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dandelion, 사자의 이빨)
어릴 때 민들레 홀씨(spore)를 꺾어서 입으로 후하고 불어서 하늘로 날렸던 생각이 납니다. 아마, 저와 같은 행동을 모두 해 보았거나 보았을 것이라 생각이 듭니다. 토종 민들레는 하얀색에 가까웠는데, 서양 민들레는 아주, 노란색이라서 눈에 띄기가 쉽습니다.
민들레의 조상은 상대를 가리지 않고 교배(交配, hybridization)를 했습니다. 그래서 한 종류의 민들레가 다른 종류의 민들레의 유전자와 뒤섞여 수백만 가지의 조합을 만들어냈습니다.
존 카디너(John Cardina)가 지은 『미움받는 식물들(Lives of Weeds)』이라는 책을 보면,
<원시 민들레는 수백만 년 동안 방탕한 교배(promiscuous mating)를 통해 2,000종 이상의 타락사쿰(Taraxacum)을 만들어냈다. 몇몇은 붉은 씨앗을, 다른 것들은 검정 씨앗을, 일부는 들쑥날쑥한 잎을, 다른 녀석들은 갈라진 잎을 발달시켰다. 일부는 매우 추운 날씨에 살아남도록 적응했고, 일부는 사막에서 생존하도록 적응했다.……>
종족 보존을 위해서 변화무쌍하게 교배를 했으리라 짐작이 듭니다. 어릴 적에 민들레 홀씨가 알프스산맥이나 히말라야산맥을 바람을 타고 넘는다고 들은 적이 있습니다. 이러니 이들은 이종 교배(異種 交配, heterospecific mating)에 능할 수밖에 없고 새로운 유전자를 가진 민들레가 나타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2,000만 년 동안 이종 교배를 이용해 진화한 이후, 고대 민들레는 한계에 부딪혔다. 일부 종이 교배를 포기하다시피 한 것이다. 그들은 식물계에서 가장 우아한 번식 시스템을 마음껏 즐기다가 갑자기 그것을 내팽개쳤다. 이유는 아무도 모른다. 몇 차례의 돌연변이(突然變異, mutation)가 일어나면서 유전자 재조합과 시험에 (완전히는 아니라도) 거의 종지부를 찍었다. 그들이 대신 택한 것은 무수정생식(無受精生殖, Apomixis)이라는 방법이었다.>
너무 방탕한 교배를 보다 못한 신이 노하여 그들에게 형벌을 준 것일 수도 있습니다. 동물들도 너무 방탕한 성생활을 하면 2세가 들어서지 않는 것처럼 말입니다.
<무수정생식을 이해하려면 식물의 일반적인 유성생식(有性生殖, sexual reproduction) 패턴을 떠올려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유성생식은 각 염색체가 두 개씩 있는 모세포 하나가 감수분열을 거치는 것으로 시작된다. 염색체는 쌍을 이루었다가 분열한다. DNA 조각이 이동하고 서로 교차하며 재조립된다. 감수분열의 결과 네 개의 딸세포가 만들어진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DNA 일부가 뒤섞이고 뒤집히고 재편된다는 점이다. 감수분열 중 일어나는 이러한 DNA의 재조합으로 새로운 형질이 나타나고, 유전적 다양성의 근원이 된다.>
감수분열(減數分裂, meiosis)이란 ‘유성생식을 하는 생물이 생식 세포를 형성할 때 일어나는, 염색체의 수가 반으로 줄어드는 세포 분열’을
뜻합니다.
<무수정생식을 하는 민들레는, 염색체가 쌍을 이루고 DNA를 교환하기 전에 감수분열이 중단된다. 감수분열 중단은 무수정생식이라는 뜻밖의 사건을 불러왔다. 무수정생식 민들레는 새로운 유전자 조합을 만들어낼 기회가 없다. 수정이라는 과정을 건너뛰고, 모체와 똑같은 유전자를 지닌 배아(胚芽, embryo)가 만들어진다. 공중으로 내보내는 씨앗은 본질상 자기 자신의 복제품(複製品, reproduction)이다.>
자기와 똑같은 복제품을 만들어서 세상에 퍼트리는 것은 좋은 일일 수도 있지만 다양한 환경에 적응해서 살아갈 수 없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갑작스럽게 기후환경이 변하면 종족이 살아남을 보장이 없다는 뜻일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진화의 관점에서 보면 무수정생식은 종족 보존을 위한 막다른 길과 같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유전자 재조합 없이도 민들레는 태연하게 살아남았다. 그들의 생존 전략(生存 戰略, survival strategy)은 다른 식물이 점유하지 않은 좁은 땅에 씨앗을 떨구는 것이었다. 몸집이 작은 유묘(幼苗)는 천천히 자랐고, 높게 자라서 다른 식물 위로 그늘을 드리우는 법이 없었다. 그들은 빠른 속도로 키를 키워 햇빛을 가로채는 덥수룩하고 무성한 식물 밑에서 웅크리고 지냈다. 다년생식물인 민들레는 포복형 뿌리나 줄기로 널리 퍼지지도 않고, 많은 공간을 점유하지도 않으며, 더 유리한 장소를 모색하지도 않았다. 돌기나 가시, 뾰족한 끝도 없는 납작한 잎은 포식자들이 우스워할 정도로 힘없는 모양이었다.>
다른 식물에게 별다른 피해를 주지 않는 이런 생존 전략도 아주 훌륭하다고 생각을 해 봅니다. 이런 민들레가 우리 인간에 어떻게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을까요.
민들레의 뿌리는 소화제(消化劑, digestant)와 해열제로서 한약재로 많이 사용됩니다. 그리고 꽃과 뿌리를 말려서 차로도 끓여 먹거나 여린 잎은 나물로 무쳐 먹거나 쌈 채소로도 사용합니다. 유럽에서는 민들레의 뿌리는 커피를 대신하여 카페인(caffeine)을 섭취하는 데 사용했습니다. 항암작용(抗癌作用, anticancer action)을 하고 당뇨에도 좋다고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민들레의 뿌리는 소화제와 해열제로서 한약재로 많이 사용됩니다. 비타민K와 칼슘이 풍부하여 뼈를 튼튼하게 하는 데도 도움이 됩니다. 기관지와 시력에도 좋고 소염작용도 있다고 합니다. 위장을 튼튼하게 하고 해독작용(解毒作用, detoxification action)을 할 뿐만 아니라 부종에도 좋다고 합니다. 그러므로 다가오는 봄에는 민들레는 캐서 살짝 데쳐서 묻혀 먹거나 생으로 많이 먹어서 자신의 건강을 지킵시다.
단기(檀紀) 4,356년(CE, Common Era 2,023년) 2월 12일
소백산 끝자락에서 作家(Author) 김 병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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