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인팔법 -
대통령병 그 자체는 크게 탓할게 아니다. 대통령병에 걸린 사람이 많다는 것도 크게 나무랄일이 아니다. 문제는 대통령병에 걸릴 만한 사람들이 걸렸느냐에 있다.
옛날에는 왕이나 재상을 고를 때 관인팔법(觀人八法)을 썼다.
첫째가 위(威)이다.
권력과 명성에 어울릴 만큼 위엄이 있느냐는 것이다. 그것은 은연중에 사람을
누르는 힘을 말한다.
둘째가 후(厚)이다.
그릇이 얼마나 크냐는 것이다. 좀스럽고 옹졸하고 너그럽지 못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셋째가 청(淸)이다.
깨끗한 정신의 소유자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사심 없는 정치를 펼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넷째가 고(固)이다.
굳은 의지를 말한다. 한번 자기가 옳다고 믿으면 끝까지 밀고 나갈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섯째가 고(孤)이다.
인생이 외로우면 안 된다는 것이다. 단순히 집안이 화목하다는 것만을 뜻하는 게 아니다.
인정이 많아서 사람들이 그를 따른다는 뜻이다.
여섯째가 박(薄)이다.
체모가 빈약하고 건강하지 못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단순히 키가 크고 작고를 따지는 것은 아니다.
일곱째가 악(惡)이다.
심성이 간악하고 표독스러우면 못 쓴다는 것이다.
마지막이 속(俗)이다.
기품이 고상하지 못하고 경박한 사람은 안 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기준에 비추어 모두 합격점을 받을 수 있는 대통령감은 지금까지 없었지만
앞으로도 좀처럼 나타날 것 같지는 않다. 하는 수 없이 한층 더 기준을 낮춰 볼 때
생각나는 것이 닉슨이 퇴임 후에 쓴 [지도자의 조건]이라는 책이다. 여기서 그는
훌륭한 영도자에게 요구되는 자질로 고도의 지성, 용기, 노력, 끈기, 대의를 위해
멸사봉공하겠다는 각오, 인간적인 매력, 통찰력, 강한 의지, 운 그리고 판단력을 들었다.
- 중략 -
우리가 지금 바라는 것은 이상적인 지도자가 아니다.
많은 결점에도 불구하고 믿고 따를 수 있는 지도자이기만 해도 된다.
(리더와 보스/홍사중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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