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국보 1호 와 우리의 반가사유상(半跏思惟像)
반가사유상을 한국판(韓國版) 프랑수아 오귀스트 르네 로댕(François-Auguste-René Rodin)의 ‘생각하는 사람(thinker)’이라고 한다. 또 그 미소(微笑, smile)를 곧잘 레오나르도 다 빈치(Leonardo da Vinci)의 모나리자(Mona Lisa)의 미소와 비교한다. 로댕의 조각이나 모나리자 미소와는 처음부터 품격(品格, dignity)을 달리하는 자세의 미소이다.
사랑과 미움, 착함과 악함, 아름다움과 추함을 털어버린 불후부쟁(不朽不爭)의 웃음이다. 모든 무지와 인식을 넘어선 침묵(沈默, silence)으로 표현되어 있다.
여기서 불후라는 말은 ‘썩지 아니함이라는 뜻으로, 훌륭하여 그 가치가 영원토록 변하거나 없어지지 않음을 이르는 말.’이라는 뜻입니다. 그러니까 불후부쟁의 웃음은 너무나 훌륭하여 싸우지 않는다는 뜻일 것입니다.
인자스럽다, 슬프다, 너그럽다, 슬기롭다 하는 어휘들이 모두 하나의 화음(和音, chord)으로 빚어진 듯 머릿속이 절로 맑아 오는 것 같은 웃음이다. 세계 어느 곳에도 이 같은 미소를 띤 불상(佛象, Buddhist Statues)은 없다.
그래서 반가사유상의 웃음을 바로 한국인의 웃음이라 했다. 웃음 뒤에 깔려있는 침묵에는 논리적(論理的, logical) 인식과 설명 이전의 느낌이며 직관(直觀, intuition)이라는 오묘한 뜻을 담고 있다는 데 두드러진 점이 있다.
왼쪽 다리는 내리고 오른쪽 다리는 왼쪽 무릎 위에 올려놓았다. 오른팔을 굽혀 손가락을 오른쪽 뺨에 살짝 대듯이 앉아 깊은 사색(思索, meditation)에 잠겨 있다.
반가상의 독특한 이 자세는 원래 부처가 태자 시절에 인생무상(人生無常)을 느껴 고뇌하는 명상자세에서 기원한 것으로 보고 있다. 논리 이전의 우주를 상징하는 몸짓인 것이다. 출가 이전의 이러한 태자 모습을 현재 도솔천(兜率天, Tuṣita)에 있으면서 장차 용화수 아래에서 중생을 제도하기를 기다리는 미륵보살 모습과 비슷하다 해서 미륵보살상(彌勒菩薩像)도 이 반가사유상의 모습을 띠게 됐다.
특히 신라에서는 화랑제도(花郞制度)와 함께 미륵신앙이 유행하게 된다. 화랑은 부처가 되기 직전, 태자 모습이나 미륵불이 되기 전의 미륵보살의 얼굴이 국가의 대들보인 명재상, 명장군이 되기 직전, 수행에 열중하는 화랑과 동일하게 보아 화랑들에게는 크게 인기가 있었던 모양이다.
우리나라 반가상의 최고 걸작(傑作, masterpiece)은 국보 83호와 78호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과 봉화 물야면 북지리 석조반가사유상이다.
특히 금동으로 된 국보 83호는 소년적인 모습에 어린이 같은 얼굴 표정 등으로 청순성(淸純性)이 돋보인다. 신라 것으로 복 있으나 백제 작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이 반가상들은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서 유행이 됐다.
일본 국보 1호 고류지(광륜사 廣隆寺) 목조반가사유상은 우리의 83호와 흡사하여 분명히 이 땅에서 건너간 것이라는 게 학자들의 주장이었다. 하지만 일본은 일본의 조각품이라며 세계에 자랑삼아 왔다.
1994년 11월 1일 문화재 보존 보수에 관한 강연에서 일본 국보수리소 국보수리 전문가 다카하시(高橋俊夫) 씨는 “일본이 자랑하는 이 국보 1호가 바로 83호를 만든 그 장인의 솜씨라고밖에 볼 수 없다.”라고 폭탄 발언을 했다. 일본의 웃음이 아니라는 일본 전문가의 담백한 고백이었다.
우리 선조들의 뛰어난 조각(彫刻, sculpture) 솜씨에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국보 제83호인 반가사유상의 사진을 보며 나도 그런 웃음을 가지려고 종교를 떠나서 미소를 띠어보았습니다. 정말이지 마음이 편안해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늘 반가사유상과 같은 웃음을 가지려고 노력할 것입니다.
이글은 김대성(金大成) 문화일보 편집 위원의 글을 옮기며 약간의 첨언 및 편집을 했습니다.
2020년 7월 26일
소백산 끝자락에서 김 병 화
'강의 자료' 카테고리의 다른 글
번아웃 신드롬(burnout syndrome) (0) | 2020.07.31 |
---|---|
배달민족(倍達民族) (0) | 2020.07.31 |
"천사처럼 쓰고 싶다"..1조 재산도 아낌없이, 한국의 기부왕들 (0) | 2020.07.25 |
아수라(阿修羅)의 마음 (0) | 2020.07.22 |
항아리 속의 미녀 (0) | 2020.07.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