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경영환경의 변화와 마케팅 전략의 과제

forever1 2007. 10. 27. 16:44

경영환경의 변화와 마케팅 전략의 과제

-마케팅 컴퍼니의 길-

예종석 / 한양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경영 환경의 변화

 

급변하는 경영환경 속에서 과연 우리 기업의 마케팅은 제 기능을 다하고 있는가? 그 대답은 “No”이다. 마케팅 기능이 우리 기업에 소개된 지도 상당한 세월이 흘렀지만 아직도 그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작금의 환경변화는 우리 기업에게 새로운 패러다임에 적응할 것을 강요하고 있다.

본고는 이러한 관점에서 우리 기업이 당면하고 있는 경영 환경의 변화를 짚어보고 경영전략의 핵으로써 마케팅의 과제와 마케팅 컴퍼니로의 변신을 위한 전제 조건을 논하고자 한다.

기업을 둘러싸고 있는 경영환경의 변화가 날로 심화되고 있다. 작금의 변화는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는 시장 환경의 변화이다. 업종별로 시점의 차이는 있지만 90년대 이후 가속화된 공급과잉현상은 이제 시장을 상품의 포화상태로 몰아가고 있다. 수요를 월등히 초과하는 공급은 과당경쟁을 불러와 기업들의 숨통을 조이고 있고 여기에다 같은 시기에 진행된 시장개방은 수입상품을 홍수처럼 범람케 해 경쟁 환경이라는 불더미에 기름을 들어붓는 형국을 연출하고 있다.

두 번째는 소비자의 변화이다. 경제성장과 함께 늘어난 가처분소득은 소비자로 하여금 본격적인 소비생활에 눈뜨게 해 그들의 기호를 변화시키고 있다. 이제 우리나라의 소비자도 과거 공급부족시대의 단순하고 획일적이며 순진한 소비자가 아니다. 그들은 이제 다양하고 까다로운 기호를 가졌으며 높은 수준의 서비스를 요구하는 선진국 형 소비자로 탈바꿈하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 확산되고 있는 정보화혁명은 소비자를 완벽한 시장정보에 접근 가능케 해 그들을 시장의 새로운 강자이자 감시자로 부상시키고 있다. 시장개방으로 인한 선진국 상품의 사용경험과 인터넷을 통해 획득한 시장정보로 완전무장한 신소비자들은 이제 기업에게 세계최고 수준의 제품과 서비스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세 번째는 경쟁 환경의 변화이다. 시장 환경의 변화와 소비자의 변화는 경쟁여건을 근본적으로 바꾸어놓고 있다. 우선 공급과잉의 시장에서는 과거처럼 단순히 소비자의 수요를 양적으로 채워주는 제품이나 서비스로는 다양해지고 까다로워진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없으며 나아가서 경쟁에서 승리할 수 없다. 경쟁양상이 과거에는 소비자의 기본적 욕구(needs)를 누가 먼저 채워줄 수 있는가 하는 것이었다면 이제는 다양해진 2차적 욕구(wants)를 어떻게 채워줄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게임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경쟁의 범위도 과거의 국내경쟁에서 이제는 국제경쟁으로 넓어졌다. 시장의 전면개방으로 인해 세계 각국에서 몰려오는 상품들은 소비자의 안목을 한껏 높여놓고 있으며, 경쟁여건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기업에 있어 마케팅의 역할

이러한 경영 환경의 변화 속에서 마케팅의 역할은 참으로 중요하다.

마케팅은 경영 환경의 변화를 읽어 내는 기능을 하며 소비자와 기업간의 매개체 역할을 통해 경쟁력 강화의 핵심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제 마케팅은 기업의 중심에 서서 환경의 변화를 헤쳐 나가야 하고 마케팅 컴퍼니로의 변신을 주도해야 할 때이다.

