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의 불황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소비자들은 불황을 이겨내고자 저마다 허리띠를 졸라매고, 기업은 그에 따른 판매의 감소량을 어떻게든 늘리고자 안간힘을 쓴다. 그 어떤 마케팅의 이론도 이처럼 눈앞에 당면한 현실을 정확히 설명하지는 못한다. 이런 시대에 기업들이 우선적으로 택하는 방법은 경비절감과 마케팅 비용의 삭감이다. 그러나 무조건적인 경비절감만이 불황을 이기는 방법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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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은 항상 새는 그릇이다 |
미국 도요타의 마케팅 책임자였던 조지 보스트는 "위기 상황에서 광고비를 써야 하며 그러지 않을 경우 기업은 활동성을 잃게 되고 그 결과 나중에 더 큰 것을 잃게 될 것"이라면서 일명 '새는 그릇 이론(the leaky bucket theory)'을 내세웠다. 이 이론은 소비자를 담고 있는 그릇은 어차피 바닥이 새고 있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항상 빠져나가기 마련이라는 것. 때문에 기업들은 때마다 이 그릇이 차 있도록 보충해야 한다는 것이다. 만일 잠시라도 이 일을 게을리 한다면 그릇은 당장에 비게 되고, 그 그릇을 다시 채우기 위해서는 더 많은 노력과 비용이 들게 된다.
이 이론은 불황을 장기적인 기업발전을 위한 하나의 과정으로 본다. 불황은 어느 날 갑자기 찾아 드는 적신호가 아니다. 시장이 생기면서부터는 불황은 마치 필요악처럼 주기적으로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해 왔다. 시장은 이러한 산들을 끊임없이 넘어 오면서 오늘에 이르렀다. 불황이 없었다면 오늘날과 같은 눈부신 세계기업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기업은 불굴의 도전의 산물이고, 불황은 그 도전을 불러일으키는 뜨거운 박차이다.
불황, 가장 현실적인 시장의 벽이기에 그 속에서 살아 남기 위한 마케팅은 처절함과 동시에 진정한 마케팅의 저력을 보여 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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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불황에서 생존하기 |
일본은 이미 세계 최고의 물가, 멈추지 않는 장기불황, 치솟는 실업률로 악명이 높다. 하지만 불황과 함께 탄생해 불황의 절정기에 오히려 최고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캐주얼 브랜드가 있다. 바로 '유니클로(UNIQLO)'이다.
이 업체가 탄생한 건 일본 불황이 한창 진행 중인 94년. 이미 63년 'Fast Retailing Co.,Ltd'라는 작은 회사를 창업한 야나이 다다시(柳井正·53)는 '싸고 좋은 옷을 입고 싶다'는 생각에 저렴한 캐주얼 브랜드를 개발하기로 결정했다. 셔츠 한 장을 단돈 1만 원에 구입할 수 있는 유니클로는 단번에 폭발적인 지지를 얻었다. 중국 공장에서의 대량생산으로 가격을 파격적으로 낮춰 소비자 지갑을 여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다시 97년도에는 도쿄 증시에 상장했다. 99년에 통신 판매로 또다시 급성장한 유니클로는 2000년 들어 영국과 중국 등 외국 시장에도 도전했다. 지금 유니클로는 브랜드 출범 10년만에 일본 전역에 600개 가까이 되는 매장을 갖출 만큼 자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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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장기불황 앞에서 유니클로에게도 시련이 오지 않을 수 없었다. 일본에서 '국민 브랜드'라 불릴 정도로 전폭적인 인기를 누렸던 유니클로가 위기에 처했던 건 지난 해. 소비자들은 10년 동안 계속된 '값싸고 단순한 디자인'에 실증을 내기 시작했다. 또 유니클로의 저가전략을 모방한 수많은 상품들도 치고 올라왔다. 이익은 금새 36%나 떨어졌다.
