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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나라의 오기 장군

forever1 2019. 11. 22. 12:38




 


위나라의 오기 장군

자신을 비우고 낮아지는 것, 그리고 상대방과 같아지는 것. 만약 오기 장군이 자신의 수레 위에서 한 발짝도 내려오지 않고 전쟁 중 혼자 좋은 음식을 먹고 좋은 잠자리에서 잤다면 부하의 다리에 종기가 났는지 또 그가 얼마나 고통스러워하는지 알지 못했을 것이다.
생사가 달려 있는 전쟁터에서 부하의 고충을 모르는 상관의 명령에 목숨 바쳐 복종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부하가 죽음을 무릅쓰고 상관의 명령에 따를 수 있게 하려면 먼저 상관 자신이 부하들 앞에서 죽음을 무릅쓰는 각오를 보여 줘야 하는데 오기 장군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오기는 지금으로부터 약 2400년 전 분열과 통일을 거듭하며 처절한 생존 경쟁을 벌인 전국시대 병법가로 명성을 떨친 인물이다. 오기는 공평무사하며 병사들의 마음을 잘 파악한다 하여 중국 서하의 수령으로 등용됐으며 격동의 시대에 병법가로 재능을 인정받아 노나라에서 활동하게 됐다. 총사령관으로 발탁된 오기는 맹렬히 공격해 오는 이웃 나라의 대군을 격파해 명성을 떨쳤다.
그러나 이를 시기한 중신들의 모략으로 공적을 인정받지 못하고 물러나야 했다. 새로운 벼슬길을 찾아 나선 오기는 위나라로 건너가 문후왕을 모시게 됐다. 당시 위나라는 열의로 가득 찬 새롭게 부상하는 신흥 국가였다. 오기는 문후왕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76번의 싸움에서 64번의 승리를 거둔 오기의 눈부신 활약으로 위나라는 영토를 확장할 수 있었다.
장군으로서 그는 군을 지휘할 때 싸움에 이길 수 있는 전략·전술을 중시하면서도 다른 지휘관과 달리 병사들에게 많은 신경을 썼다.
위나라의 장군 시절 그는 졸병인 병사 중에서도 가장 계급이 낮은 자와 의식을 같이 했고 행군할 때도 혼자 수레에 앉아 있지 않았다. 누울 때도 깔 것을 쓰지 않았으며 외출할 때도 말이나 수레를 타지 않았다. 전장에서도 자신의 양식은 직접 싸서 휴대하는 등 병사들과 동고동락했다. 이 정도만으로도 장군으로서는 파격이라고 할 수 있는데 오기는 훨씬 더해 어떤 때에는 종기에 시달리는 병사의 다리에 입을 대고 고름을 빨아내기도 했다는 이야기가 후일담으로 전해지고 있다.
오기 장군이 고름을 빨아낸 병사의 어머니가 나중에 이 사실을 알고 소리내어 울었다. 그래서 어떤 사람이 “당신의 아들은 졸병에 지나지 않소. 그런데도 장군이 몸소 고름을 빨아낸 것이오. 울 일이 아니잖소”라고 말하자 병사의 어머니는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그런 게 아니랍니다. 실은 지난해 오기 장군께서는 우리 애 아버지의 고름을 빨아 주셨습니다. 그 후 애 아버지는 출전했는데 장군의 은혜에 보답하려고 끝까지 적과 싸우다 끝내 전사하고 말았습니다.

듣자니 이번에는 아들의 고름을 빨아 주셨다고 합니다. 이제는 그 애도 전사를 면치 못하게 될 것 같아 그래서 울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이야기를 통해서도 오기는 용병에 뛰어났을 뿐만 아니라 병사들의 마음을 잘 헤아렸음을 알 수 있다.용병가인 동시에 정치가로 활약한 오기의 생애를 그대로 반영한 ‘오자’에서는 싸움의 전략·전술은 물론 정치에서 위정자가 갖춰야 할 마음가짐에 대해서도 깊이 다루고 있다.
‘오자’는 전편에 걸쳐 싸움을 승리로 이끌어 가는 방법이라는 일관된 주제를 다루고 있다. 또 싸움에 이기는 방법으로 전략·전술을 중시하면서도 국가 조직의 기강을 다지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고 언급하고 있다. 그리고 국가의 기강을 세우고 내부 결속력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지도자의 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위나라의 문후왕이 적과 맞설 때 철통같이 수비하면서 반드시 승리하는 방법이 무엇이냐고 묻자 오기는 “위정자가 백성의 생활을 안정시켜 신뢰를 얻는다면 수비는 필요 없고 싸우지 않고 이길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오기가 위나라의 문후왕을 모시고 배를 타고 서하 강을 따라 내려간 적이 있다. 주변 경치를 둘러보던 문후왕이 오기에게 말했다.
“저 험준한 지형을 보시오. 정말 훌륭하지 않소. 저것이야말로 우리나라의 보물이오.” 그러나 오기는 감격에 차 있는 문후왕에게 찬물을 끼얹었다. 그는 험준한 지형에 지나치게 의존해 멸망한 나라의 사례를 몇 가지 든 후 이렇게 말했다. “나라의 보물은 지형이 아니라 위정자의 덕이라는 사실은 지금 말씀드린 여러 사례를 통해서도 잘 알 수 있습니다. 만약 폐하께서 덕을 쌓지 않는다면 이 배를 함께 타고 가고 있던 사람들까지도 폐하에게 등을 돌릴 것입니다.”
이처럼 자신이 옳다고 여긴 말을 한 치의 두려움 없이 왕 앞에서도 내뱉을 수 있는 용기는 오기 장군이 가지고 있는 또 하나의 매력이자 군인이 가져야 할 자세다.
시대가 아무리 변한다 하더라도 사람들은 자신을 사랑하고 존중해 주는 리더를 따르고 어떠한 어려운 일이 닥치더라도 존경하는 리더를 위해 자발적으로, 그리고 열정적으로 맡은 바 소임을 완수하게 된다.
오기 장군의 일화는 리더는 조직 구성원들을 가족처럼 사랑하고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존재로서 존중해야 한다는 것을 시사해 주는 것으로 살신성인의 또 다른 모습이기도 하다.
〈중령 이준희 공군교육사령부·정치학 박사〉  

<출처 : 국방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