여기서 마케팅 컴퍼니란 마케팅 서비스를 하는 회사가 아니라 마케팅이 강한 회사, 마케팅으로 이익을 창출하는 회사를 뜻한다. 우리 기업들이 마케팅 컴퍼니가 되어야만 하는 이유는 너무나 많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절실한 이유는 그것이 고부가가치의 창출수단 이기 때문이다. 부존자원이 없어 대부분의 원자재를 수입해야 하는 이 땅의 기업들에게 고부가가치 창출은 절체절명의 생존 방법이다. 고유가, 원화강세, 내수경기부진 등의 악재를 극복할 수 있는 힘도 고부가가치에서 나온다.

마케팅 컴퍼니는 시시각각 변하는 소비자 트렌드를 빨리 파악하고 그 욕구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충족시켜주는 기업이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뛰어난 실적 중에서도 55%의 성장으로 유난히 돋보이는 휴대폰 부문은 마케팅을 통한 차별화 전략이 성장의 일등공신이었다. 이제 애니콜은 한국을 대표하는 브랜드이자 세계적인 리딩 브랜드가 되었고 고부가가치 창출의 원천이 되었다. 현대자동차도 최근 영국 자동차 전문지인 '왓 카(WHAT CAR?)'의 신뢰도 조사에서 벤츠 BMW 아우디 등 유럽의 고급 브랜드를 제치고 상위권에 랭크된 바 있다. 모두가 시장 대응력을 키운 결과이다. 싸이월드는 경쟁사들이 수익을 위해 서비스를 유료로 전환할 때 소비자들의 욕구를 쫓아 무료를 고수한 것이 초고속 성장의 원동력이 되었다. 비타 500은 웰빙 열기 속에서 마시는 비타민에 대한 소비자의 필요를 재빨리 파악하여 충족시킨 것이 비타민 드링크 돌풍의 단초가 되었고, 더 페이스 샵과 미샤는 불황으로 인한 저가 화장품의 수요에 시의 적절하게 대응한 것이 성공의 열쇠이다.

이렇듯 마케팅 컴퍼니는 불경기를 두려워하지 않으며 오히려 경영 여건이 어려울 때 더욱 그 진가를 발휘한다. 이러한 마케팅 컴퍼니의 길을 우리 기업이 가지 않을 이유가 없다.

기업 변신을 위한 전략적 과제

 

자사의 마케팅 역량 분석

환경의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기 위해서는 우선 기업은 스스로 새로운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면모를 갖추고 있는가를 가늠해 봐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소비자의 다양한 욕구가 마케팅 전략에 반영되고 있는지? 시장상황의 빠른 변화를 따라갈 수 있을 만큼 의사결정은 효율적인지? 주요 의사결정에는 시장상황을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 참여하고 있는지를 분석해봐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대부분 우리나라 기업의 의사결정은 Top-Down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그 상층부에는 시장 상황을 잘 모르거나 시장상황을 잘 알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는 사람들로 채워져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경우 소비자와 격리되어 있는 조직의 상층부가 의사결정을 주도한다. 이런 조직에서 변화하는 소비자를 설득할 수 있는 효율적인 전략이 나오기는 어렵다. 귀사의 마케팅 전략회의에 일선 영업사원이나 젊은 마케팅인력이 참여하는가? 또 참여한다면 그들이 회의에서 적극적으로 발언하는가를 살펴보라.

 

마케팅 조직의 재구축

만약 기업의 조직문화가 구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면 조직부터 개조해야 한다. 조직 재구축의 큰 방향은 소비자와 같이 호흡할 수 있는 조직으로 가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마케팅 컴퍼니의 조직이다. 마케팅 컴퍼니란 소비자가 모든 의사결정의 기준이 되는 기업이며 전사적 마케팅을 통해 그 기업의 주요 수입이 마케팅으로부터 나오는 기업을 뜻한다.

