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만에 또 2억% 초인플레? 돈찍기 바쁜 그곳
홍주희 입력 2017.10.21. 10:00 수정 2017.10.22. 08:17
2억% 초인플레 또? 종잇장 돈 다시 찍는 짐바브웨
짐바브웨산 미국 달러 '발러(Bollar)'
━ 거덜 난 살림 메우려고 돈 마구 찍는 국가 속사정
━ 알쓸신세 지난 [알고보면 쓸모있는 신기한 세계뉴스] 독재자의 41살 연하 부인…짐바브웨 ‘구찌 그레이스’에서는 짐바브웨 독재자 로버트 무가베 대통령과 그의 부인 그레이스의 이야기를 소개했습니다. 독립 영웅에서 독재자로 전락한 무가베의 후계자 자리를 부인 그레이스가 노리고 있다는 내용이었죠.
오늘 [알쓸신세]는 짐바브웨의 경제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 돈이지만 돈은 아닌 ‘본드노트’
━
요즘 짐바브웨에선 돈인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은 ‘돈’이 통용됩니다. ‘본드노트’라는 일종의 유사 화폐입니다. 지난해 말 짐바브웨 정부가 “미국 달러만큼 가치를 쳐준다”며 발행했고요, 로이터통신의 표현을 빌리자면 ‘홈메이드 미국 달러’입니다.
본드노트 등장 뒤 짐바브웨엔 다시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습니다. 약 10년 전 짐바브웨를 덮친 초인플레이션이 반복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거죠.
2004~2009년 국가를 초토화한 인플레이션을 겪은 뒤 2009년 짐바브웨는 자국 통화(짐바브웨달러·Z$)를 포기했습니다. 미국 달러(US$)를 공식 화폐로 채택했고, 현재는 8개국의 화폐가 법정화폐로 통용됩니다. 미국 달러, 남아공 랜드, 보츠와나 풀라, 영국 파운드, 호주 달러, 중국 위안, 인도 루피, 일본 엔이 그것입니다.
그런데 외환이 바닥나자 정부는 또 ‘돈’을 찍기로 했습니다. 그것이 본드노트입니다. 8월 말 3억 달러어치를 추가 발행해 5억 달러어치가 유통 중입니다.
미국 달러를 쓰듯이 본드노트를 쓸 수 있다는 거죠. 이 때문에 본드노트에는 ‘발러(Bollar)’라는 별명이 붙었는데요, ‘달러(Dollar)’의 D를 본드노트의 B로 대체한 신조어입니다.
그러나 발행 직후부터 본드노트 가치는 뚝뚝 떨어집니다. 짐바브웨 정부에 대한 신뢰가 안팎으로 바닥났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본드노트로는 대외거래가 불가능하니 미국 달러가 우대받을 수밖에 없죠.
지난 2월 영국의 이코노미스트는 “소매업자들이 미국 달러를 내는 소비자에게는 50%를 할인해준다”고 상황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주유소는 달러용 펌프와 본드노트용 펌프를 구분했고요, 상점들은 같은 물건에 두 개씩 가격표를 붙였습니다.
정부의 감독을 피할 수 없는 대형 업체들은 차라리 상품 가격을 올렸죠. 암시장에선 30%의 프리미엄이 얹어진 미국 달러와 본드노트가 거래됐습니다.
‘달러:발러=1:1’이라는 공식이 완전히 깨져버린 겁니다.
━ 외환 바닥…정부가 암시장서 달러 거래 지난 8월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짐바브웨의 외환 보유액은 8억 달러에 불과합니다. 이는 짐바브웨 정부 발표이고, 국제통화기금(IMF)은 6억 달러도 안 된다고 보고 있습니다.
