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경영-도요타 : 人을 키우면 불가능도 가능해진다
[동아일보] 인재경영-도요타 : 人을 키우면 불가능도 가능해진다 | |
1950년 6월. 일본 도요타자동차는 구조조정과 폐업 중 하나를 택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졌다.
제2차 세계대전 패전 후 일본은 극심한 경제난으로 허덕였다. 내수가 위축되면서 군용 트럭을 생산하던 도요타는 큰 타격을 받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극심한 노사분규까지 발생해 도산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창업자인 도요다 기이치로(豊田喜一郞·사진) 사장은 직원 1600여 명을 퇴직시키는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그 대신 경영자로서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창업자가 사임하자 임원과 노조원들은 깊은 감명을 받았다. 경영자와 종업원은 운명공동체라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도요다 에이지(豊田英二) 명예고문은 “그때부터 우리는 신뢰의 틀을 만들었다”며 “그것은 벽돌을 하나씩 쌓아 올린 것과 비슷했다”고 회고한다.
패전으로 폐허가 된 상황에서 경영진은 위기 탈출의 희망을 ‘단 하나 남은 자산’, 즉 인재에서 찾았다. 이는 사람을 존중하고 키우는 도요타 식 ‘인간 중심 경영’으로 이어졌다. 도요타가 극적인 재기에 성공한 데는 한국전쟁에 따른 군수품 특수(特需) 못지않게 사람을 중시하는 도요타 특유의 문화가 큰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도요타의 ‘JIT(Just In Time·필요할 때마다 생산해 재고비용을 최소화)’ 생산방식을 그대로 따라 한다고 해서 모든 기업이 세계 최강의 제조업체가 될 수 있는 건 아니다.
도요타자동차 관계자는 “사람을 키우는 문화는 벤치마킹하기가 쉽지 않다”며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인간 존중 경영이야말로 기업의 핵심 경쟁력이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 사람 인(人)이 붙은 자동화(自동化)
“자동차 1만 대를 만들려면 몇 명이 필요한가?”
80명으로 자동차 5000대를 만들 수 있다고 보고하러 온 과장에게 당시 부사장이던 고(故) 오노 다이이치(大野耐一) 씨가 물었다.
과장이 “160명이 필요하다”고 하자 오노 씨는 “자네에게 구구단을 배우게 될 줄 몰랐다”면서 “경영은 산술이 아니라 지혜와 훈련의 둔갑술”이라고 말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도요타에선 100명이 1만 대를 만들 수 있게 됐다.
‘사람의 지혜를 총동원하고 능력을 키우면 불가능도 가능해진다’는 도요타의 인간 중심 경영 철학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도요타는 독특한 생산방식인 TPS(Toyota Production System)의 핵심을 JIT와 사람 인(人)이 붙은 자동화(自동化)로 꼽는다. 기계화됐다는 뜻의 자동화(自動化)가 아니다. ‘사람이 스스로 일한다’는 의미의 자동화다.
도요타에선 작업자가 조립 도중에 문제를 발견하면 공장에 걸린 하얀 끈을 잡아당긴다. 그러면 음악이 울리며 생산 공정이 중단되고, 담당자들이 문제 해결 방안을 논의한다.
일개 기능공이 스스로 판단해 생산라인을 멈춘다는 것은 전통적인 자동차 생산 방식에선 상상도 못했던 일이었다. 생산라인을 멈추면 모든 종업원이 일손을 놓을 수밖에 없다. 단기적으로는 큰 손실이다.
그러나 스스로 문제를 찾아내고 지혜를 모으는 과정을 거치면서 직원들의 생산성은 빠르게 높아졌다. 자동차를 조립하는 업무에서도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되면서 자신의 일에 재미를 느낀 직원들이 열정을 쏟았기 때문. 요즘 말로 하면 ‘펀 경영’인 셈이다.
○ 인재를 키운다
도쿄에 근거를 둔 닛산자동차가 도쿄대 등 명문대 출신을 주로 채용했다면 지방에서 출발한 도요타는 지방대 졸업생에게 문을 활짝 열었다. 언뜻 봐선 닛산이 인재 채용 면에서 도요타보다 유리한 듯했지만 결과는 달랐다.
도요타는 몇 차례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세계 자동차 시장을 주무르는 초일류 업체로 성장했다. 올해 영업이익이 일본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2조 엔(약 16조 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닛산은 판매 부진으로 고전한 끝에 프랑스 르노사에 넘어갔다. 두 회사의 사례는 단순히 인재를 뽑는 것보다 뽑은 인재를 키우고 활용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점을 잘 보여 준다.
도요타는 1957년에 운전자 학교를 만들었다. 직원이 운전을 할 줄 알아야 판매도 잘한다는 판단에서였다. 이듬해에는 운전자 학교 안에 ‘판매대학’을 만들어 일본 전역의 영업사원들에게 새로운 도요타의 판매 방법을 가르쳤다.
도요타의 운전자 학교는 일반인에게 문호를 개방해 일본의 자동차 시장 규모를 키우는 역할도 톡톡히 해냈다.
최근 도요타는 ‘일본 기업’ 이미지에서 벗어나 글로벌 다국적 기업의 위상을 굳히기 위해 세계 수준에 맞는 핵심인재 육성에 관심을 두고 있다. 해외에서 일하는 직원이 5만 명이 넘는 데다 자동차 생산의 3분의 1, 판매의 3분의 2가 해외에서 이뤄지기 때문이다.
2002년 사내 교육기관인 도요타 인스티튜트(institute)를 만들어 ‘글로벌 리더십 스쿨’과 ‘중간관리자 개발 스쿨’ 프로그램을 통해 글로벌 인재를 키우고 있다.
2006.11.13.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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