휴렛 팩커드의 공동 창업자인 데이비드 팩커드가 말한 것처럼 "마케팅은 마케팅 부서에만 맡겨 놓기에는 너무 중요한 기능"이기 때문에 마케팅 컴퍼니로 가야 하는 것이다. 마케팅 컴퍼니로 가기 위해서는 PM(Product Management) 및 BM(Brand Management) 제도가 본격적으로 도입되어야 하고 브랜드 자산가치의 극대화가 주요 경영목표가 되어야 한다.

마케팅 기능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서는 최고 경영자와 주요부서의 책임자가 참여하는 마케팅 위원회가 구성되어 주요 마케팅 의사결정을 신속하게 처리하고 전사적 지원을 가능케 해야 한다. 마케팅 위원회의 산하에는 관련 부서의 인재들로 구성된 신제품 개발위원회가 자리 잡아야 한다. 신제품 개발 위원회의 평균연령은 절대적으로 낮아야 하며 소비자대표도 참여시켜야 한다. 또한 소비자 모니터 제도도 적극 도입하여 고객의 반응을 제품개발에 반영시켜야 한다.

고객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제품만이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 기회의 확인과 마케팅 전략의 수립

 

조직을 정비한 후에는 일상적 마케팅관리과정에 따라 시장기회를 포착하고 마케팅 전략을 수립, 실천해 나가야 한다. 코틀러의 견해처럼 마케팅 관리는 다음과 같은 흐름으로 이루어진다.

 

R → STP → MM → I → C

 

R = Research

 

STP = Segmentation, targeting, and positioning

 

MM = Marketing mix

 

I = Implementation

 

C = Control

 

시장 기회의 확인은 리서치에서 시작된다. 특히 기업이 잘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신세대소비자의 의식구조나 소비행동은 리서치를 통해 정보를 얻을 수밖에 없다. 이제 우리기업도 선진기업처럼 주요 의사 결정에는 리서치 결과를 필히 참고하는 관행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리서치는 마케팅 관리과정의 어느 단계에서도 불확실성이 게재되어 있을 때는 그 해소수단으로 활용되어야 한다. 이제 최고 경영자의 동물적 감각에 의해서 의사 결정을 하던 시대는 지나갔으며 소비자에 관한 의사결정은 더욱 그렇다

시장세분화

다음 단계는 시장 세분화 전략이다. 시장세분화는 경영 전략 수립에 있어 기본이 된다. 시장 세분화 전략은 시장을 분할하고 목표시장을 정한 뒤 그 시장에 맞는 포지셔닝을 하는 세 단계로 구성된다. 시장을 분할 공략하는 시장세분화 전략은 신소비자같이 다양한 소비 행태를 보이는 시장에 진입하는 데는 더욱 효율적인 마케팅 기법이다.

시장 세분화 전략도 변화하는 시장에 적용할 때는 그 접근방법이 달라져야 한다. 예를 들어 신소비자 시장의 세분화 기준은 전통적인 지리적 세분화나 인구통계적 세분화 기준보다는 라이프스타일이나 사회계층을 기준으로 하는 심리통계적 세분화나 소비자의 구매 계기, 추구하는 효익을 기준으로 하는 행동 세분화가 더욱 효과적이다. 타겟팅이나 포지셔닝도 과거와는 다른 관점에서 접근해야 된다. 새로운 시장에서는 과거에는 생각할 수도 없었던 새로운 세분시장이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의 마음속에 제품의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작업인 포지셔닝의 단계에서는 더욱 세심한 배려가 요구된다. 공급과잉시장에서 구매 의사결정을 단순화하기 위해 제품을 범주화하는 신소비자에게 선명하고 간결한 이미지를 심는 것은 그것 자체가 바로 경쟁력이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의 Y세대 시장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는 존스 소다의 경우 "갈증 때문이 아니라 존스 소다를 들고 있는 것이 멋있어서 사는" 소비자를 타겟으로 하여 성공한 바 있다.

