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인한 인간(a cruel human)
일요일이라 늦잠(overslept)을 즐기고 일어났습니다. 그런데 아내가 대뜸 닭이 한 마리 없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마당으로 가서 닭 모이를 주면서 닭을 헤아려 보았답니다. 정말 한 마리가 보이질 않았습니다. 울타리 밖 텃밭으로 날아가 놀겠거니 하고 울타리 문을 열고 텃밭 주위를 살펴보았지만 없었습니다. 그런데 오후 느지막이 블루베리 나무를 심어 놓은 곳을 보다가 보니까 어떤 짐승이 닭을 90% 정도 뜯어 먹은 모습이 보였습니다. 안타까워서 그 자리에 묻어 주었답니다.
유발 하라리(Yuval Noah Harari)가 지은 사피엔스(Sapiens)의 143~145쪽에 보면 우리 인간들의 동물 학대(動物虐待, animal abuse )에 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물론 먹고 살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저지르는 짓이라고는 하지만 너무 심하다는 생각에서 옮겨 봅니다.
<……뉴기니의 수많은 부족사회에서 부를 가늠하는 전통적 기준은 보유한 돼지의 숫자였다. 북부 뉴기니 사람들은 돼지가 도망치지 못하도록, 돼지 코에서 큼지막한 살덩이를 잘라낸다. 그러면 돼지는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을 때마다 심각한 통증을 느낀다. 돼지는 냄새를 맡지 못하면 먹을거리를 찾지 못할 뿐 아니라 길조차 찾지 못하므로, 그렇게 절단된 녀석들은 인간 주인에게 완전히 의존하는 수밖에 없다. 뉴기니의 다른 지역에서는 돼지의 눈을 파내어 자신이 어디로 가는지조차 파악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이 관행이다.>
돼지의 코를 잘라내고 눈마저 뽑아내는 우리 인간들의 저 잔인한 행동에 대하여 말문이 막히고 맙니다. 그러면서 내가 뉴기니 사람이었다면 똑같이 행동했을까 하고 자문도 해보았습니다. 저는 도저히 그렇게 못 했을 것 같습니다.
개와 고양이는 물론이고 요즘은 집안에서 돼지를 기르고 있는 사람도 있고, 닭을 기르고 있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런데 소를 기르고 있는 사람도 유튜브에서 본 적이 있습니다. 동물 애호가(zoophilist)들이 참 많다고 생각했었습니다.
산업적으로 소를 기르고 있는 곳은 어떨까요. 송아지(calf)는 출생 직후 어미와 강제로 떨어지게 됩니다. 그리고 자기 몸보다 그리 크지 않은 우리에 가둬집니다. 송아지는 여기서 자기 일생을 보내게 됩니다. 그것도 평균 수명이 4개월 정도라고 합니다.
어미와 강제로 분리된 송아지는 죽을 때까지 우리 밖으로 나가지 못할 뿐만 아니라 다른 송아지와 놀지도 못하고 심지어는 걸을 수조차 없답니다. 왜 그럴까요. 그 이유는 걷거나 놀면 근육(筋肉, muscle)이 강해지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서 근육이 생기면 고기가 질겨서 인간들이 싫어해 상품 가치(商品 價値, commodity value)가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근육이 약해야 부드럽고 즙이 많은 스테이크(steak)가 되기 때문이지요.
이 송아지가 처음으로 걷고 근육을 뻗으며 다른 송아지들과 접촉할 수 있는 시간은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길에서입니다. 정말이지 인간들이 너무 잔인하지 않나요. 어느 진화론자가 말하기를 “진화적 관점에서 보면 소는 역사상 가장 성공한 종 가운데 하나이다.”라고 말했지만, 제가 보기에는 가장 비참한 동물(miserable animal) 가운데 하나가 아닐까 하고 생각해 봅니다.
어미 젖을 배불리 한 번 빨아먹지도 못하고 좁은 공간에서 살다가 겨우 생후 4개월 후 자신의 목숨을 내놓아야 하는 송아지의 슬픈 사연(sad story)을 생각하면서, 우리는 동물을 더 많이 사랑해야 하지 않을까요.
우리 지구상에서 동식물이 멸종(滅種, extinction)된다면 우리 인간 역시 멸종이 된다는 사실을 모두가 알았으면 합니다.
단기(檀紀) 4,355년(CE, Common Era 2,022년) 11월 27일
소백산 끝자락에서 作家 김 병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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