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신뢰 사회의 브랜드 전략 김재문 / 주간경제 736호 2003.07.16
브랜드 이론에서는 개별 브랜드의 이미지 혹은 아이덴티티에 초점을 맞춘다. 그러나 국내와 일부 아시아 국가에서의 현실은 그런 접근법이 반드시 옳지만 은 않음을 시사한다.
요즘처럼 브랜드가 관심을 끌었던 적은 없었다. 소비자들은 예전보다 브랜드를 훨씬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른바 명품 브랜드에 대한 선호 현상은 갈수록 심해지고, 심지어는 부동산처럼 실체적 가치가 쉽게 드러나는 상품에서도 브랜드는 점점 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동일한 조건에서도 특정 브랜드 아파트의 가격이 높게 평가되고 유사한 주거 조건임에도 특정 지역의 부동산 값은 행정 구역의 이름 때문에 더 비싸게 거래된다.
소비자가 브랜드를 중요하게 생각하니 기업은 더 많은 관심과 노력을 브랜드 관리에 기울일 수밖에 없다. 브랜드 관리를 위해 우수한 인력을 배치하고, 외부의 컨설팅 회사를 아웃소싱하는 등 이런저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은 브랜드 관리가 여전히 쉽지 않다고 이야기한다.
한편 학계에서도 브랜드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이런저런 학문적 연구 결과를 내놓는다. 그러나 실무자의 입장에서 큰 도움이 되는 것을 찾아보는 것은 쉽지 않다. 필자가 알고 있는 마케팅 실무자들은 ‘브랜드에 관한 책이나 논문 등을 읽을 때는 그대로 하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하는데 막상 실무에 적용하려면 답답하고 어떻게 해야 할 지 잘 모르겠다’는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브랜드에 관한 이론에서는 대체로 패밀리 브랜드보다는 개별 브랜드를 권유하고, 브랜드 확장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실무에서는 패밀리 브랜드나 기업 브랜드를 활용하는 것이 더 효과적인 경우도 많다. 또 상당히 넓은 분야에 대한 브랜드 확장을 고객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이기도 한다. 예컨대 정수기 업체들이 화장실에서 사용되는 비데를 같은 기업 브랜드로 팔아도 소비자들은 별 거부감 없이 구입한다. 서구적 브랜드 확장 관점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 우리 시장에서는 자연스럽게 일어나고 있다.
한편 개별 브랜드로만 커뮤니케이션 하던 다국적 기업들이 국내나 중국에서는 광고의 말미(Trailer)에 기업 브랜드를 삽입하기도 한다. 결국 국내와 일부 아시아 국가에서는 전통적 브랜드 이론과 다른 현상이 광범위하게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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