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딩 브랜띵(5)
미국 정통 동부식 샌드위치
시청 지하철 8번 출구로 나오면 ‘미국정통 동부식 샌드위치’라는 노점상을 만날 수 있다. 이 노점상은 아침 7시30분에서 8시30분까지 운영하기에 오직 출근시간만 볼 수 있다. 또한 시청 지하철역에서 삼성빌딩으로 가는 약 500미터 거리에는 양파,겨란,파 등을 섞어서 만든 ‘한국식 샌드위치’ 노점상들이 약 4개가 있다. 모두다 1500원짜리 샌드위치다. 그러나 나의 감각을 자극했던 것은 ‘미국 동부식 샌드 위치다’. 입맛을 자극한 것은 아니고 나의 호기심을 자극했기 때문이다. 과연 이 노점상에서 파는 정통 동부식 샌드위치는 어떤 맛일까? 한번 사서 먹어보니 편의점에서 파는 샌드위치 맛이다. 지극히 평범한 샌드위치. 그러나 아무도 그 카피에 대해서 반대 이유를 말할 수 없다. 혹시 동부식일 수도 있기 때문에…
브랜딩의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 ‘국가 로열티’다. 만약 ‘루이비통’이 볼리비아 브랜드라면 우리는 그것을 지금과 같은 높은 가격을 지불하면서 구매를 할까? 패션업계의 한 사람으로서 가장 가슴 아픈 것은 우리나라 국가 브랜드 로열티가 패션을 인터네셔널 브랜드로 만들기에는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이 상황이 이대로 지속된다면 아마 살아 생전에는 인터내셔널 패션 브랜드를 볼 수 없을 것 같다.
최근 내셔널 브랜드들이 브랜딩을 위해서 ‘국가 이미지’를 차용하는 사례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브랜딩 과정에서 카피만, 상징만, 상품에서만, 느낌만, 비쥬얼만, 도시 이름만 사용하기도 하며 어떤 브랜드들은 마치 그 나라 기념품 상점처럼 ‘국가 이미지’로 도배하는 경우도 있다. 이럴 경우 브랜딩이 아니라 브랜띵이 되는 심각한 결과를 초래 할 수 있다.
천적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독이 있는 것처럼 화려한 색을 내는 것도 일종의 위장술이다. 그러나 이것은 동물의 왕국에서 볼 수 있는 일이다. 비즈니스에서 원조가 아닌 것이 더 원조처럼 위장 했을 경우 가장 큰 위기를 겪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브랜드 신뢰감 상실’이다. 원칙적으로 소비자들은 오리지날을 좋아한다. 이런 소비자들은 주로 패션 리더들에게 많이 있는데 그들에게 오리지날은 누가 봐도 오리지날이라는 것이 극명히 들어난 것들을 좋아한다. 그것이 ‘가짜’일 때, 다른 사람들이 우습게 여길 때 그 브랜드는 하루 아침에 몰락하게 된다.
예전에 너무 좋은 조건으로 르망을 사려고 거의 싸인까지 했다가 다른 차를 산 적이 있는데 그 이유는 너무나 간단했다.
친구 : 최근 르망에 관한 이야기를 못들었니?
권민 : 뭔데?
친구 : 앞에서 보면 실망, 뒤에서 보면 절망, 옆에서 보면 사망
친구의 유치한 개그였지만 나에게는 결정적으로 구매를 포기하게 만든 악담이었다.
따라서 브랜딩의 시작은 사실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만약 사실이 아닐 경우에는 사실로 만든 다음에 시작해야 한다. 국가적 이미지를 사용하는 것은 모티브를 떠나서 보다 광대역의 브랜드 체험이 포함한 이국적 체험을 주어야 한다. 편이점 맛 샌드위치를 동부식 샌드위치라고 팔았을 때 한번은 먹을 수 있지만 다시는 먹지 않고 주변 사람들에게 속지 말라고 당부할 것이다.
