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익한 정보

뻐꾸기의 전설...

forever1 2008. 6. 14. 18:04

6월의 햇살이 머리위에서 부셔진다.
축령산 들머리에서 들어서자 밤꽃 내음을 싫은 바람이 진초록 떡갈나무 잎을 살랑이게 할 때 귀를 
간지르는 계곡물 소리에 섞여 들리는 뻐꾸기 울음소리가 여름을 재촉하는 듯 하다.
제 스스로 새끼를 부화하지 못하고 다른 새 둥지에 알을 낳아 탁란으로 새끼를 얻는 뻐꾸기의 행위가 
밉살스러운 사기꾼에 다름없지만 한편으로는 뻐꾹 뻐꾹 끊임없이 울어대는 소리가 남에게 제 새끼를 
맡긴 어미의 초조함을 울음으로 토해내는 듯 하여 애틋하기도 하다.
어릴 적 들었던 뻐꾸기의 전설이 생각난다. 


그 옛날 부모님을 일찍 잃은 형제가 힘들게 살아가고 있었다. 열두 살 된 형은 돌림병 끝에 눈이 멀어 
앞을 볼 수 없었고, 열 살인 동생은 몸이 몹시 약했다. 이러한 처지에도 동생은 먹을 것을 구해와 
나다닐 수 없는 형을 봉양해야만 했다. 
어느 해 흉년이 들었다. 그해에도 동생은 주린 배를 참고 먹을 것을 구해 와서 형을 굶지 않게 했다. 
“넌 왜 먹지 않니?” 형은 먹을 것을 구해 오기만 하고 먹지 않는 동생을 이상하게 여기고 물었다. 
“응, 나는 건넛마을 잔칫집에서 많이 먹었어.” 
“이상하다. 그 마을에는 매일 잔치가 열리느냐?” 
“응.” 
“그렇다면 어디 네 팔을 한번 만져보자.” 
순간, 동생은 움찔했다. 그래서 동생은 형에게 얼른 다리를 내밀었다. 동생은 자기의 팔이 가느다란 
줄 알면 형이 슬퍼할 것 같아서였다. 
그런데 형은 동생의 다리를 만지며 불쾌하게 생각했다. 
먼저 좋은 것만 골라먹은 동생의 팔이 자기의 다리만큼이나 굵어 졌다는 생각이 앞섰으며, 자기에겐 
부스러기나 갖다 준 것처럼 오해를 했다. 
그리고는 동생을 닦달했다. 
“그럼, 너 내일 나하고 같이 건넛마을로 가자.” 
“안 돼, 고개가 매우 높아. 그리고 내일은 잔치가 없어.” 
 동생은 음식 구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형이 알게 되면 미안해할까 봐서 얼른 둘러댔다. 
‘어, 이 녀석이…. 내가 앞을 보지 못한다고 무시하네.’ 
형은 자기를 무시한다고 생각하고는 그만 동생의 목을 누르고 말았다. 아무 것도 먹지 못해 힘이 
없었던 동생은 그대로 숨을 거두고 말았다. 
한참을 지나도 동생이 아무런 기척을 내지 않자 형은 더듬더듬 동생을 만져보았다. 
“아니, 내 동생 팔이 이렇게 가늘 수가! 그렇다면 아까 만진 것은 동생의 다리였구나. 아아! 내가 
동생을 죽였구나!” 
형은 동생을 부여안고 마구 울다가 형도 그만 숨을 거두고 말았다. 그리하여 두 형제의 넋은 
뻐꾸기가 되었다. 
먹을 것이 귀한 봄철이 되면 앞산과 뒷산에서 서로를 애타게 불러댄다. 


산을 오르든 아줌마들이 "홀딱벗고~"기성을 지르며 깔깔댄다.
귀 기우려 들어보면 비슷한 소리로 울어대는 새 소리를 들을 수 있다.
검은 등 뻐꾸기(일명 홀딱벗고 새)의 울음소리다.
그럴싸하게 엮어낸 전설 한 토막.

강화 고려산 기슭에 백련사가 있습니다. 
그 백련사 가까운 곳에 여랑이라는 처자가 살았답니다. 
마음에 뒀던 이웃 도령과 혼인을 했지만
어려운 시집살이에 애정표현도 제대로 못하고 살았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병약한 서방님이 불귀의 객이 되고
장례 후에 백일기도를 위해 백련사에 올랐는데
새 한 마리가 요상한 소리로 울더랍니다.
홀딱벗고~  홀딱벗고~ 
떠도는 이야기로는 탑돌이를 하던 아낙 여랑을 본 한 스님이
여랑에게 마음을 빼앗겨서 매일 수행하며
"사랑도 홀딱벗고... 번뇌도 홀딱 벗고...
미움도, 기쁨도,고뇌도,슬픔도
정욕도 홀딱벗고...
이처럼 주문을 외웠답니다.
그러던 어느날 스님은 이루지 못한 사랑에 괴로워하다
그만 죽어서 그 넋이 새가 됐다고 하기도 하고,
스님의 주문소리를 매일 듣던 검은등뻐꾸기가 
그만 그리 울게 되었다고도 하고..

뻐꾸기에 관한 옛이야기를 생각하노라니 어느듯 축령산 휴양림에 이르게 되고 3시간여의 산행이 
끝이 났다.
매바위를 언제 지났는지 남이바위를 어떻게 건너 뛰었는지.......
길가에 가꾸어 놓은 해당화가 탐스럽게 피어 있었다.

원성스님의 시 한수 소개한다.

홀딱벗고 마음을 가다듬어라
홀딱벗고 아상도 던져 버리고
홀닥벗고 망상도 지워 버리고
홀딱벗고 욕심도, 성냄도, 어리석음도...
홀딱벗고 정신차려라
홀딱벗고 열심히 공부하거라
홀딱벗고 반드시 성불해야 해
홀딱벗고 나처럼 되지 말고
홀딱벗고
홀딱벗고

'유익한 정보'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 슬프디 슬픈 소쩍새 밤의 아리아~~~  (0) 2008.06.14
소쩍새의 전설  (0) 2008.06.14
떡국새 전설(뻐꾸기 전설)  (0) 2008.06.14
[스크랩] 검은등 뻐꾸기  (0) 2008.06.14
밤나무  (0) 2008.06.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