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

불황기 극복을 위한 마케팅 전략

forever1 2007. 8. 15. 14:06

불황기 극복을 위한 마케팅 전략

 

I. 들어가는 말

언제부턴가 시작된 불황이 이제는 너무나 익숙해져 버렸다. 소비자들은 불황을 이겨내고자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고, 기업은 구매력 위축에 따른 수요의 감소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날로 악화되어가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기업들은 우선적으로 경비절감을 추진하고 있고, 경비절감의 일환으로 광고를 비롯한 마케팅 비용을 삭감하고 있다. 마케팅 비용은 가장 손쉽게 지출을 줄일 수 있는 항목이며 다른 분야에 손대는 것에 비해 단기적인 충격이 그리 크지 않은 것으로 이해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광고비는 경비가 아니라 투자라든가 불황기일수록 광고를 비롯한 마케팅 활동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주장은 현실의 벽에 부딪쳐 설득력 없는 공허한 이론으로 외면되고 있다. 브랜드 자산 강화를 위한 마케팅 비용 지출보다는 한 푼이라도 줄여 써야 하는 생존의 문제가 현실적으로 보다 시급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불황기에 경비절감에만 급급하여 마케팅 비용을 줄이는 것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보다는 불황기는 경기 순환의 끝이 아니라 한 과정이라는 점에 착안하여 불황기를 극복해나가는 자세가 필요하다. 미국 도요타의 마케팅 책임자였던 조지 보스트는 ‘위기 상황에서 광고비를 써야 하며 그러지 않을 경우 기업은 활동성을 잃게 되고 그 결과 나중에 더 큰 것을 잃게 될 것’이라면서 ‘새는 그릇 이론(the leaky bucket theory)’의 예를 들었다. 이 이론은 소비자를 담고 있는 그릇은 바닥이 새고 있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항상 빠져나가고 있어 기업들은 늘 소비자를 담고 있는 그릇이 차 있도록 보충(광고를 비롯한 마케팅 활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잠시라도 그 일을 게을리 한다면 곧 그릇은 비게 되고 그 그릇을 처음과 같이 채우기 위해서는 더 많은 노력과 비용이 든다는 논리이다.

 

 

본 글에서는 불황기라고 하여 단순히 광고를 비롯한 전반적인 마케팅활동을 삭감하는 데에만 급급할 것이 아니라 불황기를 하나의 기회로 보고 이를 합리적으로, 효과적으로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II. 불황기의 특성

1. 소비자의 변화

불황기는 소비자들의 생활에 영향을 미쳐 구매 의식, 구매 패턴에 변화를 일으킨다. 구체적으로 불황기에 소비자들은 실업, 임금 삭감, 물가 상승 등에 따라 실직 소득이 감소되고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구매 심리가 크게 위축되어 감성 소비, 충동 구매가 줄어드는 반면,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구매 패턴을 가지게 된다. 또 버블기에는 가격에 연연하지 않고 고품질을 지향하는 경향이 강하였으나, 불황기에는 할인점을 이용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디자인보다는 본질적인 것을 챙기고 대체적으로 심플한 생활을 즐긴다. 우리나라보다 일찍 불황을 경험한 일본의 경우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정체된 소득과 구매력 수준에 맞춰 모든 것을 다 갖추기 보다는 자기 나름의 가치 기준에 따라 취미, 주거, 건강 등에 집중적이고 효과적으로 돈을 사용하고자 했다. 결국 다른 것에 신경 쓰지 않고 자신의 힘만으로 흐름에 따른다는 느낌으로 생활을 즐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들과 다름에서 얻어지는 차이 가치보다는 실제로 느낄 수 있고 효익을 안겨주는 실질 가치를 추구한 것이다.

 

 

한편 불황기에 소비자들의 심리 상태는 한마디로 불안하다고 할 수 있다. 경제가 나빠지고 자금줄이 매 말라서 고생하는 기업들처럼 소비자들도 돈이 없기 때문에 구매력을 상실하게 된다. 또한 소비자들은 다소 혼돈스러운 심리 상태를 나타내기도 한다. 불황기에 기업들은 신제품을 선보이기보다는 인기 제품을 리뉴얼해서 보다 업그레이드된 제품이라고 광고하고 있는데, 소비자 입장에서는 언뜻 보기에 비슷한 제품인 것 같은데 가격은 조금 더 지불해야 하니 상술에 속는 것 같고 또한 다양한 제품 가운데 자신이 원하는 것을 제대로 고르지 못할 것 같은 느낌을 받기 때문에 다소 혼돈스러워 할 수 있다.