 

마케팅 믹스의 개발

 

다음 단계는 마케팅 믹스의 개발이다. 성공적인 포지셔닝은 적절한 마케팅 믹스의 개발로 가능하다. 따라서 타겟 마켓을 사로잡을 수 있는 최적의 마케팅 믹스를 연출해내야 하며 그것은 소비자에 대한 철저한 이해 위에서만 가능하다.

지면관계상 4P의 믹스에 대해서 디테일까지 언급할 수는 없으나 제품, 가격, 유통, 촉진이 절묘한 조화를 이룰 때 까다로운 신세대소비자의 마음속에 확고한 이미지로 자리 잡을 수 있다. 볼보의 사례는 성공적인 포지셔닝에 있어서 마케팅믹스의 중요성을 일깨워준다. 볼보는 "가장 안전한 차"라는 이미지를 소비자에게 기억시키기 위하여 제품의 디자인, 실험, 광고 등을 일관되게 한 곳으로 집중시킨 결과, 벤츠나 BMW와 같은 강자들과의 경쟁에서도 패퇴하지 않고 독특한 포지셔닝을 구축하고 있다.

4P중에서도 제품에 있어서 브랜드 네임과 서비스의 중요성, 유통에 있어서 인터넷의 중요성은 신소비자 시장 공략에 있어서 강조되어야 할 변수들이다.

 

실행과 통제

 

마케팅 계획의 성공적인 실행은 너무나 중요하다. 마케팅 전략의 성공은 기업 내 각부서의 전폭적인 지원 없이는 불가능하다. 그래서 전사적 마케팅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것이다. 실행에 비해 통제의 중요성은 흔히 간과된다. 계획을 실행한 후에는 철저한 평가를 통해 잘잘못을 가리고 잘못된 점은 철저하게 그 원인을 규명하여 계획의 수정이나 다음 계획에 반영하여야 한다. 특히 신소비자 시장의 경우 기업의 지식이나 경험이 부족하여 끊임없는 시행착오를 겪을 것이므로 통제를 통한 피드백의 역할은 중요하다.

통제에 있어서는 소비자의 직접 평가가 중요한 정보 원천이자 평가기준이 되어야 한다.

 

마케팅 컴퍼니의 길

 

고객 만족 경영

결국 마케팅 컴퍼니를 향한 기업 활동의 방향은 고객만족경영으로 귀결지어진다. 물론 과거의 형식에 치우친 고객만족경영을 뛰어넘는 진정한 의미의 고객만족경영이라야 한다. 고객만족경영은 소비자와 같이 호흡할 때만 가능하다.

고객만족은 고객의 불만을 적극적으로 해소시키는 것으로부터 출발하며 궁극적으로 맞춤형 고객서비스의 강화를 통해 이룩된다. 서비스의 차별화는 경쟁제품의 균질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이즈음의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핵심역량의 원천이다.

맞춤형 고객서비스는 CRM(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의 적극적 도입으로 가능하다.

 

최고경영자의 역할

 

마케팅 컴퍼니로의 변신은 최고경영자의 적극적인 지원 없이는 불가능하다. 특히 우리기업같이 연공서열 제에 익숙한 경직된 조직에서는 더욱 그렇다. 따라서 최고경영자는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여 비전을 제시하고 조직분위기를 쇄신하여 전사적 마케팅을 통한 고객만족경영을 리드해 나가야 한다. 최고경영자의 전폭적 지원은 신제품의 성공률까지도 압도적으로 높인다. 기업변신의 성공여부는 결국 그 기업이 얼마나 소비자 지향적 사고를 하며 얼마나 소비자 중심적 의사결정을 하느냐에 달려있다.

일찍이 피터 드러커는 “컨슈머리즘은 토털 마케팅의 수치”라고 갈파한 바 있다. 소비자를 만족시키지 못하는 것이 컨슈머리즘을 불러왔고 그건 바로 마케팅의 수치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소비자 만족의 결과는 마케팅의 영광으로 이어지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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