체험적 혼합물과 총체적 체험
브랜딩 작업을 하면 그 과정에 아주 신기한 단어들을 만날 수 있는데 그 중 두 가지를 소개하겠다. 체험적 혼합물(Experiential Hybrids) 총체적 체험(Holistic Experience). 얼핏 보아도 예사롭지 않을 뿐더러 일반적으로 거의 사용하지 않는 단어들이다. 그렇다면 디더롯(diderot)현상이라는 말은 들어 본적이 있는가? 이것은 아마 럭셔리 신드롬(제임스 트위첼 저)책을 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처음 보았을 것이다. 디더롯 현상은 ‘물건을 통해서 자아를 추구하는 현상’이라고 한다. 이런 것을 질병으로 간주해서 그루언 전이(Gruen Transfer)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 말은 쇼핑몰을 초창기에 건축했던 설계사의 이름을 딴 것으로 원래 구매 계획은 없었지만 쇼핑몰을 돌다 보면 구매하게 된다는 ‘충동 구매’를 일컬어 하는 말이다. 패션이 패션이 되기 위해서는 이 두 가지의 바이러스 마케팅은 반드시 필요하다.
하나는 충동구매 또 하나는 미래구매이다. 충동구매는 가격과 환경에 의해서 일시적으로 구매하는 것이지만 미래구매는 미래의 욕구 및 잠재 욕구를 따라서 구매하게 된다. 이 둘은 상황에 따라서 복합 내지는 병렬로 진행되지만 결국 이 두 가지는 동전의 양면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패션 마케터는 이 두 가지의 구매를 창조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가? 앞서 말했듯이 ‘체험적 혼합물과 총체적 체험’을 적절하게(?) 혼합하여 브랜딩을 해야 한다.
강력한 브랜드 일수록 원심력과 구심력이 존재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원심력이란 중심에서 멀어지는 힘을 말하고 구심력은 중심으로 향하는 힘을 말한다. 쉬운 말로 말한다면 매장 윈도우에서 소비자가 끌리는 힘이 바로 구심력이고, 구매한 사람이 그 브랜드를 소문으로 다른 사람에게 전이하는 힘을 원심력이라고 한다. 구심력의 대표적인 예는 모라비안 바젤에서 소비자 조사에 의하면 소비자의 매장 출입의 60%이상이 윈도우를 보고 들어 온다고 한다. 윈도우의 힘, 그렇다고 단순히 Display를 말하는 것은 또 아니다. 소비자는 윈도우를 보고 마음에 끌리면 간판을 본다. 그리고 소비자는 브랜드 이름의 브랜딩에 따라서 매장에 들어갈 것인지 그냥 지나 갈 것인지를 결정하게 된다. 따라서 구심력은 윈도우에서 일어나는 소비자의 복합적 정보 체험이라고 말할 수 있다.
브랜드는 마케팅 강도와 윈도우에 보여주는 차별화 체험에 따라 소비자의 커뮤니케이션 프로세스인 ‘무지->인지->이해->확신->행동’이라는 알고리즘에 강력한 자장을 일으키게 된다. 원심력은 만족한 소비자의 입소문이라고 말할 수 있다. 호사품이라고 불리우는 명품의 조건이 무엇일까? 1)역사 2)품질 3)국가 로열티 4)고가….뭐 이런 것도 있지만 호사품은 이 것을 구매하기 위해서 상당한 값 지불을 했다는 것을 반드시 남이 알아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남이 모르면 호사품이 아니다. 한때 캘빈클라인 속옷의 고무 밴드에 크게 박혀 있는 ‘캘빈 클라인’ 브랜드명을 보여주는 패션도 있었는데 이것도 앞서 말했듯 ‘디더롯 질병’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다. 여하튼 브랜딩에 따라서 원심력은 상당히 커진다.
이런 모든 기이한 현상들이 모두 체험적 혼합물과 총체적 체험의 구성에 따라서 파생되는 브랜딩 영향력의 현상이라는 것이다. 이 두 가지의 개념을 자세하게 A4 3장에 적는 다는 것은 매우 어렵기에 포기한다. 또한 컨설팅 회사의 컨설턴트로서는 회사 보안(?) 누출이기에 말할 수 없지만 그러나 핵심적 컨셉은 소개할까 한다.