 

 

이렇듯 불황기에 소비자의 구매 행위나 심리 상태는 이전과 상당히 다르므로 소비자들의 변화를 올바르게 파악하고 이에 적극적으로 대처한다면 불황기를 효과적으로 극복할 수 있다. 예컨대 2002년과 2003년의 히트 상품으로 바퀴달린 신발(일명 힐리스)나 인라인 스케이트를 들 수 있는데 이들이 히트 상품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스피드, 건강, 레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소비자들의 코드를 적시에 정확히 포착하였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불황기라고 해서 부진한 내수를 당연한 결과로 받아들이고 비용 절감에만 주력할 것이 아니라 소비자의 심리를 자극하여 부진한 내수를 회복할 수 있는 전략을 수립하는데 더욱 매진해야 할 것이다.

 

 

2. 마케팅 전략의 변화(일본의 경험을 중심으로)

우리나라보다 일찍 불황을 경험한 일본의 경우 불황기를 경험하게 되면서 나타난 마케팅상의 가장 큰 변화는 ‘유통의 시장지배에 대한 대항’으로 압축할 수 있다. 즉 버블이 붕괴되면서 시장의 주도권을 쥔 소비자를 가장 가까이에서 접촉하고 있는 유통업체들이 소비자에 대한 정보를 장악, 시장을 지배하게 되었다. 따라서 일본에서는 대부분의 제조업체들이 유통의 시장지배에 대항하여 주도권을 되찾기 위해 고객과의 관계를 강화하는 마케팅 전략을 구사하였다. 이를 위해 제조업체들은 첫째, 브랜드 계층에 따라 브랜드 관리전략을 세우고 고객과의 관계, 제품의 응용력, 시장에서의 위상이라는 관점에서 브랜드 파워를 평가하여 그 결과에 따라 전체 브랜드군의 영향력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브랜드 전략을 재구축하였다. 둘째, 상품과 소비자의 관계를 면밀히 분석하여 생활 장면, 제품의 효용과 생활의 충족간의 구조를 밝히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생활가치 카테고리를 창조하였다. 그리고 기업은 이를 바탕으로 카테고리 수요를 창조할 수 있는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여 제안하였다. 마지막으로 브랜드 로열티 형성을 위해 로열티가 높은 고객을 집중적으로 관리하는 전략을 구사하였다. 특히 고객 획득 전략과 유지 전략을 통합하여 고객 획득 전략은 대중을 대상으로 하는 매스 마케팅을 중심으로, 고객 유지 전략은 일대일 직접 마케팅을 중심으로 전개하였다.

 

 

III. 불황기 극복을 위한 마케팅 전략

1. 공동 마케팅

공동 마케팅은 제조업자와 유통업자간의 제휴에서 비롯되었다. Management Review의 정의에 의하면 공동 마케팅은 제조업자와 유통업자의 제품 판매 방식을 변화시키는 것이며, 모든 경우에 똑같이 적용하는 마케팅(one size fits all marketing)을 판매에 특화된 프로그램으로 대체하여 브랜드에 특화된 마케팅(brand specific marketing)을 보존하는 것이다. 공동 마케팅은 기업의 규모에 상관없이 생존의 차원에서 모든 기업이 활용할 수 있다는 적용의 광범위함과 마케팅 비용의 절감을 통해 참여 기업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Win-Win게임을 실현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닌다. 따라서 특히 전 부분에 있어 비용 절감을 실현해야 하는 불황기에 생각해 볼 수 있는 전략이다.

