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 경영은 ‘유머 경영’, ‘웃음 경영’ 등 다른 말과 혼용되고는 있지만 임직원들이 회사생활과 업무에서 ‘재미’와 ‘즐거움’을 느끼도록 하는 게 핵심이라는 점에서 같은 의미다. 한마디로 말하면 펀 경영은 인간존중 경영이다. 즐거운 직장이란 곧 사람을 존중하는 기업을 말한다. 미국의 <포천>지는 매년 근로자 4만 명을 대상으로 미국에서 일하기 좋은 직장 100대 기업을 선정하는데 여기에 선정된 기업은 모두 공통점을 갖고 있다. 종업원에게 일하는 즐거움과 재미를 주며 사람을 존중하는 가족 같은 기업이란 점이다. 오리온 본사에는 ‘펀 스테이션’이라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펀 스테이션은 말 그대로 펀을 느끼고 가는 곳이다. 이곳은 30평 남짓한 사이버틱한 공간에 일반 카페와 아케이드 문화를 접목시켰다. 한쪽 벽면의 대형 스크린에서는 뮤직비디오가, 한켠에는 오리온의 인기 과자들이, 다른 쪽에서는 커피향이 그득하게 풍겨나온다. 굳이 다른 카페를 갈 필요가 없을 정도로 꽤 괜찮은 공간으로 만들어놓았다. 입구 가까이에는 일반 오락실에서 보는 대형 게임기들이 놓여 있다. 야외 공간은 친환경적인 공간으로 꾸며져 업무에 지친 직원들의 스트레스를 달래주기에 그만이다. 펀 스테이션은 신입사원 연구과정에서 아이디어가 나온 명물이다. 회의실보다 좀더 자유롭고 편안한 장소가 필요하다는 요구를 흘려듣지 않았기에 펀 스테이션이 탄생할 수 있었다. 삼성에버랜드에서는 GE의 CEO가 갖춰야 할 리더십 핵심 요소 4가지인 Energy, Energizer, Execution, Edge를 응용해 독자적인 ‘펀 경영 4대 핵심 요소’를 만들었다. 첫 번째는 ‘FunErgy’로, 열정과 즐거움이 있는 펀 에너지를 의미한다. 둘째는 FunErgizer로 펀 에너지를 창출하는 리더를 말한다. 셋째는 FunExeQ로 에너지를 창출하는 방법을 뜻하며, 넷째 FunEdge는 펀 에너지를 창출하기 위한 실천전략이다. 삼성에버랜드 레저사업의 이념이자 경영화두인 ‘펀’과 ‘경영’, 그리고 ‘리더십’을 한데 묶어 즐거운 일터를 만들기 위한 사업의 일환인 셈이다. 또한 펀을 직원들에게 강요하기 이전에 경영진부터 나서야 한다며 ‘위로부터의 변화’를 시도한다. 즐겁고 개방적인 조직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경영진부터 달라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사장·임원들이 우선적으로 펀 교육 프로그램에 참가한다. 서비스 기업의 경영리더로 진정한 펀이 무엇인지 그 의미부터 차근차근 짚어나가는 것이 우선이다. 그 다음에 열정과 즐거움으로 가득 찬 조직창출을 위한 전략과 실천내용을 배우게 된다. LG전자는 숫자판을 활용해 화살이 꽂힌 번호와 사번 뒷번호가 일치하면 특별휴가를 제공하는 이벤트와 여름방학인 8월에 직원가족 초청행사를 열고 있다. 이 회사 청주공장은 노동조합과 사측이 부서원들의 단합과 친목을 다지자는 취지로 ‘알까기 최강전’ 등 각종 이벤트를, 구미사업장은 무작위로 선정한 임직원에게 e메일로 ‘지령’을 부여하고 그 결과를 보고하는 ‘미션 임파서블’ 행사를 실시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TV 프로그램을 모방한 ‘칭찬합시다’라는 사내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 제도는 매주 한 명의 주인공을 선정해 격려함으로써 자칫 큰 조직 속에 묻혀버릴 수 있는 조직원의 선행과 미담 등을 모두가 공유하도록 고안됐다. 팀별 실적과 개인의 업무에만 치중할 수 있는 증권사 특유의 문화를 극복해나가자는 의미가 담겨 있는 셈이다. 이처럼 많은 기업에서 고정관념을 깬 이색 아이디어로 사업장 분위기를 바꿔나가며 회사에 자부심을 갖도록 하고 있다.
