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戀人)의 살 내음(The smell of a lover’s flesh)
아침부터 꽃의 은은한 향기를 계속 맡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언제나 담백한 즐거움을 가져다주는 재스민(jasmine) 향기를 맡을 수 있다면 날마다 행복하겠지요.
인도와 레바논 등 여러 나라에서는 결혼식 때 신부는 행복한 가정을 상징하는 재스민 화관을 쓴다고 합니다. 레바논에서는 아침 인사로 ‘사바 일-카하흐르(sabah il-khahr)’라고 말하는데, 이 말은 ‘빛나는 아침’이라는 뜻의 사바 일-나우르(sabah il-nour)와 똑같거나 보다 강한 의미를 가졌다고 합니다. 이 나라 사람들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건네는 따뜻한 인사의 말에도 재스민이 빠지지 않습니다. ‘사바 일-필 왈 야스민(sabah il-fil wal yasmin)’이라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말하는 이 말의 뜻은 ‘재스민처럼 향긋한 아침의 기운이 가득하시길 빕니다.’입니다. 정말 사랑이 가득 담긴 멋진 말이 아니겠습니까.
재스민 향기가 아무리 좋다고 한들 연인의 살 내음만 하겠습니까. 내 연인의 살냄새가 어떻다고 말로 표현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이 세상에서 최고로 좋은 냄새가 아닐까요. 연인의 살냄새를 맡으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스트레스가 사라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어쩌면 거친 삶의 진정제이자 누군가가 말했듯이 ‘응축된 기운으로 쏟아지는 은총 같다’라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자유기고가이면서 디자인 전문작가인 주드 스튜어트(Jude Stewart)가 지은 『Revelations in Air』라는 책이 있습니다. 『코끝의 언어』로 번역된 책입니다.
이 책의 218~219쪽에 보면 배우자를 선택하는 이유 중 하나가 소개되는데, 너무나 흥미로워서 글로 옮겨 봅니다.
<……주조직 적합성 복합체(major histocompatibility complex)라는 것이 있다. 줄여서 MHC라 부르는데, 인체 면역 시스템을 암호화하는 유전자 50개로 이루어진 집단이다. 레이첼 허츠는 자신의 책 『욕망을 부르는 향기』에서 이렇게 썼다. “MHC 유전자는 자연 속에서 볼 수 있는 가장 값진 유전자다. (…) 일란성 쌍둥이를 제외한 누구나 자신만의 특별한 MHC 유전자 세트를 가지고 있다.”
나만의 MHC 유전자는 내 면역 시스템의 기초가 되는 유전자형을 형성한다. 표현형(phenotype), 즉 유전자가 바깥세상을 향해 자신을 드러내는 방식은 내 몸의 기저 체취(體臭, body smell )로 드러난다. MHC는 공우성(codominant)이기 때문에, 양쪽 부모의 유전자가 후손의 면역 시스템에 자기 몫의 기여를 한다.>
작가님! 서론은 그만 줄이고 본론으로 들어갔으면 좋겠습니다.
네~, 알았어요. 성질도 급하시네요.
<우리가 어떤 배우자를 선택하는 이유는 여러 이유들 중에서도 우선 본능적으로 그의 체취가 좋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부분적으로는 내 것과는 매우 다른 그의 MHC와 그 유전자들이 표현하는 면역 시스템 때문이라고도 볼 수 있다. 따라서 현대 후생유전학은 엘리자베스 시대에 유행하던, ‘사랑의 사과’ 관을 지지한다. 그 시대의 소녀들은 껍질 벗긴 사과 조각을 겨드랑이에 끼고 밤새 정열적으로 춤을 추고는 그 사과 조각을 꺼내 연인에게 내밀면 연인은 그 사과의 냄새를 맡으면서 먹었다고 한다.>
사랑에 눈먼, 아름답기가 눈물겨운 이야기인 것 같습니다.
“웩~, 나는 비위가 약해서 죽어도 못 먹어요.”
“껍질 깐 사과 조각이 겨드랑이 땀에 푹 절여 있을 것 아닙니까?”
“땀 냄새, 하면 겨드랑인데, 말도 안 된다고요.”
이런 사람은 사랑할 자격도 없거니와 만약 이런 사람을 애인으로 둔 여성분이 있다면 하루라도 빨리 헤어지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등창의 고름마저도 입으로 빨아 줄 수 있어야만 합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제 말이 틀렸나요?
오늘도, 내일도, 모레도 아니, 영원히 여인의 살냄새 같은 하루하루가 되시길 빕니다.
단기(檀紀) 4,355년(CE, Common Era 2,022년) 12월 10일
소백산 끝자락에서 작가 김 병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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