 

 

공동 마케팅은 참여하는 업체의 경쟁 관계와 업종 간 결합형태에 따라 공생 마케팅, 하이브리드 마케팅, 공동 브랜딩, Ingredient 브랜딩 등의 형태로 행해진다. 간략히 이들의 특성을 살펴보면 먼저 공생 마케팅(symbiotic marketing)이란 공동 마케팅에 참여하는 업체가 본질적으로 경쟁관계에 있는 동종업체일 경우에 해당한다. 이 경우 자신의 브랜드는 그대로 유지하며, 경쟁 관계에 있는 업체끼리의 제휴라 하여 적과의 동침이라고도 한다. 예컨대 신라호텔과 인터콘티넨탈 호텔의 경우 두 호텔에서 사용할 수 있는 더블 초이스 카드를 발급하고 있는 것, 대한항공의 skyteam, 아시아나 항공과 노스웨스트 항공의 태평양노선 공동 운항과 마일리지 공유 등을 들 수 있다. 하이브리드 마케팅(hybrid marketing)은 참여하는 업체가 이종업체에 있는 경우를 말하며, 이 경우에도 자신의 브랜드는 그대로 유지한다. 농협과 농심가, 반스앤노블(서점)과 스타벅스의 공동 마케팅의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공동 브랜딩(Co-branding)은 신제품이 이미 구축된 이미지를 지닌 두개 이상의 브랜드와 합쳐져 출시되는 경우를 말한다. 이 전략은 신용카드업계(현대카드와 기아자동차, 현대자동차의 제휴카드인 현대 M카드, 아시아나항공과 외환은행, 국민은행, American Express 카드 등)에서 빈번히 사용되고 있다. Ingredient Branding은 브랜드 제품을 구성하는 필수적인 요소나 재로에 대한 브랜드 자산을 창조하는 것으로, 인텔의 팬티엄 프로세서, 돌비 잡음제거 시스템, 고어텍스 방수섬유 등을 들 수 있다.

 

 

한편 마케팅의 4P에 따라 공동 마케팅의 유형을 설명해보면 <표1>과 같다(Kotler, 1994).

 

 

이상과 같이 공동 마케팅은 마케팅의 각 부문에서 가능한 전략이다. 따라서 특히 어려운 경쟁 상황 속에서 기업들이 장기적으로 이윤 극대화를 위하여 무조건적인 경쟁을 지양하고 상호간에 취약한 분야를 보완, 강화하기 위하여 선택하는 전략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공동 마케팅은 과거 경쟁 기업의 이익은 자기 기업의 손해라는 ‘제로섬 게임'식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서로의 이익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유용한 전략으로 인식되고 있다.

 

 

요컨대 공동 마케팅은 마케팅 비용을 절감케 해주는 동시에 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는 전략이다. 이에 따라 McKinsey 조사 결과가 말해주었듯이 공동 마케팅의 비율이 눈에 띠게 증가하고 있으며 향후 몇 년간 이러한 추세가 계속될 전망이다. 그러나 실패 가능성에 대한 준비 없이 무조건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무리가 따를 수 있다. 또한 참여 업체들 간에 투자 및 성과의 배분에 있어 갈등의 소지도 있고, 정보 및 노하우의 공유를 통해 차후의 경쟁관계에 있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2. 디마케팅(Demarketing)

디마케팅이란 광의의 의미에서는 고객의 수를 의도적으로 줄이는 마케팅활동을 의미하는데, 협의의 의미로는 수익이 없는 고객의 수요를 감소시키고 핵심 고객과의 관계에 집중하는 마케팅 활동을 의미한다. 예컨대 최근 국내 신용카드사들이 부실 채권에 의한 경영 악화를 만회하기 위하여 불량 고객에 대한 현금서비스 한도 축소, 거래 중지 등으로 고객 내몰기를 유도하고 있는 경우가 바로 이에 해당한다. 이처럼 디마케팅은 근래 금융권의 수익 증대를 위한 ‘고객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알려져 있어 일반 고객에게 다소 불편한 느낌을 주는 비정상적인 기업 활동으로 여겨질 수도 있다. 그러나 디마케팅의 궁극적인 목적은 고객 차별화로서 우량고객 중심의 사업구조를 유지하는 것이다. 불황기일수록 20대80 법칙, 즉 상위 20%의 고객이 수익의 80%를 점하는 현상이 더욱 뚜렷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20대80이라는 법칙의 숫자는 절대적인 비율이 아니며 상위 20%를 제외한 나머지 80%에 해당하는 고객에 대한 재정의가 필요하다.

