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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 갈등(High conflict)의 한국어판 서문

forever1 2022. 12. 11. 10:51

극한 갈등.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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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 갈등(High conflict)의 한국어판 서문

Why we get trapped and How we get out.

(우리가 갇힌 이유와 탈출 방법)

 

저는 나이가 70이 가까워지는데 아직도 직장에 다니고 있습니다. 사실 저는 월세를 주고 있던 아파트를 전세 계약을 했습니다. 그런데 우연인지는 모르지만, 월세를 들어오시는 분이 공직 생활을 은퇴한 후 서울에서 생활하는 저와 동갑내기였습니다. 그래서 서로 악수를 하면서 갑자기 우정이 솟아남을 느꼈답니다. 그런데, 그 동갑내기가 제가 아직도 직장을 다니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 무던히도 부러워하고 있었습니다.

나이가 들었어도 직장 생활을 한다는 것이 은퇴하신 분들이 부러운 눈빛으로 바라볼 수 있겠지만, 생각만큼 쉽지는 않답니다. 동료 직원과의 갈등 부하직원의 버릇없는 말투와 행동, 그리고 사장님이나 회장님의 눈치도 봐야 하는 등 이루 말할 수 없는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 역류성 식도염을 앓을 정도로 현실입니다. 그럴 때마다 나이 든 나를 많은 월급을 주고 써주는 회사도 없다고 자위하면서, 걷는 운동 하러 왔다고 생각을 하곤 합니다.

아만다 리플리(Amanda Ripley)가 지은 극한 갈등이라는 책을 읽으면서 마음의 위로를 받고 대처하는 방법을 새삼 배우곤 합니다. 그리고 서문이 마음에 들어서 도움이 될까 하여, 소개(紹介, introduction)하겠습니다.

<모든 나라는 저마다 다르다. 필자는 미국 사람이므로 이 책의 내용도 주로 미국에 관한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이 책이 다루는 주제는 실로 인간이 안고 있는 보편적인 문제(universal problem)이며, 사람들이 갈등을 빚는 이야기는 세계 어디를 가든 놀랍도록 유사한 것이 사실이다.

필자는 교육을 주제로 한 전작을 집필하기 위해 한국에 얼마간 머무른 적이 있고, 당연히 두 나라는 문화, 역사, 제도 면에서 서로 많은 차이가 있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한국이나 미국이나 사람들은 가혹한 자본주의(harsh capitalism) 경제 속에서 오랜 시간 일해야 하고, 어떤 분야에서든 엘리트 계층(elite class)으로 올라서기는 너무나 힘든 사회라는 인상을 받았다.

사회적 갈등(social conflict)은 문화에 따라 드러나는 형태가 다르므로 이를 서로 비교 하기는 매우 어렵다. 그러나 다른 나라에 비해 한국 사회에서 유독 눈에 띄는 갈등이 있다는 점은 분명히 말할 수 있다. 런던 킹스칼리지(King's College)가 총 23천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設問調査, Survey)를 실시하여 2021년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인 중에는 진보 성향과 보수 성향 사이에 상당한 정도의갈등이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조사 대상 28개국 중에서도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같은 조사에서 3위를 차지한 나라는 미국으로, 85%의 사람들이 그렇다고 답했다).

이외에 2021년에 발표된 에델만 신뢰도 조사(Edelman Trust Barometer)에서도 한국인은 언론과 기업에 대한 신뢰도가 매우 낮은 수준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신뢰 수준(confidence level)이 낮은 사회일수록(가정이든, 학교든, 국가든) 갈등 수준은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

신뢰 수준이 낮은 사회일수록 갈등 수준은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라는 말에 놀라움을 금할 수가 없을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미래를 위해서도 반드시 극복해야만 할 일이 아닐까 하고 생각을 해봅니다. 그러면서 우리의 위정자(爲政者, administrator)들의 분발을 촉구해 봅니다.

<그러나 갈등 그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그것이 바로 필자가 이 책을 쓰면서 가장 크게 깨달은 사실이다. 우리는 개인든 국가 차원에서든 갈등이 건강한 성격을 띨 수 있도록 관리해야 한다. 정말 심각한 문제는 싸우기 위해서 싸우는이른바 고도 갈등상황이다. 이렇게 되면 사람들은 서로를 우리 편상대편으로 나누는 진영 논리에 사로잡히고, 전혀 사실과 다른 망상을 기준으로 상대편을 바라보게 된다. 고도 갈등의 해악은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누구에게나 미친다. 또 고도 갈등이 조성되는 조건은 나라마다, 역사적인 순간마다 모두 다르다.>

싸우기 위해서 싸우는이라는 말에 나쁜 짓을 하다가 들킨 사람처럼 흠칫 놀라게 됩니다. 진영을 나누어 놓고 원수지간처럼 행동하는 우리 사회를 불안한 마음으로 바라봅니다. 그러면서 나도 어느 한 진영 속에 속해 있는 일원이라는데 더 놀라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이 책의 목적은 우리 모두 고도 갈등과 건전한 갈등의 차이를 명확히 깨닫자는 것이다. 건전한 갈등은 인간 사회에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갈등을 건강하게 승화(昇華, sublimation)시킴으로써 우리가 한층 더 성숙한 인간이 될 수 있게 해준다. 고도 갈등에서 탈출하는 첫걸음(first step)은 이 차이를 인식하는 것이다. 우리는 고도 갈등으로 빠져드는 함정을 미리 눈치채고, 이를 의식적으로 건전한 갈등으로 바꾸기 위해 애써야 한다.

오늘날 전 세계인은 모두 서로 연결되어 있다. 따라서 우리가 빚는 갈등이 어떤 것이든, 좀 더 현명한 방식으로 싸우지 않으면 당면한 어려운 문제를(혹은 더 쉬운 문제라 하더라도) 도저히 해결할 수 없을 것이다. 이 책이 말하는 내용이 한국의 현실에 어떻게 적용되고, 또 어떤 면에서 적용되지 않는지 매우 궁금하다. 사람들이 회사와 학교, 가정, 이웃에서 건전한 갈등을 가꾸어낸 또 다른 이야기도 무척이나 듣고 싶다. 이메일과 트위터 계정으로 언제든지 연락해 주기 바란다. 이 책을 읽어주시는 대한민국의 독자분께 감사드린다. - 아만다 리플리 ->

시간을 내서 이 책을 사서 읽어 보는 것도 남은 삶을 살아가는데, 혹은 조직 속에서 생활하는데,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을 합니다.

 

단기(檀紀) 4,355(CE, Common Era 2,022) 1211

소백산 끝자락에서 作家 김 병 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