케팅]<15> 종근당 '땡큐' 2002.01.31
지난해 말 숙취해소 음료시장은 한바탕 ‘속풀이 전쟁’을 치렀다. 독주의 판매 증가와 내수경기의 부분적 회복이 맞물리면서 각 제약회사들이 앞다퉈 새로운 숙취음료를 내놓고 시장선점 경쟁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독주를 마시면서도 건강만은 해치지 않으려는 실속 소비자들의 욕구를 꿰뚫은 것이다. 숙취해소 음료시장은 지난 99년부터 급성장하기 시작했다. IMF로 술 소비가 줄면서 숙취음료 시장도 덩달아 위축됐으나 이후 경기가 다시 회복세를 타자 술 소비 증가와 함께 급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작년 말 기준 시장 규모는 600억원대에 달했다.
이 중 종근당의 ‘땡큐’는 작년 11월 출시된 이후 선발 제품들을 물리치고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제품이다. 종근당 관계자는 “현재 시장에 나와 있는 수십종의 숙취해소 드링크가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지 못해 금방 퇴출당하고 있는 실정이나 ‘땡큐’ 에 대한 신뢰도는 거의 절대적이이서 앞으로 명실공히 1위 브랜드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했다.
‘땡큐’는 고순도 수용성 키토산을 이용한 숙취해소 음료다. 뚜껑에 고순도 수용성 키토산 2캡슐을 내장시킨(All-In-One) 공법을 채택해 캡슐과 음료를 효율적으로 결합시켰다. 이와 관련해 종근당은 실용실안 3건, 의장특허 6건을 획득했으며 숙취 해소용으로 개발된 고순도 수용성 키토산에 대해서는 2건의 특허를 출원 중이다. 이 제품은 원광대 약학대학 한약학과 김형민 교수팀과 키토산 전문업체인 키토153㈜이 임상시험을 거쳐 숙취해소용으로 개발한 고분자 키토산을 주원료로 하고 있다. 음료에는 쌀눈 발효 추출물(구루메)외 16종의 숙취해소 성분이 배합돼 속을 편안하게 하며 숙취를 해소시킨다. 또한 알코올의 분해과정 중 발생하는 아세트알데히드를 신속히 분해, 알코올 흡수를 억제하고 혈중 알코올 농도를 감소시켜 간세포를 보호한다.
‘땡큐’를 마신 사람들은 흔히 술 마신 뒤에 오는 권태감, 갈증, 구역 질, 두통, 복통, 입냄새 등의 증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