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보’ 다시 집에 데리고 오다
이 글을 시작하기 전에 먼저 말씀드려야 할 사항이 있습니다. 저는 동생이 세상을 떠난 후, 그의 개도 함께 데리고 와 키우게 되었는데 여섯 마리나 된답니다. 그리고 인공부화를 한 병아리를 첫째 동생으로부터 얻어서 키우기 시작했는데 무려 18마리나 된답니다. 퇴근 후 그들에게 모이를 주는 것이 저의 첫 번째 임무이고 즐거움입니다.
그런데, 올해 추석 오후였습니다. 차례와 성묘를 끝낸 저는 집사람과 함께 땅콩을 캐고 있었습니다. 오후 4시경쯤 되었을까요. 우리 집 개들이 요란스럽게 짖고 있었습니다. 5시를 조금 넘겨 땅콩 캐는 것을 멈추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어미 개인 ‘복실이’가 어디서 달려오는 것이었습니다. 불길한 예감이 들었습니다. 얼른 문을 열고 닭들이 노니는 곳으로 들어가 보니까 세 살이 넘은 ‘금송이(골드 리트리버, Golden Retriever)’가 하얀 것을 입에 물고 있었습니다. 달려가 보니까 백봉 암탉을 한 마리 잡아서 가지고 놀고 있었습니다. 그의 입에서 빼앗을 때는 벌써 죽어 있었습니다. 목을 쓰다듬고 가슴 부위를 눌러줘도 소용이 없었습니다.
닭들은 무서워서 소리를 지르며 자기들 집 안에 있었는데 숫자를 헤아려 보니까 여덟 마리가 없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닭장 주위를 살펴보며 숨어 있는 닭들을 붙들어서 닭장 속에 넣어 주었습니다. 막내 검은 암탉은 저의 목소리를 듣고 어디에 숨어 있었는지 곁에 와 있었습니다. 반갑고 고마웠습니다. 그런데 세 마리가 보이질 않았습니다. LED 랜턴을 들고 찾았는데 수탉 두 마리가 데크 밑에 있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찾아도 잘생긴 수탉인 ‘겁보(겁이 많아서 지은 이름)’가 보이질 않았습니다.
다음 날인 일요일 아침에 데크 밑에 있던 수탉 두 마리는 자기들 무리로 들어가 겁먹은 모습으로 활동을 하고 있는데, 겁보는 흔적도 없었습니다. 개에게 잡아 먹혔다면 깃털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전혀 보이질 않았습니다. 죽었을 확률이 높다고 생각하며 일요일에도 땅콩을 계속해서 캤답니다.
월요일에도 우리 ‘겁보’는 보이질 않았습니다. 이날 오전에는 동생을 불러서 참깨를 털었답니다. 그리고 오후에는 못다 캔 땅콩을 캤습니다. 일을 마치고 집사람이 일당을 받고 저희를 도와주신 할머니를 태워주러 가는 길에 우리 집과 직선거리로 약 100미터쯤 떨어진 곳에서 그 ‘겁보’를 발견하고 저에게 전화했습니다. 얼른 뛰어 가보니까 보이질 않아서 조금 높은 곳에 있는 길로 가서 살펴보니까 우리 집 쪽으로 걸어가는 ‘겁보’가 보이는 것이었습니다.
“꼬꼬야 집에 가자” 했더니 제 목소리를 조금은 알아듣는 듯했습니다. 그런데 원체 겁이 많은 ‘겁보’라서 제가 다가가니까 슬금슬금 도로변 숲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것이었습니다. 순간 저는 판단했습니다. 닭은 밤눈(night vision)이 어두우니까 밤에 이곳으로 와서 붙들자고 말입니다.
저녁을 먹고 집사람과 함께 LED 랜턴을 들고 ‘겁보’를 마지막으로 본 장소로 갔습니다. 물론 닭이 슬금슬금 숲속으로 들어간 지점을 눈여겨 봐두었었습니다. 약 5분 정도 찾았을 때 키 높이 정도에 있는 나뭇가지 위에 있는 우리 ‘겁보’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아카시아와 찔레 가시에 찔리며 살금살금 다가가서 ‘겁보’를 낚아챘습니다. 놀란 겁보가 우렁찬 목소리로 “안~가~”, “안~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두 손으로 품에 안아주니까 그제야 조용했습니다.
닭장 속에 넣어 주었더니, 목이 말랐던지 물부터 먹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제 방으로 돌아와 책을 읽는 동안 집사람은 ‘겁보’가 물을 실컷 마시고 모이를 배부르게 먹도록 랜턴을 비춰준 후 들어왔습니다.
우리는 이 닭들을 잡아먹을 생각은 전혀 없고 다른 사람에게 줄 생각도 전혀 없습니다. 관상닭이나 애완닭처럼 비싼 닭은 아니지만, 반려동물로 생각하면서 이들이 천수를 다할 때까지 키울 생각입니다. 인터넷에 검색해 보니까, 닭의 수명은 보통 7~12년 정도이지만 양계장에서 기르지 않는 닭이라면 15년에서 길게는 25년 정도까지 살 수 있다고 하니까 기쁜 마음으로 잘 기를 생각입니다.
단기(檀紀) 4,355년(CE, Common Era 2,022년) 9월 17일
소백산 끝자락에서 作家 김 병 화
'강의 자료' 카테고리의 다른 글
누드 비너스(Venus)에 대한 이야기 (0) | 2022.09.29 |
---|---|
아내의 투정(grumbling) (0) | 2022.09.24 |
교양이 없는 전문가보다 위험한 존재는 없다. (0) | 2022.09.09 |
놀랍게도 성공은 인성에 달려 있다 (0) | 2022.09.04 |
실패하고 다시 도전하라(Fail and try again) (0) | 2022.08.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