 

 

불황기에 특히 디마케팅 전략을 고려해보아야 하는 이유로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를 생각해볼 수 있다. 먼저 첫째, 마케팅 측면의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서이다. 불황기에 기업들은 위험관리 체제를 강화시켜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 재무구조 개선, 사업 구조조정 등을 도모하고 있는데 마케팅 차원에서 위험요소라 할 수 있는 불량 고객에 대한 퇴출을 통해 기업의 부실화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서이다. 둘째, 경영의 목표를 단순히 양이 아닌 질적 가치로 변화시켜야 한다. 즉 거품 고객 확보를 통한 규모의 성장이나 시장 점유율 증대 보다는 실제로 기업이 벌어들인 수익이 경영 성과 판단의 기준으로 자리매김 해야 한다. 셋째, 자원관리의 효율성을 높이는데 디마케팅 전략이 유용하기 때문이다. 기업 입장에서 볼 때 비우량고객 관리에 따라는 자원을 우량 고객에게로 집중시킬 경우 비용 절감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한 예로 최근 인터넷 포털 업체에서는 휴면 ID와 활동이 부진한 커뮤니티를 폐쇄하는 추세가 늘고 있다. 이는 시스템 증설에 따른 추가 부담을 줄이고 시스템 안정성 저하에 따른 인터넷 속도 저하, 아이디 고갈 등을 사전에 방지하여 우량 고객에게 양질의 부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이다.

 

 

이상과 같은 이유뿐만 아니라 디마케팅은 공익을 극대화하고 나아가 기업 이미지를 제고하는 차원에서 도입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국내 모 게임업체에서 청소년 회원들이 부모님과 동의를 얻은 시간 내에서만 온라인게임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도입하였다. 청소년들이 지나치게 게임에 중독되지 않도록 미연에 방지함으로써 부모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고 한다. 또한 맥도날드 프랑스 지점의 경우 자사의 상품이 비만 어린이들의 건강을 해치는 것을 우려하여 한 어린이가 일주일에 한 번 이상 구매하는 것을 자제시키고 있다고 한다.

 

 

이상과 같은 디마케팅 전략을 효과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점을 고려해야 한다. 첫째 장기적인 전략차원에서 일관적으로 적용되어야 할 것이다. 즉 사전에 적절한 동의나 처우 없이 단지 지금 당장 돈이 없다는 이유로 차별을 할 경우 퇴출된 고객뿐만 아니라 잠재고객들의 반발을 사는 역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 둘째 우량 고객과 비우량 고객을 구별하는 것에 신중해야 한다. 거래 금액이 크다고 기업의 수익성에 기여할 것이라고 추측하는 것은 금물이다. 거래 금액과 상관없이 활발한 거래 실적을 보이거나 주변의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입 소문을 내는 우량 고객들을 잃은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 또 고객과의 장기적인 관계를 중시하는 기업이라면 공익 창출 차원의 디마케팅을 도입하는 것도 고려해볼만 하다. 물론 단기적인 수익에는 다소 영향을 미칠 수도 있겠으나 ‘항상 고객을 먼저 생각하는 믿을 수 있는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어필하는데 이를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디마케팅 전략은 고객 만족을 우선시 하는 일반적인 마케팅 개념에 충실하지만 다소 공격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디마케팅 전략을 사용할 경우에는 차별적이고 효과적인 미디어 접촉을 시도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눈에 보이는 이익은 없을지라도 기업 이미지 제고를 위한 공익 연계 마케팅을 병행하는 등의 노력이 효과적일 수 있다. 일례로 국내 모 은행의 경우 선진국에 비해 뒤떨어진 경제 마인드를 배양하고 신용 불량자 감축을 위한 장기적인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어린이 경제교육 프로그램을 추진 중에 있다.

 

 

디마케팅 전략을 사용하고자 할 때 무엇보다도 염두에 두어야 할 점은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의 낮은 수익성으로 인해 디마케팅의 대상이 되고 있는 고객은 향후 비즈니스의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 경우 다시금 획득해야 하는 고객이며 소중한 자산일지도 모른다. 신규 고객 획득 비용은 기존 고객 유지비용의 5배라는 이론적인 수치를 굳이 거론하지 않더라도 고객은 기업 활동의 존재 이유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디마케팅은 단지 수익성 없는 고객을 차별적으로 관리하는 것만을 의미하진 않는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기존의 수익 구조를 점검하고 개선함으로써 기업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제공해준다는 점이다. 차별화된 서비스, 지속적인 고객 관리, 일관된 경영 원칙은 불황기에나 호황기에나 모든 시기에 적용되어야 하는 불변의 원칙인 것이다.