감성 캐쥬얼
이지 캐쥬얼이라는 말이 있다. 그리고 2001년 기점으로 감성 캐쥬얼이라는 용어도 생겼다. 현재 이 용어는 이지 캐쥬얼의 반대말 내지는 이지 캐쥬얼의 다음 세대 트랜드 용어로 사용되어지고 있다. 이지(편하다)의 반대말이 감성일까? 필자 줄곧 이지 캐쥬얼의 종말(?)에 대해서 원고를 통해 2000년도부터 13차례 정도 지적을 했다. 그때는 단순히 ‘이지 캐쥬얼’이라는 스타일에 대해서 비관적으로 이야기 했지만 이제는 다르다. 어쩌면 이지 브랜드를 추앙했었던 브랜드 자체가 사라질 위기에 있다. 가장 큰 이유는 무분별한 카피라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마케팅에서 STP라는 기법이 있다. 이것은 브랜드가 런칭하기 위해서 기본적으로 Segmentation -> Targeting -> Positioning을 따라야 한다는 지극히 일반적인 마케팅 상식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me too -> copy -> <!-- badtag filtered -->parasitism이 되어 간다. 경기악화가 이런 마케팅 상식과 상인의 도를 흔들어 놓고 있다. 결국 왕년에 이지 캐쥬얼의 브랜드들이 이제 ‘나도 감성’이라는 깃발아래 2004 F/W를 맞이하고 있다.
과연 어떻게 될까? 경기악화로 인해서 이지 캐쥬얼을 좋아하는 패션 후기층들은 의류 구매를 급격히 줄여 버렸다. 현재 구매를 하는 층들의 대부분은 패션 리더 및 초기 다수 그룹에 들어간 층들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은 트랜드, 브랜딩 그리고 차별화가 구매의 이유가 되는 친구들이다. 그들은 예전 브랜드들을 구매하지 않는다. 좀 더 새로운 것과 튀는 것을 원하는 계층들이다. 이런 시장 재 편성 시기에 나오는 신규 브랜드들이 기존 것과 다른 것을 제안할 때 패션 리더들에게 탐닉의 대상이 되며 매출이 폭발하게 된다.
최근 급 성장하는 신규 브랜드들의 매출 이유가 단지 ‘감성’이 온 것이 아니라 ‘구매의 입체적 변화’가 생긴 것이다. 이제 경기가 풀어지면서 패션 후기 다수층들이 초기 수용층을 모방하면서 신규 브랜드는 확장된다. 결국 세대 교체가 일어나는 것이다.
그렇다면 신규 브랜드와 옛날 브랜드들의 어떻게 해야 할까? 다시 감성이라는 단어를 생각해보자. 감성은 감정의 고급단어로 영어로는 Emotion이다. 말 그대로 감정이다. 아주 단순한 마케팅으로 스타의 이미지를 브랜드 이미지와 연결해서 브랜드의 감성을 올리는 것도 있다. 그러나 이것은 스타 의존도에 의한 브랜드 종말을 초래하게 될 것이다.
‘감성 캐쥬얼’이 온다고 해서 옷을 어렵게 하는 것은 감성이 아니다. 감성이라는 것은 소비자가 브랜드를 구매함으로 얻게 되는 차별화 만족감이다. 감성을 알기 위해서는 가장 기본적인 질문에 답을 할 수만 있다면 쉽게 알 수 있다.
먼저 준비 질문은 쉽게 하겠다. ‘소비자는 왜 우리 옷을 구매 해야 하는가?’
소비자가 다른 브랜드를 포기하면서 우리 옷을 구매할 이유는?
소비자는 우리 브랜드 이름에서 떠오르는 자유 연상 이미지는 무엇인가?
소비자는 우리 브랜드를 입었을 때 주변 사람에게 어떤 말을 듣기를 원하는가?
이것이 바로 소비자가 원하는 ‘감정’이다. 감성은 우리들만의 이야기고 그들은 브랜드 감정을 원한다. 최근 감성 캐쥬얼이 뜨는 이유에 대해서 이렇게 말을 많이 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단순함을 지겨워서 감성을 택했다’ 과연 이 말이 진짜일까? 개인적으로 부분적으로 인정하지만 전체를 설명할 답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왜냐하면 감성 스타일만 카피한 브랜드들은 F/W 이후에 급격히 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감성의 시작은 차별화에서 출발해야 한다. 왜냐하면 그것이 브랜드의 감정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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