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월대보름
오늘이 정월대보름입니다.
음력 섣달부터 시작된 저의 어린 시절(Childhood)의 쥐불놀이(불 깡통 돌리기)는 다음 해 정월 내내 이어졌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월대보름 밤에는 아무도 앞장서서 가자고 하는 사람이 없는데도, 저녁을 일찍 먹고는 가까운 동산으로 올라가서 불을 피워놓고 달이 뜨기를 기다렸습니다. 달이 뜨면 누구나를 막론하고 달을 보며 큰절을 했습니다. 아마, 너무나 순수(純粹, pure)한 마음으로 소원(所願, wish)도 빌었던 것 같은데, 그때 제가 어떤 소원을 빌었었는지는 전혀 기억(記憶, remembrance)이 없습니다.
요즘 산에 올라가서 불을 피우면 119 소방차와 함께 직원들이 부리나케 올라와서 불을 끄고, 불을 피운 사람은 처벌이나 벌금(罰金, penalty)도 물어야만 합니다. 그러니까 제가 어린 시절처럼 산에서 불을 피울 생각을 하지 말아야만 합니다.
달이 뜨기를 기다리면서 불을 피우는 것을 요즘에는 ‘달집태우기’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요즘 각 지방 자치단체에서는 연중 큰 행사 중 하나로 ‘달집태우기’를 하는 것 같습니다. 이곳 예천군에서도 ‘코로나19’로 몇 년 동안 시행하지 못한 ‘달집태우기’를 한천 공원(公園, park)에서 올해는 하기로 했답니다. 그래서 초저녁부터 많은 분이 모여들기 시작했습니다. ‘코로나19’ 이전에 저도 몇 번인가 그 행사에 참석하여 구경도 하고 사진도 촬영해 가면서 친구들과 어울려, 민요 가수가 부르는 노래를 들으면서 술도 한 잔 나눈 것으로 기억이 됩니다. 고운 고깔을 쓴 풍물패가 징장구를 쳐가며 한 줄로 입장을 하면 행사의 절정으로 치닫게 되고, 군수를 비롯한 군의회 의장과 함께 준비한 달집에 불을 붙이면 그야말로 ‘달집태우기’ 행사의 절정(絶頂, peak)에 오르지요.
다시 어린 시절로 돌아가겠습니다.
보름달을 보며 소원을 빌면서 큰절을 한 후 우리들의 행사는 끝이 났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면, 저를 기다리고 있던 어머님께서 오곡밥을 지은 후, 작은 그릇에 담아 저와 함께 나지막한 야산 위로 올라가서, 가지고 간 밥을 차려놓고 큰절을 했습니다. 큰절을 하기 전에 어머님께서 자식 잘되게 해 달라고 빌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요즘에는 이렇게 하시는 분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좋은 풍습(風習, custom)도 세월 따라 변하는 것이니까요.
아무쪼록 ‘달집태우기’와 같은 우리 고유의 행사들이 계속해서 이어져 새로운 세대(new generation)에게 아름다운 추억(追憶, memory)으로 남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단기(檀紀) 4,356년(CE, Common Era 2,023년) 2월 5일
소백산 끝자락에서 作家(Author ) 김 병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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