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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투정(grumbling)

forever1 2022. 9. 24.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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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투정(grumbling)

 

“형, 오늘 금계(金鷄, Golden pheasant) 가지고 갈게”

“그래, 꿩 집 옆에 넣어 두고, 물을 꼭 줘”

수탉 두 마리를 주고 금계 알 다섯 개를 받았는데, 동생이 부화기(孵化器, artificial incubator)로 부화를 시켜서 키우다가 이제 가지고 온다는 것입니다. 퇴근 후 랜턴을 들고 금계가 있는 곳에 가보니까 어느덧 중닭 정도 자란 금계였습니다.

나무위키에서 보면 ‘금계는 중국 남서부의 산악지대에 서식하는 꿩과 조류(鳥類, bird)로 날개 길이는 수컷이 약 20cm, 암컷 약 18cm, 수컷의 꽁지는 매우 길어 60cm에 달한다. 머리의 관우(冠羽)와 허리에 광택이 있는 황금색을 띠므로 금계라고 한다. 이름이야 금계지만 실제로는 닭과 무관하다’라고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금계에 대해서 이런 이야기도 있습니다.

‘중국 주나라 후반기 춘추 전국 시대 때 강성해진 제후들끼리 싸움으로 사회가 혼란스럽고 화산이 폭발하고 온천지가 불바다로 변할 때 모든 동물이 불에 타 죽었으나, 폭발하는 화산 속에서 유일하게 금계만이 온몸에 시뻘겋게 불을 달고 유유히 나는 것이 발견되었다. 이때부터 이 새를 화조 또는 불사조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또한 불을 몰고 날아 화재를 예방하고 재앙을 방지한다고 하여 궁궐이나 가정에서 재앙 방지용으로 길렀다. 아름다운 자태 덕분에 관상용뿐만 아니라 약용, 수출 등 용도가 다양하다.’라고 말입니다.

그런데 이들이 아직 다 자라지 않은 탓인지 마치 꿩과 비슷한 색깔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밤이라서 그런지 제가 곁에 가도 도망갈 생각도 하지 않고 두리번거리며 자기들 자리를 지키고 있었답니다.

저녁을 먹은 후 아내가 말했습니다.

“내가 거느리고 챙겨야 할 식솔(食率)이 많다”라고 말입니다. 그러면서 손가락을 꼽아가며 숫자를 헤아리기 시작했습니다.

“닭 18마리, 꿩 4마리, 금계 3마리, 벵갈고양이 1마리, 개 6마리, 길고양이 3마리, 그리고 당신, 합해서 서른여섯 식솔이나 된다”라고 하면서 환하게 웃었습니다. 그래서 저도 말했습니다. “이들 모두가 당신과 내가 사랑하는 반려동물(伴侶動物, pet)이니까 자연사(自然史, natural death)할 때까지 잘 키우자”라고 말입니다.

시장에 장을 보러 가면 아내는 이들에게 줄 고기와 먹이를 꼭 사곤 합니다. 저녁 식사 후에는 이들을 위해 넉넉하게 지어 남은 밥을 끓이고 간을 하지 않은 고기를 썰어서 개들에게 준답니다. 그리고 길고양이를 위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두 주에 한 번씩 개 사료 1포와 닭 사료 2포를 사곤 합니다. 닭들을 위해서는 아내가 심어서 키운 옥수수를 까서 주기도 합니다. 어떤 겁 없는 닭은 제 발밑까지 다가와서 먹이를 먹기도 하고 사료를 줄 때면 발에 밟힐 정도로 가깝게 다가오기도 하지요.

지금 닭집이 조금 작은 것 같아서 철 자재를 샀고 시멘트와 모래도 구매해 두었습니다. 시간이 나는 날 동생과 함께 콘크리트 타설을 한 후, 건조되면 미리 부탁한 시공자에게 닭집을 지어 달라고 알릴 예정입니다.

아무쪼록 아내와 함께 키우는 반려동물이 병 없이 건강하게 잘 자라서 천수(天壽)를 했으면 좋겠습니다.

 

단기(檀紀) 4,355년(CE, Common Era 2,022년) 9월 24일

소백산 끝자락에서 作家 김 병 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