이 때 유니클로를 구한 건 혜성처럼 등장한 40대 CEO 다마스카 겐이치씨(玉塚元一)이다. 창업주이자 당시 회장이었던 야나이 다다시는 입사한 지 3년 밖에 안되는 40세 다마스카를 사장으로 앉혔다. 이미 IBM 등 다양한 외국계 기업에서 경력을 쌓아 국제적 감각을 지닌 전문경영인이었던 그는 부임 즉시 영국과 중국 진출을 진두 지휘하며 전열을 재정비 나갔다. 대대적인 광고 캠페인을 통해 '유니클로는 정말로 좋은 상품을 싸게 판매하며, 정직한 마음을 그대로 전한다'는 브랜드 이미지를 지속적으로 설파했다. 동시에 단순했던 기존 디자인을 벗어나 전혀 다른 풍의 상품을 선보였다. 더불어 중국 현지 50∼60개의 공장에서 가장 저렴한 소재를 대규모로 구입해 단가를 최대로 낮춰서 특유의 비용 낮추기에도 힘을 기울였다. 일명 '장인 프로젝트'라 하여 40년 이상의 경력을 지닌 기술자들의 품질 관리 및 기술 지원을 통해 품질 관리도 철저히 했다. 이후 2003년 상반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나 증가한 1619억엔, 경상 이익은 34% 증가한 2630억엔을 기록, 하반기에는 매출 약 1813억엔과 경상이익 4300억엔을 기록했다. 올해 매출 예상액은 약 3000억엔(약 3조원)이다. 불황의 최고점에서 새로운 성공신화를 쓴 셈이다.
다마쓰카 사장은 유니클로의 성공비결을 '불황을 정면으로 돌파하는 힘'이라고 말한다. "불황이 두렵냐고요? 유니클로는 일본 디자인과 중국 소재를 가장 이상적인 형태로 결합시켰습니다. 불황에도 불구하고 창업 10년만에 점포 수 5배, 매출 5배를 이뤄 냈죠. 불황과 함께 탄생해 불황을 통해 성공했다는 얘기입니다. 불황은 우리에게 기회이자 힘의 원동력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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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을 이용한 마케팅 |
신뢰 마케팅
소비자들의 심리 상태는 불황기에야말로 그 본 모습을 드러낸다. 특히나 불황기의 소비자들은 현명한 쇼핑을 위해 상품별로 꼼꼼히 가격과 품질을 비교한다. 기업이 소비자들의 이런 점을 착안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는 게임을 할 수 있다. 예컨대, 소니의 경우 소니 제품을 구매한 소비자들을 위한 온라인 커뮤니티인 '소니스타일'을 운영하여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를 통해 다른 상품과의 비교별 제품의 단점이나 가격차이가 공유되기 때문에 발 빠르게 소비자의 요구에 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철저하게 소비자의 관점에 입각해 소비자마케팅의 차원으로 돌입하게 되는 것이다.
맞춤형 마케팅
불황기에 신뢰마케팅과 함께 빠져서는 안 될 마케팅이 있다. 바로 고객맞춤형 마케팅이다. 소비자들은 불황기의 경우 필요에 의해서 살 것만 사고 안 살 것은 안 사게 된다. 특히 필요치 않는 상품에 한해서는 저항감까지 생기게 마련이므로 기업은 미리 소비자의 취향을 선점하고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주요 소비자들에 대한 정보를 사전에 수집하고 철저히 분석을 해 두어야만 한다. 이 때 소비자들은 신뢰가 생기게 되고 자연스럽게 신뢰마케팅으로 넘어가게 된다.
