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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아리 속의 미녀

forever1 2020. 7. 21.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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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아리 속의 미녀

 

라디오도 텔레비전도 없었던 열 살 이전의 나이 때 어머니한테서 들은 옛날이야기입니다. 물론 구전된 이야기라 조금의 차이는 있겠지만, 석용산 스님의 에세이 여보게, 저승 갈 때 뭘 가지고 가지에 나오는 항아리 속의 미녀의 이야기와는 그 줄거리는 조금도 차이가 없습니다. 석용산 스님의 에세이(essay)를 그대로 소개합니다.

<거울이 없던 시절의 이야기다. 예쁜 색시를 얻어 행복하게 살고있는 젊은이가 있었다. 어느 날 색시에게 우리 함께 한잔합시다. 부엌에 가서 포도주를 좀 떠 오시오.”

색시는 기분이 좋아 부지런히 부엌으로 달려가 술 항아리를 열고 술을 뜨려 하는데, 이게 어찌 된 일인가? 항아리 속에 예쁜 미인이 자기를 바라보고 있지 아니한가? 색시는 기겁(, astonished)하고 달려와서 남편에게 따지고 덤비는 것이었다.

남편은 기가 찼다.

내가 독 안에 여인을 감춰 두다니 기막힌 노릇이다. 가보기나 하자.”

부엌으로 가서 술 항아리를 들여다본 신랑 역시 기겁을 하고 만다.

항아리 속에는 잘생긴 사내가 자신을 올려다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두 젊은 부부(夫婦, married couple)는 욕을 섞어가며 대판 싸움을 하였으니, 시아버지 시어머니까지 나올 수밖에,

자초지종을 들은 시어머니, “그럼 내가 가보지!” 하며 술 항아리를 들여다본다. 그러자 시어머니, 다짜고짜 뛰어나오며, 시아버지 멱살을 잡고 흔들며, “이놈의 영감이 나 말고 다른 여인네를 감춰 두었다.”라며 강짜를 하는 것이다. 기막힌 시아버지 역시 부엌으로 가서 보니 이 또한 사건이라!

네 식구가 이렇게 계속 아귀다툼(quarrel)하고 있었는데, 이때 길을 가던 지혜로운 사람이 그들을 말리면서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내가 저 술 항아리에 들어 있는 사람들을 나오게 할 터이니 가만히 보십시오.”

그리고는 큰 돌로 항아리를 친다. 빠알간 포도주(葡萄酒, wine)가 부엌 바닥을 흥건히 적실 뿐 사람의 그림자도 없었다.

자신들의 그림자(shadow)와 싸우는 우리들, 한 번쯤 생각해 볼 이야기가 아닌가?>

그렇습니다. 지금의 사회생활(社會生活, social life)이 자신의 그림자와 싸우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더 나아가 실체도 없는 허상과 싸우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모든 다툼에서 지금의 나와 싸운다고 생각을 하고 조금만 양보하면 서로 웃을 수 있는데, 오로지 이기려고만 하는 지금의 가치관이 어쩌면 참으로 안타깝기도 합니다.

지금의 정국을 보면 이런 생각이 떠오릅니다.

인도에는 아수라(阿修羅)’라는 신이 있는데 원래는 정의의 신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자기의 정의에 지나치게 얽매인 나머지 결국 신들의 세계에서 추방되어 요괴(妖怪, ghost)가 되었다고 합니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이 불변의 진리(Constant truth)가 아님을 우리는 알아야만 합니다.

불교에도 정의에 너무 집착하지 말라.” 하는 가르침이 있다는 생각을 우리의 위정자들은 꼭 새겨들으셔야 할 것입니다. 지금의 정부(政府, government)가 정의롭고 공평한 세상을 만들겠다고 했는데, 그게 정말로 그렇게 되었냐고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2020721

소백산 끝자락에서 김 병 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