현대카드·현대캐피탈, 펀 공간 통해 표출되는 펀 문화 현대카드·현대캐피탈의 사내 식당은 점심시간 이외에는 회의실, 세미나실 등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꾸며져 있다. 사내 식당 자체의 인테리어와 식당 입구에 자리잡은 게임기들도 독특하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눈에 띄는 건 벽면을 차지하고 있는 임직원들의 사진. 임직원들이 다양한 모습으로 최대한 자신의 개성을 살려 연출한 사진들이 아트월 형태로 꾸며져 있다. 얼굴 전체에 ‘$’마크를 페이스 페인팅한 정태영 사장의 과감한 연출도 돋보인다. 요트, 캠핑카, 여행, 세계 정상급 선수들을 초청해 펼치는 슈퍼매치 등 금융권에서는 볼 수 없는 파격적 시도를 지속적으로 추구해 온 만큼 현대카드·현대캐피탈의 인적 구성 역시 다양함을 자랑한다. 금융분야에서 전문적 역량을 쌓은 임직원뿐 아니라 컨설턴트, 호텔리어, 연구원 등 각자의 분야에서 최고의 역량을 발휘하던 다양한 경력을 가진 임직원들이 현대카드·현대캐피탈에 모여 시너지를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정태영 사장은 ‘직원들께 드리는 보고서’에서 이러한 인적 구성을 가리켜 ‘United States of Career’라고 표현한 적이 있다고 한다. 또한 현대카드·현대캐피탈 1층 로비에 위치한 Caf ?M은 고객과의 만남의 장소로, 직원들간의 대화의 장소로 애용되는 곳이다. 바로 길 건너 국회나 인근 기업의 임직원들도 많이 찾아오는 곳이며, 각종 드라마나 영화의 촬영 섭외가 계속해서 들어올 정도로 이 곳의 인테리어 또한 독특한 개성을 자랑한다. 월 1회 직원 호프데이인 해피아워(Happy Hour)가 가장 많이 개최되는 장소 역시 바로 이 Caf ?M이다. 해피아워는 무료로 제공되는 맥주와 안주를 즐기며 임직원들이자유롭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다. 이 행사에는 매월 색다른 테마와 이벤트가 마련되는데, 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 배구단이 V리그 2년 연속 제패 후 처음 마련한 해피아워에 깜짝 등장해 직원들의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지난 5월 사옥 앞에서 진행된 해피아워에는 테이블마다 마술사들이 등장해 매직 쇼를 선보이기도 했다. 정태영 사장도 매월 이 행사에 참석해 사원들과 함께 맥주 한잔 마시며 이야기 꽃을 피우고 이벤트를 즐기는 것은 물론이다. 직원들의 동기부여를 위한 ‘배낭여행 프로그램’ 역시 이러한 취지의 연장선상에서 이뤄졌다. 1인당 최고 400만 원까지 배낭여행 비용을 전액 지원해주는 이 프로그램은 매달 여행계획서를 공모해 그중 여행 취지가 분명하고 열정이 뛰어난 한 팀을 선정해 여행경비를 지원한다. 홍보팀 이호중 대리는 “직원들의 지적 호기심을 채워줄 수 있는 여행, 평소 관심이 있었던 분야에 대해 심도 있는 체험을 할 수 있는 여행계획서에 후한 점수를 준다”며, 그동안 “클래식 음악가들과의 만남, 유럽 자전거 문화 체험, 실크로드 탐방, 미국 테마파크 기행 등 여행 테마도 자유롭고 다양하게 이뤄져 왔다”고 말했다. 현대카드·현대캐피탈에서는 사장실도 성역이 아니다. 지난해 12월 정태영 사장이 갑자기 사내 공지를 올렸다. 연말을 맞아 사장실은 물론 사장석까지 포토 존(Photo Zone)으로 개방한다는 깜짝 이벤트 공지였다. 앞으로 현대카드·현대캐피탈의 CEO를 꿈꾸는 직원, 단순히 주위 친구들에게 자랑하고 싶은 직원 등 목적에 상관없이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사장실을 개방하겠다는 정태영 사장의 공지에 직원들의 신청이 줄을 이었다. 정 사장이 내건 자릿세는 대리 이하 1인당 1,000원, 과장 이상 1인당 3,000원이었다. 직원들이 사진을 찍는 동안 직접 소품을 챙겨주고, 표정연출을 주문하던 정태영 사장은 이벤트 후 직원들이 낸 자릿세와 본인의 금일봉을 합쳐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사내 사회공헌 담당부서에 기탁했다.
사우스웨스트 항공, 펀으로 직원만족 펀 경영이 기업성과에 어떤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준 대표적인 회사가 미국의 사우스웨스트 항공사다. 이 회사는 급여가 타 항공사에 비해 높은 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미국인이 가장 취업하기를 바라는 회사이며, <포천>지가 선정하는 미국에서 가장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에 매년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사우스웨스트 항공은 즐겁고도 독특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타 항공사와는 달리 유머가 가득한 안내방송으로 고객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고, 비행기가 착륙한 후에도 즐거운 방송을 계속해 여행에 지친 승객들을 달래준다. 특별한 날에는 승무원이 특이한 복장으로 서비스를 하기도 하고, 승무원이 머리 위 물품 보관함에 숨어 있다가 갑자기 등장하는 깜짝 이벤트 등도 마련한다. 예를 들어 사우스웨스트 항공의 기내 금연방송 멘트를 들어보면 누구든 영락없이 웃게 될 것이다. “손님께서 담배를 피우고 싶다면 언제든지 날개 위에 마련된 테라스로 자리를 옮겨 피우시기 바랍니다. 저희가 특별히 준비한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도 즐기실 수 있습니다.” 고객에 대한 이러한 전략이 가능한 것은 직원만족이 있기 때문이다. 직원이 회사 철학에 동참할 수 없고 직장을 즐겁게 인식하지 못한다면 고객에게 즐거움이 전달되지 않기 때문이다. 사명선언서의 상당 부분은 직원을 위한 것이다. ‘우리는 직원에게 평등한 학습기회와 개인 성장기회를 통해 안정된 직장환경을 제공하는 데 전념한다. 사우스웨스트 항공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창의와 혁신을 적극 장려하고 무엇보다도 외부 고객들에게 제공하는 관심, 경의, 배려를 우리 직원들에게 제공할 것이다’라고 선언하고 있다. 직원을 채용할 때는 경험보다 태도를 훨씬 더 중요하게 고려한다. 필요한 기술은 가르칠 수 있지만 남에게 봉사하는 것을 즐겁게 여기는 훌륭한 태도는 가르칠 수 없다는 생각 때문이다. 즐겁게 일하는 것이 중요한 목표인만큼 채용과정에서도 유머감각을 강조한다. 유머감각이 있는 사람일수록 창의적이고 자율적으로 일을 실천할 수 있으며 그러한 태도가 고객에게 전달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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