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에게 배우는 '처세술 완전정복'
[그의 처세술] ① 내 적을 가까이
화완옹주를 우두머리로 자신을 음해하는 세력을 밝혀낸 세손을 불러 영조가 말한다. "이번 일로 궐 안에 널 음해하려는 자들이 있음이 드러났다, 이제 넌 어쩔 셈이냐?" 세손은 답한다. "우선은 묻어두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상하다. 꼬리가 드러났는데, 잡아 당겨 몸통을 밝히지 않는단다. 영조가 또 묻는다. "어째서냐?"
"지금 제가 나선다고 해서 지금 저들을 모두 발본색원할 수는 없습니다. 또, 지금 저들 몇몇을 찾아내 벌을 준다고 해도, 언제든 저와 뜻을 달리하는 자들은 또 생기기 마련이라 생각합니다."
그러자 영조가 뿌듯한 표정으로 말한다.
"그래. 정치란 그런 것이다. 임금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지. 임금 곁엔 뜻을 달리 하는 이들이 있어야 한다. 허나 그 곁엔 반드시 임금을 지키고 보위할 자도 있어야 하지. 허니 넌 이제부터 저들과 맞설 네 사람을 만들어야 한다. 잊지 말거라. 네 흉을 잡는 자들을 곁에 두거라. 또 그 곁엔 반드시 네게 길을 보여주는 자들을 심어야 한다. 알겠느냐?"
하지만 세손보다 일찍이 이를 알고 몸소 체화한 이가 <이산>엔 있었다.
이산의 책사가 된 지 얼마 안 돼서다. 홍국영은 다짜고짜 세손더러 500냥을 내달라더니, 그 돈으로 뻔뻔하게 집을 산다. 정후겸 옆집이다. 정후겸은 화완옹주 양자다. 세손을 몰아내려는 노론 쪽 책사다. 세손 책사인 홍국영이 가장 견제해야 할 인물이다.
"내 옆집이라, 어째서인가?" 인사하는 홍국영(한상진)에게 의아한 정후겸이 묻자 홍국영이 뺀질뺀질 웃으며 말한다.
"자고로 친구를 가까이하되, 적은 더 가까이하란 말이 있지요."
"나에게 라이벌이고 되고 도전이 되는 사람은 심리적으로 피하고 싶다. 하지만 리더를 성장시키는 도전이 된다."
고현숙 한국코칭센터 대표도 라이벌일수록 가까이하라고 조언한다. 그것이 "고단수의 처세술"이라는 것이다.
"더 가까이 두고 연구를 해야만 어떻게 대처할 수 있고 내성도 기를 수 있다. 조직에서 A와 B가 라이벌 관계일 때, A에게 B만 없으면 잘 나갈 거 같지만, B가 없어지면 A도 주목을 못 받고 힘이 빠진다. 그게 라이벌 관계다. 서로를 필요로 하는 면이 있다. 배척하고 멀리 할수록 자기가 더 성장할 기회를 잃어버린다. 라이벌·경쟁자란 밟고 지나가는 존재가 아니고 서로를 키워주는 존재다. 현대 사회가 전쟁터도 아니고, 라이벌이란 서로에게 자극을 준다."
옛말에 미운 놈 떡 하나 주랬다. 맞다. 이젠 미운 라이벌, 떡 하나 주면서라도 가까이 하라. 냄새 난다고 피하는 게 수가 아니다. 라이벌이야말로 나를 키우는 '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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