 

 

3. 브랜드 리빌딩

불황기에 접어들면 기업은 매출 목표를 재조정하고 비용 절감의 노력을 기울인다. 이 경우 생산부서는 최저 원가에 근접하고 있기 때문에 더 이상의 비용 절감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하고, 그 외의 부서들은 비용절감 효과가 그리 크지 않기 때문에 결국 마케팅과 R&D 부서의 비용이 대부분 줄어들게 된다. 그러나 불황기라고 해서 마케팅 비용을 줄이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며 브랜드를 리빌딩할 수 있는 최적기라는 시각에서 브랜드 마케팅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불황기에는 경쟁 기업이 마케팅 비용을 삭감하고 브랜드 관리에 대한 투자를 줄이는 때이므로 이를 역으로 이용하면 많은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그 효과를 배가 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실 예로 1998년 미국 MSI(Marketing Science Institute)가 진행한 PIMS(Profit Impact of Market Strategy)조사에 따르면 불황기에 마케팅 예산을 늘린 기업의 ROI(Return on Investment)는 4.6% 증가한데 비해 그대로 유지한 기업은 0.6% 증가 하였고 예산을 삭감한 기업의 ROI는 0.8% 감소하였다고 한다. 또 1999년 영국의 183기업의 광고비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불황기에 광고비를 축소한 기업이 경기 회복 단계에서 0.8%의 수익을 낸 반면, 광고비 등의 마케팅 투자 비용을 늘려 브랜드 리빌딩 힘쓴 기업들은 4.3%의 수익을 거두었다고 한다.

 

 

또한 McGraw Hill Research와 The Strategic Planning Institute 등을 중심으로 불황기의 광고 활동과 매출의 관계, 광고활동과 순이익의 관계, 시장점유율과의 관계 등에 대한 연구가 지속되어 왔는데 이들의 발표 자료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결과는 불황기에 광고를 비롯한 마케팅 비용을 줄이지 않는 기업이 줄인 기업에 비해 불황기 이후 판매지수와 수익지수 모두 월등하게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McGraw Hill Research 조사 결과가 말해주듯이 경기 불황은 그것을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따라 시장 점유율 확대와 판매 증가의 황금 기회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의 많은 기업들이 불황기에 점유율을 증가시킨 경험을 가지고 있는데 이 시기에는 시장에 진입하는 신규 진입자가 없고 기존의 일부 경쟁자들은 지출을 줄이기 때문이다.

 

이상과 같이 브랜드 리빌딩을 통해 불황기를 극복한 사례들은 수많이 찾을 수 있다. 그 가운데 국내 화장품 업계의 선두기업인 태평양의 예를 들어보면, 국내 화장품 업계는 IMF를 겪으면서 거대한 지각변화를 맞이하게 된다. 오랫동안 우리의 마음을 점유해왔던 피어리스 등의 대기업들이 사라지게 되었고 그 틈을 타고 점유율을 급격히 신장한 기업들도 쉽게 생각해볼 수 있다. 태평양의 경우 외환위기의 사상 최악의 위기를 겪었던 1998년에도 전년 대비 20% 이상 마케팅 예산을 늘렸다. 1981년부터 당시까지 볼 때 태평양의 마케팅 예산은 550%정도 증가로 매출 증가비율 485%를 선회하였다. 이는 지속적인 마케팅 투자에 힘입어 지속적인 매출 증가와 그에 따른 이익 증대가 가능했던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러한 사례는 국외에서도 쉽게 찾아 볼 수 있는데 질레트의 경우도 미국 경기가 극심한 불황을 겪었던 2001년, 광고를 비롯한 전반적인 마케팅 투자를 늘리고 브랜드 리빌딩을 시도하면서 면도기와 건전지의 시장점유율을 급상승시킬 수 있었다고 한다. 또 케첩시장의 정상급 업체인 하인즈나 주택설비 판매업체인 Home Depot 등도 불황기에 보다 저렴한 비용을 들여 광고 등의 마케팅 활동을 할 수 있는 점을 적극 활용한 결과로 최근 시장점유율을 넓힐 수 있었다고 한다.

