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브리인들의 강간죄

히브리인들의 강간죄.hwp

0.09MB

히브리인들의 강간죄

 

2020년 10월에 개봉된 “The Best Years of a Life(인생 최고의 해)”라는 프랑스 드라마가 있었습니다. “누구에게나 잊을 수 없는 한 사람이 있을 것입니다” 죽을 때까지 비밀스럽게 가슴에 묻어 둔 그런 아름다운 사랑(beautiful love)을 간직할 수 있습니다. 이 드라마는 전 세계를 핑크빛 사랑(pink love)으로 물들였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세월을 훌쩍 뛰어넘은 반세기(half a century)만의 기적 같은 만남이 자신에게 현실로 나타난다면 어떨까요. 옛날에도 그런 사랑이 존재했을까요.

불행하게도 먼 옛날 사회에서는 여성은 남성의 소유물(所有物, possession)에 불과했습니다. 여성의 주인은 아버지인 경우가 가장 많았고 그다음으로 남편이고 때론 남자 형제일 때도 있었습니다.

강간죄(强姦罪, rape crime)는 형법 제297조에 보면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강간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범죄이다’라고 명시가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강간죄를 범한 사람은 엄한 처벌을 받고, 출소 후에도 전자팔찌(electronic tagging)를 차야만 하는 예도 있습니다. 그런데 옛날 사회에서는 강간을 하나의 재산권 침해로 다루었답니다. 모순되게 강간의 피해자는 강간을 당한 여성이 아니라 그 여성을 소유한 남성이라는 것입니다. 정말 말도 안 되는 법체계였다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만약 한 남성이 한 여성을 강간했다고 하면, 강간범은 강간을 당한 여자의 아버지나 형제에게 신붓값을 지급함과 동시에 그 여자는 자신의 소유물이 되는 것입니다.

성경의 「신명기 22:28~29」에 보면 ‘만일 남자가 약혼하지 않은 처녀를 만나 그녀를 붙잡아서 동침한 사실이 밝혀지면 그 남자는 그 젊은 여성의 아버지에게 은 50 세겔(שקל-Shekel)을 지불해야 한다. 그러면 그 여자는 그의 아내가 되어야 한다.’라고 되어 있답니다. 그때 히브리 사람들은 이것이 아주 타당한 해결책이라고 보았습니다.

여기에 나오는 세겔은 ‘이스라엘의 화폐 단위를 나타내는 말.’인데 유대에서 쓰던 무게의 단위를 나타내는 말이기도 합니다. 참고로 1 세겔은 11.42g에 해당한답니다. 50 세겔이니까 11.42g을 곱하면 571g이 됩니다. 요즘 은 1g의 가격이 1,000원 정도 간다고 보고 계산을 하면 우리 돈으로 571,000원 정도 합니다. 정말이지 너무 터무니없는 법 제도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만약, 아버지나 형제, 즉 어느 남자에게도 소유되지 않은 여성을 강간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강간을 당한 여성에게 50 세겔을 주면 면죄(免罪, acquittal)가 되었을까요? 그것도 아니면 정부에게 50 세겔을 주었을까요? ‘어느 남자에게도 속하지 않은 여성을 강간하는 것은, 전혀 범죄로 취급되지 않았다.’가 정답입니다. 다시 말해서 우리가 산에 가서 잔대나 산도라지 한 뿌리를 캔 것과 같이 남의 재산을 훔친 도둑 취급을 받지 않는 것처럼 말입니다.

위의 이야기는 고대 히브리인들 사회에서 일어난 일이니까 그냥 ‘그땐 그랬었구나’ 하고 생각하고 직장이나 사회에서 성희롱(性戱弄, sexual harassment)이나 강간 등은 절대로 하지 말아야만 합니다. 2006년 기준으로 전 세계 53개국에서 아내는 남편을 강간죄로 기소할 수 없었습니다. 독일은 1997년에서야 강간법이 개정되어 부부간 강간이라는 범주가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아무쪼록 우리는 모든 법을 준수하는 모범적인 국민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단기(檀紀) 4,355년(CE, Common Era 2,022년) 12월 18일

소백산 끝자락에서 作家 김 병 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