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패러다임 인간존중경영, 허상인가 실상인가...

[뉴패러다임] 인간존중경영, 허상인가 실상인가 storytelling

2007/10/12 21:49

 

인간존중의 경영방식은 단순히 윤리적인 측면이나 관념적으로만 정당화되는 것이 아니라, 실제 기업경영의 현실에서 경쟁우위 확보를 위한 중요한 핵심전략으로 기능하기 때문에 오늘날 필수적으로 요청되는 경영방식이다. 성공적인 조직은 다른 어떤 요소보다도 사람을 중시한다.

　 칼럼 : 신유근 서울대 명예교수(경영학)

실무계에서나 학계에서 자주 화두로 떠오르는 경영방식 중의 하나가 “인간존중경영”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연 이러한 인간존중경영(또는 보다 현실적으로 접근한다는 의도에서 사람중심경영)이 실제로 조직의 성공에 기여하는지, 즉 윤리적이나 관념적으로 당위성만을 주장하는 것이 아닌지 대한 의문이 제기되어 왔다.

인간존중의 경영방식은 단순히 윤리적인 측면이나 관념적으로만 정당화되는 것이 아니라, 실제 기업경영의 현실에서 경쟁우위 확보를 위한 중요한 핵심전략으로 기능하기 때문에 오늘날 필수적으로 요청되는 경영방식이다. 성공적인 조직은 다른 어떤 요소보다도 사람을 중시한다. 그 이유는 한 기업과 경쟁적인 관계에 있는 다른 많은 기업들이 제품, 프로세스, 유통채널과 같은 것들은 상대적으로 쉽게 모방하여 경쟁할 수 있지만, 그 기업이 보유한 높은 지식을 갖추고 높은 수준으로 동기부여된 직원들과 경쟁하는 것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현대 사회에 있어 성공하는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을 구분지어 주는 것은 그들이 보유하고 있는 사람들의 질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이처럼 우리는 궁극적으로 기업의 경쟁력을 제고시키는 데 인간존중경영의 유용성이 얼마나 있느냐 하는데 관심을 두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인간존중경영을 통해 조직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찾아봄으로써 인간존중경영의 실제성(실상)을 확고히 해야 할 필요가 있다.

미국 스탠포드 대학 교수인 제프리 페퍼(Jeffrey Pfeffer)는 ''휴먼 이퀘이션(Human Equation)'', ''숨겨진 힘, 사람(Hidden Value)'' 등의 저서에서 조직이 지속적인 경쟁우위(sustainable competitive advantage)를 제고시키기 위해서는 인간존중경영을 실천하여야 한다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였다. 즉, 어떤 기업이 경쟁기업에 비해서 더 높은 성과와 수익을 내도록 경쟁력을 높이고 경쟁우위를 가지려면 낮은 원가, 더 좋은 품질, 또는 고객만족을 우선순위의 전략으로 추진하기보다는 기업구성원을 최우선으로 여김으로써 그들로 하여금 고객에게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고객 로열티를 높여서 누구나 쉽게 모방할 수 없게 되고 결국 지속적인 수익성을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설명은 그 동안 자칫 인간존중의 경영방식을 당위론적으로만 받아들이려 했던 일부의 오해를 불식시킨다.

페퍼는 한 예로 해고나 비용절감이 경영자의 능력으로 평가받는 기존의 경영관행에 대해 반론을 제기한다. 그는 GE의 전 회장이었던 젝 웰치의 경영방식에 대해서도 신랄하게 비판한다. 조직구성원들이 창의성을 살리고 조직몰입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고용안정이 필수적이며, 회사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인간존중 경영방식이 절실히 요청된다는 것이다.

 

인간존중경영이 추구하는 바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인간에 대한 신뢰(trust)를 바탕으로 하여 그 실행대상 별로 개인수준에서는 개발경영, 집단수준에서는 자율경영, 조직전체수준에서는 참여경영을 실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개인수준에서 개발경영을 통해 인재육성을 도모하기 위한 실천과제로는 다른 사람에 대한 공정한 평가, 학습 및 자기계발의 촉진, 모티베이션의 증진의 세 가지를 대표적으로 들 수 있다. 집단수준에서 팀활성화를 통한 자율경영의 실천과제로는 커뮤니케이션의 활성화, 집단의사결정의 질 향상, 팀장의 효과적인 리더십 개발, 부문간의 갈등해소의 네 가지를 대표적으로 들 수 있다. 조직전체수준에서 조직변화를 통한 참여경영의 실천과제로는 참여적 조직구조의 설계, 정도지향적 기업윤리 풍토의 조성, 자율공동체적 기업문화의 창달의 세가지를 대표적으로 들 수 있다.

오늘날 조직들이 글로벌 경영을 지향해야 한다는 것은 절대적인 대명제이다. 그러나, 인간존중경영의 방식이 한국 기업에 정착되기 위해서는 무조건 경제효율주의에 입각한 경영방식을 벤치마킹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사람과 관련된 경영방식은 한국적인 것의 장점을 발굴·발전시킴으로써 글로벌화할 수도 있을 것이며, 고유의 한국적인 것만으로 효과적이지 않을 때는 서구식 사람관리의 장점을 접목함으로써 한 단계 발전된 인간존중 경영방식을 구상·실천할 수 있을 것이다. 디지털 컨버젼스(digital convergence) 시대에 걸맞는 융합형 사람중심경영이 절실히 필요한 때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