섣달과의 첫 만남
음력 12월을 우리는 섣달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그리고 잘 쓰지는 않지만, 극월(極月) 혹은 납월(臘月)이라고 부르기도 한답니다. 그런데 어떤 사람은 섣달은, 나이를 한 살 더 먹는 것이 서러워서, ‘서럽다’에서 왔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다음 백과사전에는 「섣달이란 ‘설이 드는 달’이란 뜻으로서, 말대로 하자면 1월이 섣달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왜 12월을 섣달이라 할까? 한 해를 열두 달로 잡은 것은 수천 년 전부터지만 어느 달을 한 해의 첫 달로 잡았는가 하는 것은 여러 번 바뀌었다. 그중에는 음력 동짓달인 음력 11월을 첫 달로 잡은 적도 있었다. 그러나 대개는 음력 12월을 한 해의 첫 달로 잡고 음력 12월 1일을 설로 쇠었다. 그래서 음력 12월을 설이 드는 달이라 하여 ‘섣달’이라 한 것이다. 후에 음력 1월 1일을 설로 잡으면서도 그전에 음력 12월을 ‘섣달’로 부르던 흔적은 그대로 남아 있게 되었다. 원래는 ‘설달’이던 것이 ‘ㄷ’과 ‘ㄹ’의 호전 현상에 의해 섣달이 되었다.」라고 되어 있습니다.
“아니, 김 작가님! 섣달을 약 70번 정도는 맞이하였을 텐데 첫 만남이라니요. 속 답답해 죽겠어요. 빨리 말해주셔요.”
“나이도 지긋하신 분 같은데, 성질(性質, nature)이 참으로 급하시군요. 알았어요. 지금부터 말씀드릴게요.”
서릿배를 뛰어넘어 한겨울에 검은 오골계 한 마리가 알을 품기 시작했습니다. 지난가을이 깊어 갈 즘 이 오골계는 같이 태어난 수탉 오골계 한 마리와 함께 해 질 녘까지 텃밭(vegetable garden)에 돌아다니며 데이트를 즐겼었습니다. 그런데, 그 수탉 오골계는 다른 수탉들의 공격을 받고 안타깝게도 지난주 토요일에 죽었었습니다.
만약, 영하 17도까지 내려가는 이 추운 겨울에 병아리(chick)가 알을 깨고 나오면 얼어 죽을 것만 같아서, 아내와 상의하여 지난 목요일에 퇴근 후 집안으로 들여놓았습니다. 그런데, 어제 퇴근 후 너무나 궁금해서 알을 품고 있는 오골계에게 가 보았더니, 병아리 한 마리가 어미 닭의 품속에서 부리와 머리 부분 일부를 살짝 보여주었습니다. 너무나 신기하고 귀여워서 한참을 바라보다가 아내를 불러서 같이 보자고 했습니다. 아내가 보려고 하는 순간 갓 깬 듯한 병아리는 어미 닭 품속으로 숨고 말았습니다. 아내는 아쉽다는 말 대신에 어미 닭이 불안해하니까 빨리 나오라고 재촉을 했습니다. 이렇게 우리의 첫 만남(first meeting)은 비록 짧았지만 신비로운 보석처럼(like a mysterious jewel) 뇌리에서 반짝이고 있답니다.
얘들을 어떻게 키울 것인가를 골똘히 생각하고 있는데, 얘들 이름을 무엇으로 짓지? 라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습니다. 그런데 무심결(無心-, unintentionally)에 달력을 들여다보았습니다. 12월 23일인 어제가 음력으로 섣달 초하룻날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얘들의 이름을 ‘섣달’이라고 짓기로 했답니다.
토요일인 오늘 퇴근을 하고 닭과 개 그리고 꿩과 금계들에게 물과 먹이를 주고, “섣달아~”라고 부르며 이들이 있는 곳으로 갔습니다. 그런데 병아리가 4 마리나 보였습니다. 저는 너무 흥분한 나머지 큰 소리로 “여보 병아리가 4 마리가 보여요”하고 말했습니다. 아내도 환한 미소와 함께 놀란 모습을 하며 “4 마리나요?”라고 했습니다.
어미 닭이 알을 품기 시작했을 때는 10개였었는데 몇 마리나 부화(孵化, hatching)할지도 궁금하기도 합니다.
저는 제가 키우고 있는 모든 동물을 반려동물(伴侶動物, companion animal)로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지금 부화한 병아리들이 잘 자라기를 바라고 있답니다. 사랑을 많이 받은 동물이 훨씬 더 오래 산다는 연구 결과도 있으니까 저는 이들에게 더 많은 사랑을 주리라 마음먹었습니다. 그리고 섣달들의 안전을 위해서 이른 봄까지는 거실에서 키우다가 닭장을 좋은 것으로 사서 이들을 이사시킬 예정입니다.
섣달아! 힘내자!
단기(檀紀) 4,355년(CE, Common Era 2,022년) 12월 24일
소백산 끝자락에서 作家 김 병 화
'강의 자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젊은 나이에 죽어도 괜찮은가? (0) | 2022.12.25 |
---|---|
스트레스, 조기 사망할 확률 43% 높아 (1) | 2022.12.25 |
웰빙이 최고의 삶이다. (0) | 2022.12.18 |
히브리인들의 강간죄 (0) | 2022.12.18 |
닭을 묻다 (0) | 2022.12.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