 

 

요컨대 불황기일수록 적극적으로 브랜드 관리에 나서 브랜드 리빌딩을 시도해야 한다고 마케팅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것은 입바른 말이 아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경기 사이클을 바라보았을 때 불황은 호황으로 이어지기 마련인데 불황이라고 하여 마케팅 투자에 게을리 하고 브랜드 리빌딩을 등한시한 기업들은 호황이 되었을 때 그 대가를 치르게 된다는 것이다. 브랜드 관리는 하루아침에 가능한 것이 아니다. 불황기에도 꾸준히 쉬지 않고 지속적인 관리를 해나가야 하며 적어도 5년, 10년의 뒤를 내다본 투자 여력을 확보해 놓아야 한다.

 

 

Ⅳ. 맺음말

지금의 불황은 한마디로 마케팅의 위기라 할 수 있다. 마케팅의 존재 자체가 의문시되기까지 한다. 그러나 불황기는 경기 순환의 끝이 아니라 한 과정이라는 점에 착안하여 불황기를 극복해나가는 자세가 필요하다. 따라서 불황기에 전반적인 마케팅 활동을 줄이는 데에만 급급하게 되면 호황으로 이어졌을 때 그 대가를 톡톡히 치르게 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기업의 마케팅 활동을 불황기라 하여 멈출 수 없다는 것과 마케팅 활동이 불황기에 더 빛을 발한다는 사실을 외환위기 때 비싼 대가를 지불하고 배울 수 있었다. 외환위기 당시 국내 기업들은 광고비를 감축하는 등 마케팅 활동을 급속히 줄여 위기를 벗어나려 했다. 그러나 당시 우리나라에 진출했던 수많은 외국 기업들은 체계적인 마케팅 활동을 펼침으로써 지금도 높은 시장점유율을 점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지금 우리는 또 한번의 위기 상황을 겪고 있다. 불황으로 인해 국내 기업들은 광고를 비롯한 마케팅 비용을 전반적으로 축소하는 방향으로 재조정하고 있는데 반해 외국 기업들은 보다 공격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McGraw Hill Research는 조사결과를 토대로 ‘경기 불황은 시장 점유율 확대와 판매 증가의 황금 기회’라고 지적하였다. 미국의 경우 여러 기업들이 불황기에 시장 점유율을 증가시킨 경험을 갖고 있다. 시장 점유율을 변화시키기 가장 쉬운 시기는 바로 불황기라고 할 수 있는데 그 이유는 이 시기에는 시장에 진입하는 신규 진입자가 없고, 기존의 일부 경쟁자들은 지출을 줄이기 때문이다. 불황기는 기업의 현황에 적합한 전략을 취하여 전사적으로 힘을 모아 대응한다면 현명하게 극복될 수 있다. 이는 요즘의 상황 속에서도 호조를 보이고 있는 열대과일 음료인 ‘망고’주스의 예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망고 주스는 소비자의 니즈에 적합한 상품 아이디어를 찾는 가운데 태동된 것이며 불황기임에도 불구하고 망고 붐을 조성하는 데에 적지 않은 마케팅 비용을 들였으며, 뿐만 아니라 전사적 차원에서 원료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기하였고, 또 컨셉 자체를 아이스크림 등으로 다각화하는 방법을 택한 것도 일조하였다고 한다.

 

 

본 글은 불황기라고 하여 단순히 광고를 비롯한 전반적인 마케팅활동을 삭감하는 데에만 급급할 것이 아니라 불황기를 하나의 기회로 보고 이를 합리적으로, 효과적으로 극복할 방법을 모색해 보고자 시도된 것이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불황은 장기전으로 돌입할 우려도 내비치고 있다. 따라서 빨리 불황기가 지나고 호황기가 오기만을 수동적으로 기다리고 있기보다는 과거의 경험과 타사의 성공 사례들을 되집어 보고 이를 토대로 지금의 상황에 적합한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여 적극적으로 헤쳐 나갈 준비를 해야 할 것이며 여기에 본 논문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