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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베이어 벨트 위의 병아리

forever1 2023. 1. 7.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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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베이어 벨트 위의 병아리

 

3주 전쯤 원산지가 동남아시아인 우리 집 암컷 검은 오골계(烏骨鷄)3주 정도 알을 품어서 병아리를 부화(孵化, birth)했습니다. 부화하기 2일 전쯤, 병아리가 태어나면 얼어 죽을까 봐 겁이 나서 집안으로 옮겼답니다. 그런데 이 어미 닭의 헌신적인 포란(抱卵, Incubation)으로 7마리가 태어났습니다. 아내는 매일 아침, 이들에게 먹이를 주고 물도 주곤 합니다. 저는 퇴근해서 이들에게 추가로 먹이를 주고 물도 주면서 이들을 신비로운 눈빛으로 보곤 합니다. 지금까지는 병아리 7마리가 잘 자라고 있답니다. 부화를 한 처음에는 어미 닭이 제가 먹이를 주려고 다가가면 부리로 저를 공격하곤 했는데 요즘은 저를 헤치지 않는 사람이라고 믿는지 그런 행동을 자제하는 것 같아서 좋습니다. 저는 이들을 잘 키워서 가족(家族, family)처럼 돌보며 함께 살 생각입니다.

지난 2백 년간 우리의 농업(農業, agriculture)은 정말 많이 발전했습니다. 사람의 힘을 대신하여 트랙터 등의 기계화와 인공비료 및 농약(農藥, agricultural chemicals) 등으로 인하여 농업 생산성이 많이 향상되었고, 가축 또한 호르몬(hormone)과 약물 등으로 인하여 혁신적으로 생산성이 증대된 것이 사실입니다.

요즘 가축을 기르는 것을 보면 제가 어릴 때와는 크게 달라졌습니다. 어떤 이는 말합니다. 농장의 동물들은 다시는 고통과 비참함을 느낄 수 있는 생명체(生命體, organism)로 간주하지 않고 기계 취급을 받게 되었다고 말입니다. 그리고 오늘날 동물은 공장 비슷한 시설에서 대량 생산되며, 몸체의 형태도 산업 수요에 맞게 형성된다고 말입니다. 이들 동물은 거대한 생산 라인(line)의 톱니로서 전 생애를 보내며, 그 수명과 삶의 질은 해당 기업의 이익과 손해에 따라 결정되곤 합니다. 농업 혁명(農業 革命, agricultural revolution)의 어두운 그림자가 아닐까요.

제가 이글의 첫머리에서 언급했던 닭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양계산업에서는 암탉들을 비좁은 우리에 가두어 키우며, 한 우리에 보통 네 마리를 키우는데, 암탉 한 마리에 주어지는 바닥 면적은 가로 25세로 22정도에 불과한 곳도 있다고 합니다. 암탉들은 사료는 충분히 공급받지만 둥지를 짓거나 털을 고르는 일은 할 수도 없습니다. 어쩌면 너무 좁아서 날개를 펼 수도 똑바로 설 수도 없습니다.

더 잔인(殘忍, cruelty)한 곳도 있습니다.

상업적 부화장의 컨베이어 벨트(conveyor belt) 위에 있는 병아리를 상상해 보십시오. 이들은 어미가 품어서 알에서 깨어나는 것이 아니라 자동 부화기(自動 孵化器, automatic incubator)에 의해서 알을 깨고 태어납니다. 그런데 이들 병아리들은 수컷과 완벽하지 않은 암컷은 컨베이어 벨트에서 선별되어 가스실로 이동하여 질식을 시킵니다. 질식된 병아리들은 자동 절단기(自動 切斷機, automatic cutting machine) 속으로 들어가거나 아니면 쓰레기통에 버려져 눌려서 질식사당하게 합니다. 이런 식으로 죽어가는 부화장의 병아리들은 매년 수억 마리가 된다고 합니다. 병아리들도 생명은 하나이고 사람도 생명이 하나인데, 우리 인간이 너무 잔인하지 않나 하고 생각을 해 봅니다.

이렇게 병아리를 부화시켜서 선별(選別, select)하여 양계장으로 넘기는 것도 사업인데, 왜 남의 사업을 흉보고 망치려 드느냐고 항의를 한다면 저는 그분들에게 할 말은 없습니다. 그저 죄송하다는 말밖에 할 수가 없습니다. 단지, 인간과 동물이 함께 조화롭게 살아갈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우리 집의 병아리, 섣달이(음녁 섣달에 태어났다고 제가 지은 이름)가 잘 자라서 우리 가족들과 함께 오래도록 살았으면 합니다.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를 내일이라도 그만두고 싶지만, 이들을 위해서도 조금 더 다녀야 할 것 같습니다.

 

단기(檀紀) 4,356(CE, Common Era 2,023) 17

소백산 끝자락에서 作家 김 병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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