공동마케팅
불황기에는 소비자만이 어려운 것이 아니다. 기업들도 뭉쳐야 산다. 그래서 불황기에는 동종 혹은 이종의 업계에서 공동 마케팅 혹은 제휴 마케팅의 붐이 일게 마련이다. 예컨대, 현재 이동통신 업체와 금융 업체간의 제휴를 통해 새로운 모바일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가 그것이다. 이와 같은 공동마케팅은 보다 다양한 고객군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 신규수요를 창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불황기에 각광을 받는다. 다만 주의할 점이 있다면 단순히 서비스를 합치는 차원이 아니라 확실한 전략을 통해 어려운 소비자들이 실질적인 혜택을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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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 사는 길- 디마케팅(Demarketing) |
디마케팅이란 넓은 의미에서는 고객의 수를 의도적으로 줄이는 마케팅활동을 말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수익이 없는 고객의 수요를 감소시키고 주요 고객과의 관계에 더 집중하는 마케팅 활동이다. 최근 국내 신용카드사들이 부실 채권에 의한 경영 악화를 만회하기 위해 불량 고객에 대한 현금서비스 한도 축소, 거래 중지 등으로 고객 내몰기를 유도하고 있는 경우가 바로 이에 해당한다. 디마케팅은 일명 '고객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알려져 있어 일반 고객에게는 자칫 불편한 느낌을 줄 수도 있다. 그러나 디마케팅의 궁극적인 목적은 마케팅에서 일어나는 리스크를 최소화함으로서 기업의 부실을 사전에 방지하고 나아가서는 주요고객의 폭을 더욱 넓히는 데에 있다. 예를 들어 국내 모 게임업체에서 청소년 회원들이 부모님과 동의를 얻은 시간 내에서만 온라인게임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도입하였는데 청소년들이 지나치게 게임에 중독되지 않도록 미연에 방지함으로써 부모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는 것이나, 맥도날드 프랑스 지점의 경우 자사의 상품이 비만 어린이들의 건강을 해치는 것을 우려하여 한 어린이가 일주일에 한 번 이상 구매하는 것을 자제시켜 역시 부모들에게 큰 호응을 얻은 것이 그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마케팅은 소비자들에게 있어서는 공격적인 마케팅이기 때문에 항상 주의를 요한다. 디마케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철저하게 장기적인 마케팅의 차원에서 항상 신중해야 하고, 지속적인 고객관리를 통해 기존에 내몬 고객과 잠재고객으로부터 신뢰를 얻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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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은 오히려 황금알을 낳는 기회다 |
기업의 마케팅은 불황기라 하여 결코 멈출 수 없다. 어쨌든 하지 않으면 소비자는 떠나기 때문이다. 지난 외환위기 당시 국내 기업들은 광고비를 대거 감축하는 등 마케팅 활동을 급속히 줄여 위기를 벗어나려 했다. 그러나 당시 국내에 진출해 있던 수많은 외국 기업들은 오히려 체계적이고 공격적인 마케팅 활동을 펼침으로써 지금 이전보다 높은 시장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바로 불황기 마케팅의 진짜 저력이다.
사실 불황기야말로 브랜드를 새로이 리빌딩 할 수 있는 최적의 기회다. 불황기에는 경쟁 업체들마다 마케팅 비용을 삭감하기 때문에 이를 역으로 이용하면 오히려 많은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커다란 효과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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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레트의 경우 미국 경기가 극심한 불황을 겪었던 지난 2001년, 오히려 광고를 비롯한 전반적인 마케팅 투자를 더욱 늘리고 과감한 브랜드 리빌딩을 시도하면서 불황기에 면도기와 건전지의 시장점유율을 급상승시킬 수 있었다. 또 케첩시장의 정상인 하인즈 등도 불황을 적극 활용한 마케팅 활동으로 불황을 벗어난 지금 시장점유율을 더욱 넓힐 수 있었다.
불황은 어쩔 수 없이 피해를 보아야만 하는 시장의 위기가 아니라, 시장이 가지고 있는 하나의 특징일 뿐이다. 이 장기적인 시장의 사이클은 돌고 돌게 마련이어서, 불황기에 기업이 어떠한 마케팅 활동을 벌였느냐에 따라 다음 사이클에 성공과 실패의 결과를 낳게 된다. 지금의 위기는 오히려 시장의 기회다. 기업으로 본다면 이 불황기에야 말로 소비자들에게 점수를 딸 수 있는 절호의 찬스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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