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항사 등신불(等身佛)
「자항사」라는 말을 듣고, 울산시 울주군 웅촌면 덕산길 68-15에 있는 자항사인 줄 알았는데, 그 자항사가 아니라 대만의 자항사였습니다. 이 대만에 있는 자항사는 우리나라 석굴암 불상을 본뜬 본존불상이 있습니다.
책 제목에 끌려 샀고, 40대 초반 목적의식이 뚜렷할 뿐만 아니라 크게 성공하겠다는 야심으로 똘똘 뭉쳤을 무렵 『여보게, 저승 갈 때 뭘 가지고 가지』라는 석용산 스님의 에세이 집을 읽고 나의 존재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고 좀 더 성숙하게 되었답니다. 이 책에 나오는 「자항사 등신불」을 소개하면서 제 작은 의견도 덧붙여 보겠습니다.
<대구 서울 자카르타 방콕 돌아 도착한 타이베이, 한 귀퉁이 자항사! 피곤과 졸음이 쏟아지고 비와 어둠이 굳게 잠겨진 자항사의 밤은 깊은데, 등신불 저항 선사 친견을 포기하고 돌아서려는 면전에, 먼 길 다녀오신 자항사 주지 스님. 내일 오실 날인데, 이상하게 오고픈 생각이 자꾸 들어 밤늦게 오게 되셨다네.
이 어찌 부처님의 가피 아니며 지장대성의 위신력 아닐런가! 지장 화신 자항 선사의 배려였으리라! 닫친 문 열리고, 졸던 석등에 연꽃 피어나고, 돌사자의 눈빛마저 밝게 빛났네. 맞이하는 등신불 자항스님, 그 숨결 분명 일렁였으니……
「내 죽은 뒤 삼 년 지나서 관을 열되, 시신이 무너지지 않았으면 부처님 가피와 수행 공덕이 헛되지 않았음이니, 내 몸뚱이에 금을 입혀, 공덕의 증표로 삼게 하라! 그렇지 않고 시신이 썩었거든 모두 부질없는 것들이니 싸잡아 불사르라는」 유언하에 지장전 병풍 뒤 단지(관) 속에 드시니 삼 년이 지났는데도 제자들은(관을 열었을 때 벌어질 제반의 문제로 인해) 두려워 열지 못하고, 이년 세월이 더 흐르게 되었다네.
세인들의 관심과 여론, 불자들의 바람과 합의에 의해 오 년 만에 관을 여니, 아! 성사의 모습, 생시의 그대로였고, 얼굴빛 금색광명 더욱 빛나고, 가부좌한 자태는 그대로 살아 계신 부처였다니. 하늘의 용신들 비를 뿌리고, 오색 무지개는 하늘과 땅을 이었다네! (법주사 미륵불상 점안식에, 세 차례나 꽃비 오고, 맑은 하늘에 무지개 띄운 뜻과 무엇이 다르랴)
중국의 모든 불자들이 믿음과 지혜와 수행의 증표로 선사의 육신을 금으로 장엄하니, 이름하여 등신불.
자항 스님 등신불 되셨다네!
아! 자항이여! 자항이여! 지장이여! 석가여! 스승들 오신 뜻 분명하니, 천만리 산 넘고 물 건너 경배하는 인연되었도다! 말법의 세월이 하도 아리어, 임들의 숨결 따라 예까지 왔음이 또한 헛됨이 아니려니.
자항이여 석가여! 만중생의 임이시여! 그대들의 금색광명,
온 누리에 뿌리게 하리라! 온 법계에 뿌리리다!」
이 글을 읽고 우리나라 두산동아에서 발행한 『국립국어연구원 표준국어대사전』을 펼쳐 등신불이라 단어를 찾아보았습니다. 등신불은 ‘사람의 키만 한 정도로 만든 불상’이라고만 되어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의 생각은 어떨는지 모르겠지만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뭔가 많이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알맹이가 빠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사전대로 따진다면 우리나라 전국 도처에 등신불이 있게 됩니다. 이상하지 않습니까?
중국 구화산에 있는 지장보살의 화신으로 불리우는 ‘김교각 지장보살 등신불’은 태국 몽골 사원의 ‘밀립 등신불’과 대만 자항사에 ‘자항 등신불’과 함께 세계 3대 등신불의 하나로 꼽히고 있습니다. 얼마나 믿음이 깊었으면 등신불이 되었을까요.
언제 기회가 된다면 중국 구화산에 있는 ‘김교각 지장보살 등신불’을 꼭 보고 싶기도 합니다.
자항사 등신불을 읽으며 우리들의 삶 또한 믿음이 강하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누군가가 말했지 않습니까. ‘인간은 자신의 잠재능력의 10%도 사용하지 못한다.’라고 말입니다.
굳이 등신불이 되라는 말은 아닙니다. 자신의 잠재능력을 100% 사용하여 인류를 위하여 자신을 위하여, 나아가 우리 지구를 위하여 훌륭한 인물이 되시길 빕니다.
단기(檀紀) 4,354년(CE, Common Era, 2,021년) 1월 16일
소백산 끝자락에서 김 병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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