참고로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9월 말 기준 3846억7000만 달러입니다. 돈줄이 꽉 막힌 북한의 경우도 20억 달러는 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달 초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짐바브웨 은행들은 1인당 인출액을 1주일에 미화 50$로 제한했습니다. 미 달러가 귀해지자 수도 하라레의 암시장에선 미화 100$가 185본드노트까지 치솟았습니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암시장에서 본드노트를 주고 미국 달러를 사재기한다는 소문까지 돌고 있습니다. 중앙은행 산하의 금 거래소가 금을 사들이면서 본드노트로 일부 결제한다는 보도도 나왔습니다. 한달 전엔 전액을 미국 달러로 거래했는데 말입니다.
━ 아프리카 신생국, 초인플레로 유명세 1980년 영국에서 독립한 짐바브웨는 한동안 꽤 괜찮은 국가였습니다.
90년대 초까지 높은 농업 생산력과 풍부한 광물 자원, 경제개발 계획을 바탕으로 꾸준히 성장했습니다. 부침은 있었지만 1980~90년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4%를 넘었죠. 특별한 존재감은 없었지만, 나름대로 건실했던 제3 세계 신생국가였습니다. 그랬던 짐바브웨는 최악의 인플레이션으로 전 세계의 폭발적인 관심을 받게 됩니다.
짐바브웨 경제가 본격적으로 흔들린 건 1990년대 말입니다. 90년대 중반 극심한 가뭄으로 경제가 악화되고, 민심이 사나워지자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무가베 정권이 아무 정책이나 내놓기 시작한 겁니다.
그 결과가 2004~2009년의 초인플레이션입니다. 전쟁 중도, 내전 중도 아닌 국가에서는 도저히 발생할 수 없는 막장 정책이 짐바브웨에서 펼쳐집니다.
━ 돈은 휴지, 증시에 돈 몰려…10년 전 판박이 당시 짐바브웨는 그야말로 대혼돈이었습니다. 골프 라운드 한 번 돌고 나면 음료수값이 50% 올라 있었고, 상점에선 하루에도 몇번 씩 가격표를 새로 적었습니다. 휴지조각만도 못한 돈뭉치는 수레로 싣고 다녔고요, 100조Z$ 지폐를 내봤자 돌아오는 건 달걀 3알 뿐이었습니다.
━ 무가베 사치는 여전…200만$ 생일파티 짐바브웨 정부는 초인플레이션을 막아보려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달러 암거래 단속을 위해 경찰에 강력한 권한을 줬고요, 적발된 암거래상을 징역 10년에 처할 수 있도록 처벌도 강화했습니다. 가격을 이원화한 상점도 단속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큰 효과를 보고 있는 것 같진 않습니다. 더구나 무가베 대통령 일가의 초호화 생활은 멈출 줄을 모르니 정부의 말발이 먹힐리 만무합니다. 올해 2월 무가베 대통령은 약 200만 달러를 들여 자신의 93세 생일 파티를 여는가 하면, 지난 7월 처형(그레이스의 언니) 생일엔 미화 6만 달러를 선물했습니다.
■ 초인플레이션의 재앙
「 통제가 불가능한 극심한 인플레이션을 초(超)인플레이션이라고 합니다. 보통 한달 새 전달 대비 물가가 50%넘게 상승했을 때를 말하죠. 전쟁·내란·재해 등 변고가 있을 때 초인플레이션이 주로 발생하는데요, 1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 바이마르 공화국의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1919~21년 사이 물가가 약 1조배 올랐다고 하죠. 전쟁 중 재원을 조달하기 위해 돈을 찍어내고, 전후 공급은 달리는데 수요가 폭증하자 생긴 현상이었습니다. 이때 발행된 돈들도 어마어마한 액면가를 자랑하는데요, 1924년엔 역대 주화 가운데 최고가로 남은 1조 마르크 동전이 나옵니다.
현재 베네수엘라의 상황은 재앙입니다. 식품과 생필품은 동이나 인구 약 3000만 명 가운데 4분의 3이 평균 몸무게 8.7㎏를 잃었다는 보도가 나올 정도입니다. 최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IMF는 내년 베네수엘라의 물가상승률이 2300%를 넘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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